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참상 실시간 중계가 알권리? 댓글창 전쟁게임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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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유튜브 채널,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 CCTV 생중계 나흘째
MBC "교전 장면 등 자극적인 영상은 없어.. 부적절한 댓글 관리할 것"
"참혹한 현지 상황 생중계 목적 있나...전쟁보도준칙 마련 필요"

유튜브 채널 'MBCNEWS'의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 생중계 화면.
유튜브 채널 'MBCNEWS'의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 생중계 화면.

[PD저널=장세인 기자] 지난 24일 러시아 침공을 시작한 우크라이나 상황이 방송사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고 있다. 현지의 상황을 전달해 관심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방송사들까지 나서 전쟁의 비극을 전시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MBC의 유튜브 채널 <MBCNEWS>, <엠빅뉴스>와 KBS의 <KBS News>는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침공 생중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채널의 생중계는 대피한 시민들, 아이들, 총을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 폭격을 당해 불이 난 아파트에 진입하는 구조대 등의 얼굴과 목소리를 적나라하게 전달한다.

<MBCNEWS>의 <[끝까지 LIVE]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현지 상황 실시간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영상은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 인근 CCTV 영상을 보여주고 있는데, 댓글에는 “우크라이나는 계속 전쟁을 진행해서 우리에게 재미를 선사해라”, “총력전 들어가자” 등 우크라이나 상황을 흥밋거리로 치부하는 글이 여럿이다. 

MBC는 유튜브 생중계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끝까지라이브]는 시청자의 알 권리 차원에서 뉴스 가치가 있는 현장 영상을 ‘있는 그대로’ 실시간으로 전달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MBC는 “교전 장면 등 자극적인 영상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일부 부적절한 댓글은 더 세심하게 관리하겠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관련 뉴스 리포트나 프로그램을 삼입해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현재 자국 영토가 침공당하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비난이나 장난스러운 댓글, 그리고 이번 사안과 관계없는 댓글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 의도와 달리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 생중계는 전쟁의 심각성을 감추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CCTV 생중계를 통해 얻는 실익보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의 인권 침해 우려가 큰데도, 악성 댓글 등에 수수방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는 “CCTV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또 순간적으로 사고가 일어난다면 이를 보는 이들의 2차 피해도 일어날 수 있다. 전쟁 중인 나라의 CCTV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그 목적이 궁금할 정도”라고 꼬집으며 “글로벌 시대에 여러 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전쟁을 CCTV로 생중계 할 정도의 정당성은 없으며 미디어의 역할인 ‘관점’ 역시 빠져있다"고 말했다. 

윤여진 상임이사는 “언론인들의 전쟁보도준칙 마련 논의가 필요하다. 전쟁 보도의 경우 전쟁의 참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구조적인 개선에 대해 보여주는 것이 맞다”면서 “지금은 디지털 시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한국 언론에서 정보를 얻는 통로가 약하고 그러다 보니 여러 관점을 담아내는 것도 어렵다. 언론이라면, 특히 아무리 유튜브 채널이라도 공영방송이라면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약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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