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박원장’, 짠내 폭발하는 생계형 개업의 현실 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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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 박원장’, 짠내 폭발하는 생계형 개업의 현실 풍자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 의학드라마 외피 썼지만, 영세자영업자 현실 엿보여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2.1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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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 영상 갈무리.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 영상 갈무리.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감기 증세 등으로 내과를 방문했다면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붙어있는 갖가지 ‘주사 처방’ 문구들을 본 적이 있을 게다. 거기에는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은 물론이고, 특정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사도 빠지지 않는다. 이제는 익숙해져 별로 이상할 것 없는 것들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마치 슈퍼마켓이나 정육점 같은 곳에 가면 붙어 있는 각종 광고 문구들처럼 느껴진다.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라는 공간과 무언가 ‘장사’의 뉘앙스가 풍겨 나는 그 상업적 문구들이 묘하게 이질감을 준다. 

그래서 때론 그 곳을 운영하는 개업의들은 환자의 병을 치료해주는 의사지만, 동시에 장사꾼 같은 인상을 줘 혹여나 과대진료로 속지 않을까 잔뜩 경계하는 환자들도 있다. 동네병원은 이처럼 의사들의 의료행위와 장사라는 영업행위가 더욱 도드라지게 겹쳐지는 공간이다.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은 바로 이 지점을 포착했다. 의과대학 시절 생명의 시그널을 놓치지 않겠다며 사명감을 갖고 선택한 내과지만, 막상 개업을 하니 그 곳을 운영하지 않으면 망할 현실을 마주한다. 의사가 무슨 마케팅이냐고 자존심을 세우던 박원장(이서진)은 그러나 맘 카페에 올라온 글 하나가 병원을 파리 날리게 만들어 버리자 아이디를 만들어 호평 가득한 글을 올려놓는 ‘온라인 마케팅’에 뛰어든다. 또 진료보다는 방송에 나와 떠드는 이야기로 더 많은 돈을 버는 ‘쇼닥터’가 의사냐고 말했다가도 작가와 줄을 대달라는 속물적인 속내를 드러낸다. 

<내과 박원장>이라는 시트콤이 만들어내는 코미디는 그럴 듯해 보이는 의사 박원장이 실상은 짠내 가득한 현실에 치이는 적나라한 반전 모습에서 나온다. 의사가 됐을 정도로 똑똑해 보이지만 박원장은 개업병원에서 잔뼈가 굵은 수간호사 차미영(차청화)에게 여지없이 휘둘리는 인물이다. 적당히 일하며 봉급만 챙겨가려 하고 심지어 영화 <기생충> 마냥 정체를 숨기고 아들까지 간호사로 채용하는 차미영이니 말이다.

남편이 의사인데 유사과학에 빠져 사재기를 일삼는 아내 사모림(라미란) 때문에 황당해하고, 꽤 돈을 벌어 여유로울 것 같지만 같은 건물에서 개업한 다른 의사들이 틈틈이 찾아와 믹스커피를 빼먹는 걸 너무나 아까워하는 의사라니. 이미지를 뒤집는 현실적인 반전 모습으로 <내과 박원장>은 웃음을 만들어낸다.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 포스터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 포스터

의학 드라마들이 주로 다뤄온 의사들은 힘들지만 생명을 구해냄으로써 환자들의 존경을 받는 외과의사들이거나, 천재적인 의술로 병원 내 권력과 싸우는 의로운 의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내과 박원장>의 의사 박원장은 그 어느 부류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들처럼 멋진 삶이 펼쳐질 줄 알고 ‘의사의 길’로 뛰어들었지만 만만찮은 현실의 질곡을 겪으며 머리가 다 빠져 대머리가 되어버린 의사다. 겉보기엔 그럴 듯한 모습의 박원장이 자리에 앉아 가발을 벗고 대머리를 드러내는 장면은 이 시트콤이 하려는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내과 박원장>은 시트콤이라는 형식을 취해 이 웃픈 상황들을 과장된 코미디로 그리지만, 그 현실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개업의들은 실제로 생명을 다루는 숭고한 일을 하는 의사로서의 정체성과 하루하루 영업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사업주체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이 시트콤에 등장하는 강남에서 성형외과로 큰돈을 벌고 있는 박원장의 친구처럼 아예 대놓고 돈을 벌자고 나서는 개업의들이 있는 반면, 생계를 위해 때론 마케팅에 뛰어들기도 하면서도 결국 의사라는 본분을 애써 지키려는 박원장 같은 개업의들도 있다. 

그리고 이건 의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만의 사업체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이 애초 그 일이 가진 이상적인 본질들(이를 테면 손님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식의)을 추구하지만, 점점 장사꾼이 되게 만드는 만만찮은 현실 앞에 놓이곤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과 박원장>은 의학드라마지만 개업이라는 같은 처지에 놓인 영세사업자에 대한 이야기처럼 다가와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속물화를 에둘러 꼬집는 것처럼 느껴지는 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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