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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살다보면 우리 주변의 여러 문화현상 중에서 어느 한 가지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복합적인 양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휩쓸림 현상이 넘쳐나는 한켠으로, 나만은 예외라는 듯 일반적인 규범과 상식을 외면하는 사람들 역시 많다. 획일주의와 예외주의의 공존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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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주의를 선도하는 분야는 겉으로 드러나기 쉬운 패션 분야다. ‘어그부츠’ 따위가 유행하는 젊은 여성들의 옷차림을 비롯해, 카메라폰으로 아무데서고 서로 사진을 찍어대는 유행이라든지, 한 때는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몰리던 덩치 큰 다목적자동차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는 현상, 새 아파트의 발코니를 거실로 만드느라 북새통을 이루는 일 등도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몰개성과 획일주의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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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분야에서도 획일주의가 문제가 된다. 요즘은 대박이 터지는 국산영화가 없어 잠시 소강상태인 듯하나, 지금 이 시간에도 영화사들은 대박의 꿈을 노리고 막대한 물량을 투입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영화 하나가 대박 나는 동안 나머지 영화들은 살아남기 힘들어진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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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영화 주제나 기법의 다양성이 발현될 기회가 줄어든다. 모든 관객들이 무슨 영화가 뜬다고 하면 그 곳으로만 몰리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남들 따라 유행을 좆는 것이 우리 민족의 일반적인 심성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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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들이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저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바람에 문제가 되는 일들도 있다.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는데도 끝내 담배를 놓지 않는 골초들이 그렇고, 고기를 너무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의사들이 권고에도 아랑곳없이 일주일에 몇 번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그러하며, 이미 질병에 걸렸는데도 여전히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는 배짱 좋은 사람들도 있다. 모두들 나만은 예외라는 근거 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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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질병은 그 가족이나 직장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로서도 분명히 부담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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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와 규율을 지켜야 하는 곳에서 자기 생각만으로 예외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 내가 하면 합법이요 남이 하면 날치기라는 정치판의 행태에서부터, 긴 행렬의 선두 부분으로 끼어드는 새치기족까지, 예외주의자들의 모습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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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주의와 예외주의는 일견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그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 남들이 좋다는 것은 무조건 따라 하고, 하기 싫은 것은 될 수록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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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고방식은 개인적으로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적으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사고방식이 만연되면 문화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사회 구성원 사이에 신뢰가 사라진다. 다양성은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며, 구성원들간의 신뢰는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 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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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무엇인가? 다양성에 기반한 공동선의 모색이라는 건강한 사회의 원리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전면적으로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 해도 무조건 따라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판단이 설 때가지 기다릴 것이며, 반대로 남들이 안하는 일을 찾아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볼 일이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진로를 모색할 때 이런 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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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다양성의 기반 위에서 사람들 사이에 최소한의 공동체성이 유지되기를 바란다. 나 살기가 바쁘긴 하지만 남 생각도 조금씩은 하면서 살자는 것이고, 무슨 일에서건 자기 자신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자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각기 나름의 개성을 지녔으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위해 지킬 것은 지키고 서로 협력하는 모습이야말로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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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우리 사회가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일에 우리 방송인들이 얼마나 나서고 있는지 자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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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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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라디오본부 특임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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