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시니어 예능, 편견 빼고 공감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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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씽어즈' '진격의 할매' 시니어 전면에 내세운 예능 인기

첫 방송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순항 중인 JTBC '뜨거운 씽어즈' 포스터.
첫 방송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순항 중인 JTBC '뜨거운 씽어즈' 포스터.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시니어가 방송가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지금까지 고령 인구가 시청하기 편한 오전 시간대에 시니어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에는 시니어를 전면에 앞세운 프로그램이 눈에 띄고 있다. 그동안 방송가에서 고령 인구에 관한 관심이 부차적이었던 것과는 달라진 기류다.  

2025년 고령자 비중(65세 이상)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 시니어는 놓칠 수 없는 타깃이다. 더불어 60대 이상 시니어가 젊은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는 유튜브와 팟캐스트 등의 영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방송가에서도 시니어와 색다른 소재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방송가에서 시니어에 관심을 가진 배경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 속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심한 결과다. 2010년대 중반에 방영된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통해 시니어 예능의 흥행을 맛본 뒤, 2019년 이후 트로트 열풍은 시니어에 관한 관심을 지폈다. ‘본방 사수’에 미적지근한 2030 시청자보다 TV 시청을 즐기는 시니어층을 공략해 높은 화제성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을 감지한 방송사들은 시니어와 전형적인 소재를 결부하는 방식을 벗어나 시니어를 프로그램의 간판으로 앞세우거나 색다른 소재를 결합하고 있다. 이는 시니어 시청층뿐 아니라 젊은층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지난 1월부터 채널S에서 방송 중인 <진격의 할매>는 시니어 솔루션 프로그램이다. 고민 상담류는 새로운 포맷은 아니지만, 출연자에 따라 프로그램의 색깔이 달라진다.

인생 경험이 도합 238세인 배우 김영옥, 나문희, 박정수는 젊은층의 진로, 연애, 사회생활 등 분야를 막론한 고민 상담사를 자처하고 있다. 때로는 스타와 일반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기도, 때로는 귀가 얇아 연속 사기를 당한 사연자에게 따끔한 ‘돌직구’을 던지며 진심 어린 조언을 전한다. 그 결과 <진격의 할매>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는 데 성공하며 당초 12부작에서 24부작으로 연장이 확정된 상태다. 

채널S '진격의 할매'
채널S '진격의 할매'

지난 14일 방송을 시작한 JTBC <뜨거운 씽어즈>도 신선한 포맷으로 힐링을 선사한다. 시니어 합창단의 도전기를 그린 포맷으로 김영옥, 나문희를 비롯해 김광규, 장현성, 이종혁, 윤유선, 서이숙 등 중장년층이 대거 참여한다. 무엇보다 시니어가 자신의 분야가 아닌 새로운 분야인 ‘합창’에 도전하면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첫 방송에서 김영옥이 무대에서 노래를 마친 뒤 “긴장해서 연습할 때보다 못한 것 같다”라며 아쉬워하자, 나문희는 “오히려 더 좋았다”라고 응원하는 등 기존 음악 예능과 달리 경쟁이나 탈락도, 화려한 기교도 없지만, 오히려 편안함을 선사하며 첫 방송 시청률 4.8%(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시니어의 활약은 방송가뿐 아니라 뉴미디어 영역에서도 두드러진 지 오래다. 유튜브에서는 ‘박막례 할머니’ 채널과 ‘밀라논나’ 채널이 대표적이다. 박막례 할머니는 구독자 136만 명을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뷰티 메이크업, 레시피, 여행 등 분야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도전과 이색적인 콜라보레이션은 시니어층뿐 아니라 젊은층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치매에 걸린 친언니와의 여행기를 공개해 노년의 삶을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밀라논나’ 채널을 운영하는 장명숙 씨는 현재 9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 중이다. 밀라노에서 유학한 최초의 한국인으로서 주력 분야인 패션부터 자기 관리, 커리어를 비롯해 식단, 친환경 살림 등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방송계와 뉴미디어 영역에서 선전하는 시니어 콘텐츠는 고령자를 수동적이고 단편적인 모습으로 바라보거나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이 듦은 쇠퇴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관점으로 ‘액티브 시니어’의 활약을 재발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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