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인정받은 방송작가들, 고용안정 먼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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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인정받은 방송작가들, 고용안정 먼 길
KBS·MBC·SBS, 방송작가 근로감독 시정지시 이행 결과 제출
KBS, 2년 미만 작가들 '최대 2년' 계약직 고용...2년 이상 작가 9명 행정직으로 '무기계약'
"정규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근로감독 취지 무색"
  • 손지인 기자
  • 승인 2022.02.11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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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3사 사옥 ⓒPD저널
지상파 3사 사옥 ⓒPD저널

[PD저널=손지인 기자] 지상파 3사가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방송작가 152명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라는 시정명령의 이행서를 지난 10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KBS는 근로 기간 2년을 채우지 못한 작가들은 최대 2년 기간의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2년 이상 근무한 작가 9명은 행정직종으로 변경해 무기계약을 맺었다. 재계약 없는 계약직, 무기계약직 전환 불가는 방송작가도 '노동자'라는 인정을 받은 근로감독 결과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KBS·MBC·SBS의 보도·시사교양 부문 방송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근로감독 결과 작가 363명 중 152명(약 42%)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위탁계약을 벗어난 업무를 수행하고 방송사로부터 상당한 지휘 감독을 받은 KBS 70명, MBC 33명, SBS 49명의 작가는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한 차례 시정지시 이행 기간을 연장한 지상파 3사는 지난 10일 노동청에 이행 결과를 제출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지상파 3사 모두 10일에 이행 결과 서류를 제출했다”며 “제출 서류를 토대로 이행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BC와 SBS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언급을 꺼렸고, KBS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라는 작가 70명에 대해 '계약직', '행정직으로 무기계약직 전환', '의사를 반영한 프리랜서 유지' 등의 이행 결과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근로 기간이 2년이 안 된 다수의 작가들은 최대 2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1년 6개월을 근무했으면 6개월짜리 단기 계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KBS는 무기계약 대상인 2년 이상 근무 작가들에게는 '행정직으로 직군 변경 뒤 무기계약직 전환' '프리랜서 유지' 두개의 선택지를 제시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11명 중 9명이 행정직으로 직군을 바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2명은 프리랜서로 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KBS는 "2년 이하 근무 작가들은 최대 2년 기간으로 기간제 계약을 맺고, 재계약을 못 한다. 2년을 넘어가면 또 무기계약 대상이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무기계약 대상자인 작가 11명 중 9명은 행정직으로 전환해 무기계약을 맺는 것으로 결정됐다. 방송작가로 무기계약직을 전환되면 동일 업무를 하는 프리랜서 작가와 차별성이 생길 수 있어 행정직 변경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70명 중 방송작가로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는 작가는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앞서 청주방송 근로감독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작가 5명도 사무직으로 직군을 변경해 정규직 계약을 맺거나 '기간제 계약직', '프리랜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김한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장은 “작가 일을 정규직으로 할 수 없다는 거 자체도 말이 안 된다. 지금까지 근로자처럼 작가들이 일을 해왔고, 그래서 이번 근로감독으로 152명의 작가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거 아닌가. 그럼에도 정규직으로 작가 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노무사는 “적어도 작가라는 직군은 정규직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근로감독의 취지는 지금까지 작가로서 일했던 근로실질을 반영해 근로계약을 체결하라는 것이다. 근로감독 결과로 하고 싶었던 작가 일을 포기하는 경우가 이어지면 근로감독의 의미가 무색해진다"고 말했다.

'행정직 전환', '재계약 불가' 등의 이행 결과가 위법하진 않다라도 근로감독의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행정직 전환이) 이번 근로감독의 취지 등을 생각하면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면서도 “작가님들의 의사에 반해서 일방적으로 한 게 아니라면, 그 자체를 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 시정지시 이행 결과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작가들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 노무사는 "방송사 비정규직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사례가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비록 법에는 어긋나지 않더라도 애초에 근로감독 취지에 반하는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권고 조치 등이 있어야 한다. 근로계약을 맺은 작가들에 대해서도 그동안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지급되지 않았던 여러 수당들이 제대로 지급되는 지 등을 계속 관리·감독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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