[PD저널=손지인 기자] MBN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대표이사 공모제 도입’ 등의 재승인 조건을 취소해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이 MBN 패소 판결을 내렸다.
1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MBN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방송채널사용사업 재승인처분 일부 부관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2011년 종편 출범 당시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사실이 드러나 방통위로부터 ‘6개월 업무정지’ 처분과 함께 강도 높은 재승인 조건을 부과받은 MBN은 여기에 불복해 지난 2월 재승인 조건 3개를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7개의 재승인 조건 중 △업무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책임지도록 하는 방안 △공모제도를 시행해 방송전문경영인으로 대표이사 선임 △2020년도 소각한 자기주식 금액 이상으로 자본금 증가시키는 방안을 제출하라는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MBN의 입장이다. MBN은 본안소송에 앞서 제기한 가처분신청에선 ‘업무정지로 인한 피해를 최대주주가 책임지는 방안’과 ‘대표이사 공모제 도입 등 독립경영 방안’의 효력정지를 받아냈다.
1심 재판부는 자본금 불법충당 등을 이유로 MBN에 부과한 조건이 합당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승인 처분 부관 취소소송이 진행되는 도중에 자본시장법·상법 위반으로 원고(MBN) 대표이사와 전직 대표이사 감사 등의 유죄가 확정됐다”며 “이 모든 범죄는 모두 최초 종편 승인받을 때 허위 재무제표를 만들고, 차명계좌로 자본을 충당했기 때문이다. 원래 승인이 날 수 없는데 승인이 났고, 방통위는 승인 취소 대신에 부관을 부과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서 (재승인 조건 3개의) 위법성을 판단했을 때 명확성 원칙과 경영권 침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주문했다.
MBN는 재판에서 특히 대표이사 공모제 도입에 '방통위의 지나친 개입’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MBN 측은 “KBS, MBC, YTN 등 공영방송이 아닌 민영방송사의 대표이사 공모제 도입은 전무하다”, “대표이사의 독립적인 경영과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MBN 대리인 측은 “자본시장법으로 유죄를 받았다고 재승인 부관이 당연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며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