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이사들 "전무후무한 일" 국민의힘 항의방문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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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17일 2022년 업무보고 받는 이사회에서 다수 이사들 "국민의힘 MBC 항의방문 부적절" 비판
윤능호 이사 “방송 내용도 알기 전 방송 불가를 외친 것은 사전 검열”
방문진 유감 입장 발표 논의하다가 소수 이사 반대로 의견 못 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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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장세인 기자]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들이 '김건희 녹취록' 보도와 관련한 국민의힘의 MBC 항의방문에 대해 "MBC 길들이기"라고 성토했다. 17일 방문진 이사들은 국민의힘에 유감을 표명하는 입장을 내는 것까지 논의했지만 소수 이사들의 반대로 의견을 모으진 못했다.  

17일 열린 방문진 이사회에선 'MBC 2022년 업무보고'  안건보다  전날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공개된 '김건희 녹취록'이 이사들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MBC 기자 출신인 윤능호 이사는 박성제 사장의 인사말이 끝나자마자 "지난 금요일 MBC에서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났다"며 말문을 열었다.

윤 이사는 "<스트레이트> 방송과 관련해서 국회의원이 언론사를 찾아와 실력행사에 나섰다. 방송 내용도 모르면서 방송 불가를 외친 것은 사전 검열이자 MBC 길들이기”라며 “보도본부장이 대동(배석)한 MBC 사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의 욕설 녹취파일을 USB로 복사해 방송하라며 지시에 가까운 수준으로 요구했다. 해당 행위는 '방송 편성의 자유를 보장한 방송법 4조를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며, 방송금지 가처분신청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사법부의 권위를 무시한 일”이라고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지난 14일 김기현 원내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언론 장악"이라는 시민과 MBC 구성원의 항의 속에 박성제 사장을 20여분간 면담했다. 윤능호 이사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성제 사장에게 '이재명 후보 관련 의혹도 방송하라'고 직접적으로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MBC를 상대로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고,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다수 이사는 국민의힘의 항의방문이 부적절했다고 보고 어떤 방식이로든 방문진의 입장을 내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기중 이사는 “보도의 필요성이나 형식은 언론사가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과방위 간사, 원내대표와 같이 구체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직에서 구체적인 보도에 대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에 대해 분명한 의견 표시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신서 이사도 “방문진의 존재 이유 중 하나가 MBC를 외부의 간섭과 억압으로부터 지키는 일”이라며 “그에 반하는 일에 방문진에서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김석환 이사는 "방송에서 ‘누가 이렇게 그대로 이야기했다’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했던 발언과 상충되는 부분 등 맥락을 보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연히 짚어야 하는 맥락을 짚지 못했다”고 <스트레이트> 보도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이 보도는 진영 입장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법적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런 (보도의) 기회가 생겼을 때 보도하지 말라는 것은 호랑이 보고 몸에 안 좋으니 다이어트하라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권태선 이사장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사장과 보도본부장을 만나 자리에서 보도 내용에 간섭한 것은 ‘방송편성에 관한 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간섭 요건에 충족하는 행위”라며 “방문진은 MBC의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14일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할 예정인 서울 마포구 MBC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이 14일 윤석열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할 예정인 서울 마포구 MBC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야권 성향의 일부 이사는 <스트레이트>의 편향성을 주장하며 국민의힘 항의방문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김도인 이사는 국민의힘의 항의방문에 대해 “치명타가 되는 게 있으면 우리한테도 기회를 달라고 할 수 있다"며 "박성제 사장이 ‘편성에 관여할 수 없다’며 대답을 잘했는데, 당당하면 입장을 설명하면 된다"고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성우 이사는 “의견의 불일치가 있는데, 지난 회의에서 갑자기 안건을 올리지 말고 열흘 전에 안건으로 보고하도록 정했다. 필요하면 다음번 이사회 때 통과시키고 논의하자”고 말했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권태선 이사장은 “방송의 독립성과 편성의 자유를 침해한 위험성이 있어 의견표명이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다수 이사에게서 나왔고 이에 반박하는 이사들도 있다. 공식 표명을 해야 할지는 안건으로 제출해야 논의 가능하니 추후 MBC의 독립성을 위해 방문진의 의사표현이 필요하다면  긴급안건으로라도 제출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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