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호출 응한 KBS‧방문진...왜 거부 못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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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호출 응한 KBS‧방문진...왜 거부 못했나
방문진 28일 인수위 간담회 참석...KBS는 30일 예정
인수위 '보도 편성 사항 제외' 못 박아.."거부 사유 찾기 어려워"
"부당한 소환 거부 했어야"...나쁜 선례 우려
  • 엄재희 기자
  • 승인 2022.03.29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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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문화진흥회는 28일 인수위와 간담회를 가졌고, KBS는 30일 진행될 예정으로 보인다.

[PD저널=엄재희 기자] KBS와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는 비판이 나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호출'에 응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은 28일 인수위와 간담회를 가졌고, KBS는 오는 30일 오전 열리는 인수위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방문진은 사무처장이 간담회에 다녀왔고, KBS는 전략기획실장 등이 참석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언론계에선 '부적절한 소환'이라며 간담회를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두 곳 모두 내부 검토를 거쳐 간담회 참석을 결정했다. 

방문진 측은 참석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인수위 간담회 요청이 왔을 때 거부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가 중요했는데, 거부할 만한 사유가 없었다. 법률적 문제도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방문진과 인수위의 간담회는 MBC 경영상황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KBS 관계자는 “국회를 통해 처리되어야 할 공사(KBS) 현안들이 많고,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정책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는 사안도 있다”며 “보도와 편성에 대해 의견을 묻는다면 참석할 수 없지만, 새 정부에서 논의될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의 자리라고 해서 참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KBS와 방문진 간담회 추진과 관련해 비판이 제기되자 “업계 릴레이 간담회 일환”이라며 “보도·편성과 관련된 사항은 원천적으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업계 ’의견 청취‘를 간담회 명분으로 내세웠고, KBS·방문진뿐만 아니라 간담회 대상을 넓게 잡아 거부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수위가 정한 ‘미디어·ICT 업계 릴레이 간담회’ 대상에는 방송협회와 IPTV방송협회, 드라마제작사협회 등 사업자단체와 기자협회, 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현업단체들도 포함됐다. 대상에 오른 다른 단체들도 간담회를 앞두고 있거나 인수위 측과 일정을 조율 중이다. 업무보고 대상에 포함됐다가 빠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28일 오후 인수위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언론의 독립성 침해 우려 속에 법적 근거 없이 이뤄진 간담회는 나쁜 선례로 남을 공산이 크다. 새 정부 미디어 정책 수립을 위한 의견 수렴이라는 논리로 인수위가 공영방송사 관계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최성혁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은 “인수위의 일방적인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방문진의 입장은 이해한다”면서도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서 인수위의 부당한 소환을 거부하는 것이 마땅했음에도 (간담회에 참석한 결정이)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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