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배제도 논란 속 언론 불신 키운 오보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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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배제도 논란 속 언론 불신 키운 오보 행렬
의도성 의심받은 조선일보 '조국 부녀 일러스트'...더팩트, 수행원인데 '김혜경 외출 사진'
외신 오역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 소홀로 오보 속출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1.12.28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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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베이

[PD저널=장세인 기자] 언론 피해 구제를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한 해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찬성하는 여론은 뿌리깊은 언론 불신에 기인한 것이었지만, 언론의 오보 행렬은 올해도 끊이지 않았다. 

언론의 불신을 부추긴 보도의 면면을 보면 검찰발 받아쓰기, 외신 베껴쓰기 등 그동안 지적받아온 취재 관행 속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해 오보 사태를 빚은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일상이 된 재난보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선거보도 과정에서 나온 오보도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 삽화’ 오보

3인조 혼성 절도단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 일러스트를 삽입한 <조선일보>의 오보는 '단순 실수였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도성을 의심받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6월 21일 <[단독]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 보도에 사용한 삽화로 홍역을 치렀다. 

해당 보도는 3인조 혼성 절도단을 다룬 내용이었는데, 지난 2월 ‘서민의 문파타파’ 기고문에 실린 조국 부녀 일러스트를 재사용해 문제가 됐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검색 당시 그림 속 인물이 조국씨와 딸 조민씨를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조국 전 장관은 법적 대응에 나섰고, <조선일보>는 진상조사를 거쳐 사과문을 발표했다. 

조선일보 윤리위원회는 해당 일러스트 사용이 <조선일보> 윤리규범 제11장 3조 1항(과거에 촬영한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사용할 경우 과거 이미지임을 표시한다)과 2항(과거에 촬영한 자료 사진이나 영상을 당사자에게 불명예스러운 자료화면으로 이용하지 않는다)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는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디지털 팩트체커 제도를 도입하는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관리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며 △과거에 쓴 일러스트 전면 사용 금지 △출고 전 관련 부서에서 이미지 사전 점검 의무화 △디지털 기사도 팀장급 이상 간부 최종 출고 책임 원칙 등을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내놨다. 

조선일보의 '조국 부녀 일러스트' 사용 경위와 재발방지 대책.
조선일보의 '조국 부녀 일러스트' 사용 경위와 재발방지 대책.

더팩트, 이재명 대선후보 배우자 단독 외출 사진 오보 

대선 후보자와 가족을 향한 경쟁적 보도가 망신살을 초래하기도 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이재명·윤석열 후보에 대한 검증뿐만 아니라 후보의 배우자도 언론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인터넷매체 더팩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낙상 사고 이후 첫 모습을 담으려다가 오보를 냈다. 더팩트는 지난 11월 15일 <이재명 후보 부인 김혜경씨 깜짝 변신>에서 검정 모자와 망토를 착용한 여성의 사진을 올리며 “낙상 사고 후 처음 외출하는 김혜경씨”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즉각 해당 여성은 김혜경씨가 아닌 수행원이라고 사실을 바로잡으면서 더팩트의 '단독 보도'는 오보로 추락했다.  더팩트는 이후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처음부터 사정을 설명하거나 사진 속 김혜경씨를 특정해줬다면 정확한 보도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절차가 없었다”고 민주당에 오보 책임을 전가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논평을 내고 “유력 대선후보 배우자 동정이 국민적 관심사인 건 맞지만 이는 공식 일정에 나설 때 해당 된다”며 “언론이 하려는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권리’와 ‘공익’을 위한 게 맞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 녹취파일에 “‘윤석열’ 언급 없었다” 오보

'김웅-조성은 녹취파일'에 윤석열 후보 이름이 등장하느냐를 놓고 벌어진 보도 공방은 CBS의 패배로 결론이 났다. 

지난 10월 7일, 노컷뉴스는 <[단독] 김웅-조성은 녹취파일에 ‘윤석열’ 언급 없었다> 보도에서 “검찰은 지난해 4월 3일에 있었던 김웅 의원과 조성은 씨 사이의 통화 녹취파일 2건을 조씨의 휴대전화에서 복구해 공수처에 넘겼다”며 “이 녹음 파일에는 ‘윤석열’이라는 이름이나 윤 전 총장으로 추정될만한 대명사 등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녹취파일에 윤석열 이름이 언급됐다는 MBC 보도와 상반된 내용이라서 관심을 모았지만, 이후 MBC <PD수첩>에서 음성파일을 공개하면서 진위는 금세 가려졌다. 10월 19일 <PD수첩>은 조성은씨로부터 받은 음성파일을 받아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는 김웅 의원의 발언을 최초로 공개했다. 노컷뉴스는 이틀 뒤에 정정보도를 게재하고 “복원돼 공개된 녹취파일을 검토한 결과 윤 전 총장의 이름이 두 차례 포함돼 있었다”며 사과했다.  

