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안 국회에 넘긴 방통위, "공영방송 역할 재검토·경영혁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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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KBS 수신료 2500원→3800원 인상안 의견서 심의·의결
"공영방송 기능 역할 재검토해야"...'광고 단계적 축소'·'회계분리 제도 도입 필수조건' 의견 붙여
"수신료 수준 주기적 검토 필요"...'물가 연동 방식' 제안도

13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방통위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한상혁 방통위원장. ⓒ방통위

[PD저널=박수선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KBS 수신료 인상안을 '공영방송 역할 재검토와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붙여 국회에 넘기기로 했다.  
 
방통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수신료를 현행 25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에 대한 의견서를 심의‧의결하고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5일 수신료 인상안을 넘겨받은 방통위는 5개월 동안 자문반을 꾸려 검토해왔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수신료 인상안 산출 근거의 적절성, 제도 개선 등을 중점적으로 살폈다는 설명이다. 
 
KBS는 공적책무 역할 확대와 공적재원 중심의 재원 구조 개선을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며 조정안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수신료가 3800원으로 인상되면 전체 재원 구조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47%에서 58% 수준으로 올라 안정적인 공적 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다는 게 KBS의 입장이다. 아울러 KBS는 고호봉‧고연령‧연공서열형 인력구조 개선과 2026까지 921명 단계적 감축 등의 조직쇄신방안과 자구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의견서에서 “공영방송의 공적책무 이행을 위한 수신료가 지난 40년간 동결되었고, 이로 인해 공적재원의 비중이 낮아져 수신료 현실화가 필요하다”면서도 환경 변화에 따른 공영방송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전체적인 재검토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봤다. 

공영미디어로 발전하겠다는 KBS의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동의하면서도 ”KBS 스스로 과감하고 혁신적인 비전을 수립하고, 전사적 차원의 경영혁신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 제시”를 요구했다.

KBS의 공적책무 확대 계획의 적절성에 대해선 “기존 재원을 어떤 분야에 어떻게 투입할지 우선 설명하고,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공적책무를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영방송이 추진해야 할 공적책무와 우선순위, 선정방식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KBS가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서울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시민참여단 200명의 의견을 듣는 공론조사를 진행했다. KBS는 공론조사를 K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했다.
KBS가 지난 5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진행한 수신료 인상 공론조사. KBS는 공론조사를 KBS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했다.

KBS가 수신료 인상 사유로 든 일부 공적책무 사업에 대해선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신규인력 700명 채용을 내용으로 한 ‘미래방송서비스 인재양성사업’(1300억원)은 공적책무로 부적절하다고 봤고, ‘중소지역미디어 다양성 지원사업’(3577억원)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로컬광고 외에는 방송광고를 축소하지 않겠다는 KBS 조정안에 대해서는 “광고를 유지하고 새로운 기금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보다는 수신료인상 시 광고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KBS는 조정안에서 방송광고 결합판매 지원제도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중소방송다양성기금’을 조성하고, 광고 수익의 20%를 매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BS 수신료 배분 비율에 대해서는 콘텐츠 제작 등 중복 문제를 해결하고 추후 관련 기관 등이 참여하는 논의 절차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KBS는 EBS 지원비율을 3%에서 5%로 상향하는 안을, EBS는 공적책무 확대를 위해 19.3%로 배분 비율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수신료 인상안과 의견서를 국회에 넘기면서 수신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방통위는 수신료 회계분리 제도 도입이 인상의 필수조건이라고 짚으면서 국회의 수신료 처리 절차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수신료 인상안은 지난 2007년, 2010년, 2013년에 국회 제출됐지만 회기만료로 모두 폐기됐다. 

방통위는 “정치적 영향력의 배제를 통한 굳건한 재정적 토대는 공영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위한 필수적 요소”라며 “이것이 국회가 수신료를 결정하는 절차를 구성함에 있어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책임 있게 결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신료 수준의 검토 주기, 조정안 작성주체, 국회 내 처리 절치 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수신료 인상안의 성격이 “법안보다 예산안에 보다 가깝다”는 의견과 함께 예산심의 절차를 통해 수신료 조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안했다.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적책무와 수신료 수준에 대해서는 정기적(3년 또는 4년 등)으로 검토해 확정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 방통위는 “현실적으로 주기적인 검토가 어려울 경우 수신료와 물가를 연동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했다. 

수신료 산정 주체에 대해선 “공영방송정책 주무기관이 KBS와 EBS를 포괄하는 수신료 조정안을 작성해 국회에 제출하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독립적인 수신료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방통위는 판단했다.  

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先구조조정 등을 주장하며 의견서에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효재 상임위원은 “지금과 같은 경영 방식에선 수신료 인상이 아무 의미가 없다.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인상된 수신료는 무의미하게 허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형환 상임위원은 “KBS 수신료 현실화는 필요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란 말이 있다”며 “KBS 스스로 노력을 통해 수신료의 가치를 보여주고 국민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말했다. 

한상혁 위원장은 "수신료 현실화 필요에 대해선 모든 위원들이 공감하는 것 같지만, 시행 시기 방법은 의견차가 있다"며 "수신료 인상 관련해 공영방송 공적책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국민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공감대 형성을 위해 투명성 제고와 KBS의 적극적인 개혁과 자구노력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방통위가 여러 조건과 단서를 붙여 넘긴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 문턱까지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데다가 수신료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국민 정서를 무시할 수 없어 인상안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많다. 국회 승인을 받을 경우 국회 승인 다다음달부터 1300원 인상안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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