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의혹에 조국 호명한 언론, 결론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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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의혹에 조국 호명한 언론, 결론은 다르다?
정호영 의혹 보도 쏟아지고 있지만...‘조국과 똑같이 보도했다’ 알리바이 아닐까
  •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 승인 2022.04.22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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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2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PD저널=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문재인 정부의 패착’의 대명사처럼 틈만 나면 언론이 소환하는 조국 전 장관을 또 언론이 호명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아니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때문이다. 정 후보자는 자녀의 경북대 의대 학부 편입 과정에서의 ‘아빠찬스’ 의혹, 소위 ‘조국 사태’와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정호영 의혹’ 언급 보도는 1303건(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준)에 이르며 이중 42%인 548건이 ‘조국’을 함께 썼다. 이 중에는 “조국 사태 닮아가는 정호영 의혹” “제2조국 사태”와 같은 제목들도 즐비하다. 의혹이 비슷한지도 따져봐야 하지만, 비슷하다고 해서 저런 호명을 해도 괜찮은 걸까? 언론은 2019년 ‘조국 사태’에서 ‘아빠찬스’ 보도에 있어 스스로 만든 기준을 피할 수 없는데 정치 상황이 달라졌다.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어떻게 피하느냐가 관건이다. 언론은 이 난제를 어떻게 풀고 있을까?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정 후보자 자녀 의혹 관련 단독보도만 56건이다. ‘조국 사태’와 무관하게 적은 양이 아니다. 적어도 적극성에 있어서는 ‘이중잣대’ 비판을 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 차이점이 있다. 조국 전 장관과 달리 정호영 후보자를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를 찾기가 어렵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자녀 의혹 보도 시작과 함께 <외교생이 병리학 논문 1저자라니 수사해야 한다>(조선일보 2019.8.21.)와 같은 제목의 사설이 쏟아졌지만 정 후보자의 경우 의혹 보도가 시작된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정 후보자 관련 사설 41건(빅카인즈 기준) 중 ‘검찰 수사 필요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동아일보> 사설 <복지장관 후보자 자녀 ‘아빠 찬스’ 의혹, 수사 대상 아닌가>(4.15) 등 2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청문회에서 철저히 규명’ ‘인사 검증 실패’ ‘지명 철회’와 같은 의견이다.

이런 보도 양상은 김준일 뉴스톱 대표가 지난 19일 CBS라디오에서 ‘언론과 정치권에서 나온다’고 언급한 ‘인간방패설’과 오버랩된다. ‘정호영 후보자를 방패삼아 다른 후보를 향한 의혹 공세를 방지하고 정 후보자는 적절한 시기에 사퇴한다’는 분석인데, 실제로 ‘자진사퇴설’에 불을 지피는 보도도 상당수다.

<중앙일보>는 4월 16일, ‘대구의 정 후보자 지인 A씨’라는 신선한 출처로 ‘정호영 자진사퇴 직접 언급’을 단독 보도했고 이후 ‘윤석열 측, 정호영 대안 고민 중’이라는 식의 보도가 쏟아졌다. ‘익명의 윤핵관’발로 ‘후보자 한풀이 기회 준 뒤 적절한 시점에 자진사퇴’라는 ‘구체적 계획’도 보도됐다.

정 후보자는 17일 반박 기자회견을 했고 그 전까지 ‘불법 여부가 중요하다’던 당선인 측은 19일 “법적 책임 넘어 도덕성까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언론이 취재를 잘해서 예견이 들어맞고 있는 것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언론은 ‘한풀이 후 사퇴’라는 ‘판’을 깔았다.

SBS의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보도 장면.
SBS의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 보도 장면.

그래서일까. 검찰의 행보도 다르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 관련 의혹 보도는 2019년 8월 20일 ‘논문 공저자 의혹’에서 시작됐는데 당시 검찰은 일주일만인 8월 27일 곧바로 압수수색을 했고 9월 3일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또 압수수색을 벌였다. 고작 3일이 지난 9월 6일, 공소시효가 만료되고 조 전 장관의 인사 청문회가 열린 이날 검찰은 소환조사도 없이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다.

검찰 압수수색이 시작된 8월 27일부터 ‘검찰발 보도’가 쏟아졌는데, ‘정경심 징역 4년’의 출발점이 된 SBS ‘직인 파일 단독보도’(2019.9.7.)가 대표적 사례다.

반면 정호영 후보자에 대한 검찰 수사 소식은 첫 의혹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직 요원하다. 경찰은 21일 정호영 자녀 '의대 편입' 특혜에 대한 수사에 들었다.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조국 사태’와 달리 ‘검찰발 보도’ 양상도 지금은 없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8월 1일부터 조국 전 장관이 임명된 9월 9일까지, 7개 종합 일간지의 ‘조국 의혹 단독’ 보도 중 명확히 출처가 표기된 89건 중 28건, 31%가 ‘검찰발’이었다. 반면 정호영 후보자 관련 단독보도 56건 중 검찰을 소스로 한 사례는 없다. 

차이점은 뚜렷한데 언론은 정호영 후보자 의혹에 ‘제2의 조국 사태’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다. 일부 사설은 정 후보자와 윤 당선인을 향한 비판의 결론이 ‘문재인-조국과는 달라야 한다’는 당부다. 정말 언론에게 있어 정호영 후보자 논란은 ‘제2의 조국 사태’일까? 일부 언론의 조언대로 ‘조국 이미지’만 피하는 게 차기 정부의 과제일까? 혹여 언론이 ‘조국과 똑같이 보도했다’는 알리바이를 구축하는 건 아닐까?

이런 의심을 걷어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조국’을 빼는 것이다. 언론이 정말 일관되게 엄밀한 검증을 하고 있다면 굳이 ‘조국’을 소환할 필요가 없다. 정 후보자 관련 의혹만 탄탄한 근거로 제시하면 그만이다. ‘조국 사태와 똑같이, 또는 더 나은 보도를 하는구나’라는 판단은 자꾸 ‘조국’을 쓰며 강조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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