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모금운동에 가짜뉴스 팩트체크...고려방송, 지역언론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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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고려인 80명 항공권 지원 받아 고려인마을 정착
3월 문 연 고려방송, "국내외 고려인들 문의·피해 제보 줄이어"
고려방송 듣고 한국행 사례도...매시간 '피난 정보'·'전쟁 상황' 정보 제공

고려인마을이 운영하는 고려방송은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난을 돕는 모금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지역언론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고려방송 스튜디오 모습.   ©고려방송 제공
고려인마을이 운영하는 고려방송은 우크라이나 고려인 피난을 돕는 모금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지역언론으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고려방송 스튜디오 모습. ©고려방송 제공

[PD저널=장세인 기자]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이 러시아의 공격을 피해 한국땅을 밟고 있다. 지난 3월 1일 개국한 공동체라디오 광산FM(이하 고려방송)은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들의 귀환을 돕는 모금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등 지역언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지난 12일까지 고려인 동포 80명이 한국에 입국했다. 루마니아, 폴란드, 독일, 슬로바키아 등에서 항공권 지원을 대기하고 있는 동포들은 125명에 달한다.

일제강점기에 옛 소련지역으로 넘어간 이주민의 후손들이 광주 광산구 월곡동에 모여 만든 고려인마을은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국내 귀환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 15일 시작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동포 국내 귀환 돕기 모금운동'으로 지난 12일까지 1억 2500여만원이 모였다. 십시일반 보내준 모금액으로 고려인마을은 고려인 동포들의 항공권과 원룸 보증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천영 고려인마을 공동대표(고려방송 대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을 때 고려인마을에서 가게를 하시는 한 고려인 동포가 500만원을 가져다주시면서 혹시 전쟁통에 우리 동포 중 도움이 긴급히 필요한 분이 계시면 써달라고 했다. 그걸 계기로 모금운동이 점점 커졌고,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 향후 200명 정도를 더 후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려인마을이 세운 고려방송은 모금운동과 함께 우크라이나 현지 상황을 알리는 방송도 매일 내보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추진한 공동체라디오 사업에 선정돼 지난 3월 개국한 고려방송은 광주 서구·북구, 나주시 일부 등을 가청권으로 지역소식을 전하고 있다. 

고려방송 앱을 설치하면 해외에서도 고려방송을 들을 수 있어 청취자 중에는 우크라이나 고려인들도 적지 않다.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에서 고려방송을 듣고 한국행을 결심한 고려인도 있다고 한다. 

이믿음 고려방송 PD는 "자녀와 부모를 한국에 데려가도 되는지, 무료진료소, 법률 지원단 등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얼마나 있는지 등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의) 다양한 문의가 들어오는데, 방송에서 답변을 하면 이후 질문이 줄어든다”며 “우크라이나 현지에 있는 고려인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영방송은 편향적이고 제3국인 한국에서 보는 정보의 사실성이 높다고 생각해서 (뉴스나 소문의) 팩트체크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방송은 우크라이나 고려인들과 국내에 거주한 고려인들의 문의 내용을 취합해 매시간대에 두차례 피난 지원 관련 정보와 전쟁 상황 '팩트체크'를 하고 있다.   

이믿음 PD는 “러시아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은 언론 통제로 상황을 모르고 있고, 고려인마을에 있는 고려인 중에도 푸틴을 지지하는 분들도 있다”며 “마을에 거주하는 고려인 중에 우크라에 있는 집이 폭격을 당하거나 가족들이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어 방송에서 이런 내용을 생생하게 증언한 뒤로는 마을 내에 언쟁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고려인마을에서 광주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고려인 동포들에게 긴급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고려방송 홈페이지
고려인마을에서 광주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 고려인 동포들에게 긴급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고려인마을

우크라이나에서 피난을 온 고려인들의 정착을 돕는 것도 고려인마을의 과제다. 고려인마을과 고려방송은 이들이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능력을 키우는 게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피난을 온 고려인 중에는 한국말이 익숙치 않은 청소년, 아동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방송은 한국말이 서툰 고려인들을 위해 매일 두 차례 러시아어로 <한국어수업 초중급> <한국어수업 중고급>을 편성하고 있지만, 강사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형편이라서 한계가 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지난 1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고려방송에 방문했을 때 이천영 대표는 한국어 교재 개발, 보급 등을 위한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 

이믿음 PD는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고려인 아이들에게는 러시아어와 우크라이나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콘텐츠가 필요한데 그런 콘텐츠는 많지 않다. 방통위에서 향후 논의를 통해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콘텐츠를 제작·지원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고려인마을 측에서 요청한 한국어 교재 지원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고려방송의 활약은 지역에 밀착한 '동네언론'인 공동체라디오의 가치를 입증한 사례이기도 하다. 

방통위가 공개한 고려방송 방문 영상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우크라이나에서 고려인분들 귀국하시는데 고려방송에서 모금을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미 있는 일들이 가능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고려방송 때문에 공동체라디오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느끼게 됐다. 소규모의 공동체라디오들이 전국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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