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발판 삼아 새로운 가능성 보여준 '사내맞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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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발판 삼아 새로운 가능성 보여준 '사내맞선'
5일 종영 SBS '사내맞선', 연출과 캐릭터 힘으로 기대 이상 흥행
  • 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2.04.0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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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종영하는 SBS '사내맞선'
5일 종영하는 SBS '사내맞선'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5일 종영하는 SBS <사내맞선>은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 첫 방송 시청률 4.9%로 시작해 방송한 지 6회 만에 10%대까지 급상승하며 월화드라마 1위 행진을 이어갔다. 시청률 가뭄 속에서 흔치 않은 반응이다.

동명의 웹소설‧웹툰을 원작으로 한 <사내맞선>은 평범한 회사원과 회사 사장과의 로맨스라는 전형적인 설정 탓에 크게 주목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됏다. 하지만 방영이 거듭될수록 웹소설‧웹툰 특유의 매력을 담은 연출, 진입장벽이 낮은 스토리와 빠른 전개로 입소문을 타면서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사내맞선>은 웹소설 원작으로 시작해 웹툰으로 각색되고 드라마화된 작품이다. 웹소설‧웹툰의 누적 열람 건수를 합산하면 3억 5천만 건 이상으로 이미 인기가 검증됐다. 그러나 웹소설‧웹툰의 성공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직결되지 않는다. <사내맞선>처럼 로맨스 웹툰 특유의 설정을 현실로 옮겨와 드라마화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스토리 측면에서도 한계가 분명해 보였다. 회사원 신하리(김세정)가 친구를 대신해 나간 맞선 자리에서 자신의 회사 대표인 재벌 3세 강태무(안효섭)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고전적인 신데렐라 플롯인 만큼 자칫 시청자에게 진부함을 안겨줄 수 있는 스토리이다.

이러한 한계를 딛고 선 <사내맞선>은 ‘보는 재미’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간 웹툰을 원작으로 한 다수 작품이 현실적인 영상과 구성으로 바꾸는 데 집중하다가 웹툰과 드라마 사이 애매한 정체성으로 실패를 맛봤다면, <사내맞선>은 확실히 노선을 택했다. 마치 웹툰을 영상으로 보는 듯한 만화적 장치를 곳곳에서 허용했다. 예컨대 신하리의 휴대폰에서 강태무 사장을 상징하는 시조새가 튀어나오고, 웹툰 이미지가 자주 등장했다. 빚더미에 앉은 신하리의 과거를 설명할 때도 한 편의 연극처럼 설명하는 등 웹툰과 웹소설을 본 독자의 상상력을 충실히 표현했다.

SBS '사내 맞선'
SBS '사내 맞선'

만화적 허용으로 붕 뜰 수 있는 지점은 원작이 지닌 캐릭터의 힘으로 중심을 잡아갔다. 전형적인 로코물이라도 시청자의 인기를 얻는 건 결국 캐릭터의 매력이다. 강태무는 백마 탄 왕자님이지만, 시대적 흐름에 뒤처지는 남성상으로 대표되지 않았다. 강압을 앞세우기보다 상대를 소중히 여기고 배려한다. 신하리도 무작정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상으로 그리지 않았다. 오히려 강다구 회장이 강태무와의 연애를 반대하며 사표를 독촉하자 신하리는 자신이 회사에 바친 역량과 열정을 앞세우며 사표를 거부하는 등 “내 인생의 주역”이라는 모토를 지켜냈다.

연출과 캐릭터의 힘으로 성공을 맛본 <사내맞선>은 또 다른 가능성을 증명했다. 원천 스토리의 2차 창작으로 ‘IP(지식재산권) 열풍’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2017년 해화 작가의 웹소설과 2018년 웹툰으로 연재된 후 드라마화된 <사내맞선>은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며 흥행하고 있다.

넷플릭스 시청시간을 공개하는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TOP) 10의 비영어권 드라마 부문에서 3월 3~4주 차 연속 1위를 달성했다. OTT 콘텐츠의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3월 넷째 주 TV쇼 월드랭킹 부문 4위, 마지막 주 5위로 선전 중이다. 드라마 방영을 계기로 웹툰 다시보기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태국에서는 방영 전보다 조회 수가 10배, 인도네시아와 대만에서는 13배가량 급등했다. 시작은 하나의 IP였지만, 다양한 매체로 퍼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사내맞선>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장르라도 ‘어떻게’ 연출하고, 스토리를 풀어가는지에 따라 시청자의 호응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웹툰‧웹소설의 검증된 인기에 기대기보다 클리셰와 드라마 장르에 걸맞은 영상 문법을 영리하게 활용했다는 점이 <사내맞선>이 남긴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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