CBS노컷뉴스의 '윤석열 언급' 정정보도.
CBS노컷뉴스의 '녹취파일' 정정보도.

여전한 코로나 시국, 백신 오보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서 백신 확보에 관심이 쏟아졌다.  

<한국경제>는 지난 5월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 화이자 백신 만든다> 보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르면 8월부터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한다”고 전했다. 1,3면을 털어 대대적인 보도를 내놨지만, 근거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가 전부였다. 보도 직후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급등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곧바로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공시했다. <한국경제>가 사과문을 올린 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기로 했다는 공식 발표가  나온 뒤였다. 

민언련은 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11일, 81만 7천 원에서 12일 오전 9시 15분, 86만 2천 원으로 올랐고(구글 검색 기준) 이후 오전 9시 35분, 83만 4천 원으로 떨어졌다. 이번 보도가 단순한 오보 논란으로 그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한국경제>가 경제전문지를 자부한다면 부정확한 보도가 저널리즘 질적 하락과 더불어 주식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신 오역에 외국 SNS 영상을 확인 없이 인용했다 오보 릴레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 보도는 외신에 의존하는 보도 관행의 문제를 여실하게 드러냈다.  

연합뉴스, <조선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 등 다수 매체는 외신을 인용해 지난 8월 19일 탈레반이 100조원 가량의 미국 무기를 손에 넣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블랙호크 등 100조원 美 무기 탈레반 손에... 아프간 정부軍은 저항> 기사를 통해 “탈레반이 노획한 군사 물품은 미국이 아프간 정부군에 제공한 830억달러 상당의 무기라고 AP통신이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국내외 언론사가 팩트체크에 나선 결과 830억달러(100조원)은 미국이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을 개발하고 유지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이며 무기와 운송장비에는 30조원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정정보도를 낸 언론사는 <조선일보>가 유일했다. <조선일보>는 정정보도문을 내고 “사실과 다른 번역으로 정확하지 않은 보도였다”고 밝혔다.

지난 8월 27일 한국에 전해진 카불 공항 테러 소식도 엉뚱한 영상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뉴스1, <중앙일보> JTBC, YTN 등은 카불 공항 테러 소식을 전하며 폭발 장면을 가까이서 담은 자료화면과 사진을 내보냈지만, 이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카자흐스탄 탄약 창고 대규모 폭발 영상을 확인 없이 인용한 것이었다. 

YTN은 해당 영상을 삭제, 교체하고 사과 방송을 진행했다. 관련 없는 영상을 사용한 매체 다수는 정정보도 없이 기사를 내렸고, 뉴스1는 기사를 삭제하지도 않았다. 

잦은 오보 논란에 휘말린 뉴스1

올해 뉴스1의 오보는 카불 공항 테러 자료 사진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 5일 뉴스1 <핫팬츠 女승객 쓰러졌는데 남성들 외면...3호선서 생긴 일 ‘시끌’>은 무분별한 온라인 커뮤니티 인용 보도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핫팬츠를 입은 여자 승객이 지하철에서 쓰러졌는데 성추행범으로 몰릴까봐 남성들이 외면했다는 내용인데, 실제 상황은 이와 달랐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서 119에 신고했던 당사자는 남녀랄 것 없이 모두가 도왔고 여성이 입고 있던 바지도 핫팬츠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신문윤리위도 “국민일보, 동아닷컴, 조선닷컴 등은 당시 상황을 바로잡는 후속 기사를 냈다. 사건을 최초로 기사화했던 뉴스1은 (후속기사를) 다루지 않았다”며 뉴스1에 ‘주의’를 내렸다. 해당 오보는 현재도 확인할 수 있다.

뉴스1은 올해 초 학대 감금 사건 보도에 잔혹해 보일 수 있는 삽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경고’를 받은 두 기사 역시 수정 조치를 하지 않아 자율규제기구의 결정이 언론사의 자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뉴스1의 '제주 지진' 사진 정정문.
뉴스1의 '제주 지진' 사진 정정문.

해외 사진을 제주 지진 사진이라고 보도한 뉴스1의 오보는 연쇄 오보 소동으로 번졌다. 지난 14일 뉴스1은 <제주 ‘지진감지’ 신고 전국서 131건 접수... 피해신고 아직 없어> 보도에 균열이 발생한 도로의 사진을 실으며 “제주 서귀포 서남서쪽 41km 해역서 지진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13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 해안 도로 아스팔트가 쪼개져 있다(독자제공)”이라고 사진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사진자료 사이트 게티이미지뱅크에 올라온 사진으로 확인됐다. 뉴스1은 하루 만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중앙일보>가 해당 사진을 1면에 실은 지면을 발행한 뒤였다. <중앙일보>는 일부 지역판을 제외하고 1면 사진을 교체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5개 단체가 마련한 ‘재난보도준칙’에는 “재난 보도는 사회적 혼란이나 불안을 야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재난 수습에 지장을 주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주의한 보도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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