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방치한 괴물들...규제 목소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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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방치한 괴물들...규제 목소리 커진다
악플 고통 호소하던 유명인 잇단 사망에 '사이버 불링' 문제 재점화
“루머 키우는 ‘사이버 렉카’ 방치한 유튜브도 책임 있어...규제 적극 나서야”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2.02.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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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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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손지인 기자] 최근 악플에 시달리던 유명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보가 이어지며 ‘사이버 불링(사이버 상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각종 루머를 확대·재생산해 온 ‘사이버 렉카’를 방치한 유튜브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지난 4일과 5일 연이어 들려온 BJ 잼미(본명 조장미)와 배구선수 김인혁의 사망 소식에 생전 이들을 향해 쏟아졌던 악플의 심각성이 대두됐다. 자신을 조 씨 삼촌이라고 밝힌 A씨는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잼미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 루머 때문에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었고 그것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오랜 기간 외모 비하 등의 악플에 시달리며 자신의 SNS에 고통을 호소한 바 있다. 

특히 악플 세례를 부추긴 ‘사이버 렉카’에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이슈 유튜버를 지칭하는 ‘사이버 렉카’는 루머를 확대·재생산하고, 자극적인 섬네일을 게재하는 등 저질 콘텐츠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다.

지금도 유튜브에 두 사람의 이름을 검색하면 이들을 둘러싼 루머를 다룬 자극적인 영상들이 쏟아진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어떤 루머가 있었는지 등을 상세하게 알려주는 영상도 있다.

조 씨의 루머를 퍼뜨리는 영상을 게시해왔던 유튜버 ‘뻑가’는 조 씨의 사망 소식에 본인은 루머를 정리했을 뿐 주도한 게 아니라는 내용의 영상을 올려 공분을 샀다. 해당 영상 댓글에는 “잼미님이 돌아가신 데에 당신의 책임도 분명 있다”, “영상을 보고 (루머를) 알게 된 시청자들로 인해 잼미님은 더 많은 악플을 받게 됐다” 등 비판이 쇄도했다.

유튜브 채널 '뻑가' 영상 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뻑가' 영상 화면 갈무리.

‘사이버 렉카’를 방치한 유튜브의 책임도 크다.  

유튜브는 신고 등을 통해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콘텐츠 채널에 경고·콘텐츠 게시 중단 등의 조치를 내리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자녀의 신상을 공개하고, 사생활 의혹이 제기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무관한 MBC 기자의 실명 등을 공개한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는 지난달 업로드 일주일 중단 조치를 받았는데, 코로나19 관련 의료정보 정책 위반 때문이었다.

지난달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구글 코리아 본사까지 찾아가 유튜브 커뮤니티가이드 ‘괴롭힘 및 사이버 폭력에 대한 정책’ 등을 위반한 <가세연>에 책임 있는 조치를 하라고 요구했지만, 유튜브 측은 묵묵부답이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가세연>과 관련해 구글 코리아와 미국에 있는 구글 본사에 왜 이러한 콘텐츠들이 유튜브에서 방치되고 있는지를 공개질의하기 위한 공문을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며 “구글 서비스가 한국에서 엄청나게 확장되고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데 이용자의 권익과 관련된 사회적 의견에 귀를 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가세연>만 하더라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콘텐츠가 수년 째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그동안 이러한 불법 콘텐츠에 대해 제대로 심의·규제하라고, 플랫폼 사업자로서 날로 커지는 영향력에 걸맞은 공적인 책임을 다하라는 목소리들을 경청하지 않은 결과가 오늘의 불행한 사건을 낳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불법 유튜브 콘텐츠에 내리는  시정요구도 한계가 뚜렷하다.

국내 사업자와 달리 해외 사업자들에게는 정보를 차단해달라는 '시정요구'를 하는 방식인데,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또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정보 심의는 피해 당사자 신청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통신심의 절차에도 적지 않은 시일이 걸려 신속성이 떨어진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방심위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유튜브에 접속차단을 요청한 384건 가운데 1건만 권리침해정보였다. 유튜브는 이 가운데 355건(92.4%)을 차단했는데, 권리침해정보 1건은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았다.  

방심위 관계자는 “유튜브는 해외 사업자라서 방심위에서 내린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아도 소명 의무가 없으며, 딱히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다만 2020년부터 국제공조점검단을 꾸려 해외 플랫폼 사업자의 협조를 촉구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의) 자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다고 본다”며 “‘사이버 렉카’들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다수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이들이 악성 영상을 올려 수익을 얼마나 벌었는지 확인하고, 이에 대한 환수도 들여다볼 수 있는 강력한 조치 등을 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옥죄지 않으면 계속해서 괴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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