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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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평화시장 여성 노동자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시다' '공순이'로 불렸던 평화시장 노동자들 조명한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20일 개봉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2.01.14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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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 ©영화사 진진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 ©영화사 진진

[PD저널=장세인 기자] "이 영화를 보고 힘든 일을 하는 한 명 한 명 모두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자기주장을 확실히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옛 조합원들, 평화시장 노동자들도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미싱타는 여자들>은 1970년대 평화시장에서 '공순이' '시다'로 불렸던 여성 노동자들이 그리운 옛 동료들, 오늘의 청년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영화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개봉 전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을 포함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제주여성영화제 등 유수 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보고 “전태일 말고도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라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는 2018년 김정영 감독이 서울시 봉제역사관 디지털 영상 아카이빙을 위해 진행한 봉제 노동자 32인의 구술생애사 인터뷰 작업에서 출발했다. 지난 6일 언론 시사회에서 김정영 감독은 “여러 공장을 돌며 많은 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던 중 청계피복노동조합 분들을 만나게 됐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꼭 영화화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전태일 열사와 비슷한 시기에 평화시장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것도 제작을 결심하게 된 주된 이유였다. 1970년대 평화시장에는 1만 5천명의 노동자가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하루 15시간을 일했는데 그 중의 80%는 12살에서 16살 사이의 여성들이었다.

영화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들의 이야기를 1977년 벌어진 노동교실 강제 폐쇄 사건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1970년 전태일 열사 분신 이후 결성된 청계피복노동조합은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등을 쟁취해내며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노동교실을 열어 평화시장의 어린 노동자들에게 무료로 중등교육을 제공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여자는 공부를 하면 안 된다”고 해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평화시장으로 온 임미경씨는 “공부를 너무 하고 싶었는데, 중등과정을 무료로 가르쳐준다는 노조의 팜플렛을 봤다. 노동교실에서 근로기준법도 배우고 인간답게 사는 법을 배웠다”며 “노동교실이 강제폐쇄 위기에 처했을 때 내 목숨을 던져서라도 지키고 싶었다. 제2의 전태일은 여자인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군부독재정권은 전태일 열사 모친 이소선 여사를 어머니라 부른다는 이유 등으로 이들에게 ‘빨갱이’라는 누명을 씌웠다. 1977년 9월 9일 벌어진 '99사건'은 노동교실 강제 폐쇄에 맞서 농성에 나선 조합원들을 경찰이 폭력적으로 체포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조합원 55명을 체포했고 북한의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에 농성을 한 ‘빨갱이’라고 주장하며 욕설과 폭력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영화 주인공 이숙희 신순애 임미경씨를 포함한 5명이 구속됐다.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 ©영화사 진진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스틸. ©영화사 진진

주인공들은 두 명씩 마주앉아 당시 사건을 담담하게 꺼냈지만 구속됐을 당시 조합원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를 읽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임미경씨는 “‘누가 노조에 가자 그랬냐’는 경찰의 질문에 두려워서 '미경이요'라고 말한 친구는 아직도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괜찮으니 꼭 연락을 달라"고 했다. 임미경씨는 구속 당시 14살로, 소년원에 가야 할 나이였지만 경찰이 그의 주민등록번호를 조작해 5개월 실형을 살았다.

이혁래 감독은 시사회에서 “99사건은 많이 알려지지도, 사회적 파장이 크지도 않았지만 당시 노조에 계셨던 분들에게는 마음 깊이 남아있다. 객관적 실체보다 그 마음을 담아야한다고 생각해서 동료들과의 대화 장면, 젊은 시절 사진을 마주하게 되는 장면 연출 등에 초점을 맞췄다”며 “당시 유신시대의 한 풍경 정도로 남지 않았으면 해서 시대의 상황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사진이나 영상은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주인공 세 명과 동료들은 다시 평화시장 앞에 선다. “그래도 잘 살았어. 지금도 잘 살고 있고”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에는 오늘을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도 담겨있다. 

임미경씨는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이 영화를 보고 힘든 일을 하는 한 명 한 명 모두 너무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자기주장을 확실히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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