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 넘어 ‘혐중’ 기름 끼얹는 베이징 올림픽 보도
상태바
'반중' 넘어 ‘혐중’ 기름 끼얹는 베이징 올림픽 보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한복 논란·편파 판정에 반중 정서 확산
포털 '편파 판정' 뉴스로 도배...'반중 여론' 편승한 영상 조회수 급증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2.02.11 17:2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 회원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포스트타워 앞에서 중국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판정과 한복 공정 등에 항의하며 오성홍기를 찢고 있다.©뉴시스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 회원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 포스트타워 앞에서 중국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판정과 한복 공정 등에 항의하며 오성홍기를 찢고 있다.©뉴시스

[PD저널=장세인 기자] 베이징 동계올림픽 편파 판정 논란으로 확산된 반중 정서에 언론이 기름을 끼얹고 있다. 한국과 중국 일부에서 나오는 반응을 확대해 '반중'을 넘어 '혐중' 여론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불거진 한복 논란에 이어 지난 7일 치러진 쇼트트랙 경기에서 중국에 유리한 편파 판정까지 나오자 국민적 분노가 증폭됐다. 쇼트트랙 선수들이 심판의 판정으로 실격 당하는 일이 반복되며 한국뿐만 아닌 헝가리 빙상연맹과 헝가리 올림픽위원회 등도 IOC에 쇼트트랙 주심에 대한 윤리 조사를 요구했다. 

황대헌 선수가 스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실격 처리를 당한 이후 베이징 올림픽 보도는 '편파 판정' 뉴스로 도배되다시피했다. 구글 트렌드에서 ‘베이징 올림픽’ ‘편파 판정’ 키워드로 뉴스 검색량을 비교해봤더니, 8일 오전 ‘편파 판정’ 뉴스 검색량은 '베이징 올림픽'과 동일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날 네이버가 각 언론사별로 추산하는 많이 본 뉴스는 편파 판정과 반중 정서를 반영한 뉴스로 채워졌다. 

이날 <국민일보> 많이 본 뉴스 1~4위는 <“중국체전이냐? 추한 올림픽” 한국 이어 독·일 분노> <안현수 中 데려간 ‘반칙왕’ 왕멍, 한국선수 향해 막말> <RM 엄지척에 “BTS 증오해” 中 악플, 아미들 반격> 등의 반중 여론을 반영한 기사들이 차지했다.  

<파이낸셜뉴스>도 <선배로서 안타깝다” 中 코치 안현수 편파파정 논란 입열었다> <후배 바지 내렸던 임효준, 빨간색 옷 입고 중국 금메달에 ’엄지척‘> <인터뷰 거절 김선태 감독 中 금메달리스트 따뜻하게 안아줬다> 등 가십성 기사가 많이 본 뉴스에 올랐다. 

언론이 반중 정서를 부채질을 하는 콘텐츠를 양산하면서 조회수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 7일 MBC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에 올라온 <이게 올림픽이냐? 중국 체육대회지!!!> 영상은 현재까지 조회수 350만을 훌쩍 넘겼다. 8일에는 <패대기 권법으로 금메달 목에 건 중국 쇼트트랙> 영상과 함께 “이럴거면 왜 올림픽을 하는 걸까요”라는 소개글을 붙였다. 

지난 8일 SBS <스브스스포츠>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이것이 반칙이다-쇼트트랙 반칙 워스트 10[습츠_베이징올림픽]>은 중국 선수들의 반칙 장면으로만 구성됐다. 150만 조회수를 넘긴 영상에는 “중국의 유구한 반칙의 역사 잘 보았다”, “국민성이 한결같다”, “천박 그 자체" 등의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스브스스포츠' 영상.
유튜브 채널 '엠빅뉴스', '스브스스포츠' 영상.

언론이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아이템 찾기에 골몰하면서 오보 릴레이도 빚어졌다.   

<뉴스1>은 8일 오후에 송고한 <金 런쯔웨이 “한국팀 자빠진 것 평생 기억”... 中서 반한감정 고조> 기사는 쇼트트랙 10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의 런쯔웨이 선수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 발언을 이번에 한 발언으로 잘못 보도한 것이었다.  ‘金 강탈’ 등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런쯔웨이 발언은 받아쓴 <중앙일보> <서울경제> 등 다수 매체도 오보 행렬에 동참했다.  

논란이 격화되자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9일 편파 판정 논란 등에 입장을 내고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들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올림픽 전체를 비판하고 심지어 반중(反中) 정서까지 선동해 양국 국민감정을 악화시키고 중국 네티즌의 반격을 불렀다”고 반박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지난 10일엔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황대헌 선수에게 축하 메시지를 남기면서 "중한 우호 협력 관계가 더욱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양국의 네티즌 반응까지 끌어와 혐오 프레임을 부각하고, 중풍(中風)이 대선 주요 변수라고 전망하는 언론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한국 거주 6년차인 중국인 장민씨(26)는 "일부러 상대방의 안 좋은 면을 과하게 확대해서 보여주는 기사가 많은 것 같다"며 "중국에서도 마찬가지 이런 보도가 다소 있다. 사람들 시선을 끌기 위해 그런 것 같은데, 읽는 사람들이 단편적 정보로 사정을 판단하고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류웅재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편파 판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언론은 이에 대해 인과관계를 규명하고 정당한 문제제기를 하거나 사실관계에 근거해 비판해야 한다. 언론이 편의에 맞게 여론을 형성하거나 방송에서 희화화해 편집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사회적 역할을 고려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 상황과 맞물려 반중이 혐중이 되도록 하는 보도나 그 흐름에 편승해 대선 후보들의 대중(對中) 성향으로 이야기를 끌어와 화학작용을 일으키게 하는 보도들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2-02-11 21:43:40
언제 부추겼냐 자연스럽게 생긴 반중 인식을 언론에서 보도한 것 뿐이지 ㅋㅋㅋㅋㅋㅋ 기자가 조선족인가 보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