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침략국 발음 표기 큰 상처" 호소에 우크라식으로 지명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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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 "침략국 발음 표기 큰 상처" 호소에 우크라식으로 지명 변경
KBS 시작으로 대다수 방송·신문, 우크라 수도 '키이우'로 표기...일부는 '크이우'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려는 한국 사회 의지 느껴”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2.03.03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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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1' 방송화면 갈무리.
KBS '뉴스1' 1일자 방송화면 갈무리.

[PD저널=장세인 기자] 우크라이나의 지명을 러시아어가 아닌 현지어로 표기해달라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요청과 국립국어원의 권고를 대다수 언론들이 받아들여 '키이우'(우크라 수도) 등으로 우크라 지명 표기를 변경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의 지명 9개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의 지명이 침략국인 러시아의 발음으로 한국에서 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아픔이 되어 왔다”며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지명을 우크라이나식 발음으로 표기해달라”고 호소했다.

기존에 '키예프, 크림반도, 리보프, 니콜라예프, 체르니고프, 하르코프, 루간시크, 드네프르, 키예프 루시 공국'이라고 표기하던 것을 '크이우, 크름반도, 르비우, 므콜라이우, 체르느히우, 하르키우, 루한시크, 드니프로, 크이우 루시 공국'으로 표기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국립국어원도 지난 2일 ‘우크라이나어 한글 표기 자료’를 통해 우크라이나 지명을 우크라이나어 발음대로 표기하되 외래어 표기법을 적용한 표기법을 제시했다. 러시아어 발음대로 오랫동안 표기해왔기 때문에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러시아어 발음과 병기하도록 권고했다.

국립국어원 측은 빠르면 다음주에 정부·언론 공동 외래어 심의위원회를 열어 2주 이내로 확정된 표기 자료를 공표할 예정이다.

언론사 중에는 KBS가 가장 먼저 지명 표기를 바꿨다. 

KBS는 1일 저녁 <뉴스9>에서 “KBS는 오늘부터 우크라이나 지명을 러시아어가 아닌 우크라이나어를 기준으로 전해드린다”며 “대표적으로 수도는 키예프에서 ‘키이우’로, 제2의 도시 하리코프는 ‘하르키우’로 서부의 리비프는 ‘리비우’로 바꿔 부른다. 외래어는 그 나라 발음에 최대한 가깝게 표기한다는 국립국어원과 KBS 한국어연구부의 자문을 거쳤다”고 했다.

다음날 MBC와 SBS, 종합편성채널들도 러시아어가 아니라 현지어로 소식을 전달하겠다고 알렸다. 

종합일간지도 3일부터 우크라이나 지명을 현지어로 바꾸거나 러시아어와 병기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이날 2면에 <앞으로 키예프를 우크라이나어 ‘키이우’로 씁니다> 알림을 내고 “이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의 요청과 국립국어원의 새 우크라이나어 표기 지침에 기반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1면에 <키예프 대신 키이우... 우크라 발음으로 표기> 알림을 내고 “다만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처음엔 ‘키이우(키예프)’ 식으로 기존 러시아식 발음 표기를 괄호 안에 병기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도 2면에 <우크라이나 현지 발음대로 ‘키예프’ → ‘키이우’로 표기> 알림을 내고 “러시아어 표기법에 따라 써왔던 우크라이나 지명을 2일부터 우크라이나 현지 발음대로 표기한다”며 “혼돈을 줄이기 위해 기존 지명 표기를 당분간 병기한다”고 전했다. 

뉴시스와 <머니투데이>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서 제시한 '크이우'로 표기하고 있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이 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언론사들의 즉각적인 수용 움직임을 반기면서 현지어로 지명을 바꾸는 운동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지명 표기 요청 이후 많은 분들이 응원과 피드백을 주셨고 언론에서도 빠르게 표기를 변경하는 것을 보고, 러시아의 점령에 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한국 사회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면서 “우크라이나 지명의 러시아식 표기 문제는 오랫동안 있어왔다. 이번에 제안한 9개의 지명 변경, 병기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요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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