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의 뉴스공장’ 징계, 논란 남기고 해산한 선거방송심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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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PD연합회 성명

ⓒTBS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20대 대선 선거방송심의위는 3월 1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경고’의 중징계를 내린데 이어 4월 8일 TBS의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이 결정을 끝으로 그날 해산했다. 선거방송심의위 관계자는 “대선 기간 내내 반복된 <뉴스공장>의 심의규정 위반에 대한 경고와 함께, 6월 1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를 앞두고 TBS에 공정한 방송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뉴스공장>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이번 조치가 비판적인 방송에 재갈을 물리는 방송 탄압의 신호탄이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먼저, 유튜브 방송인 <다스뵈이다>의 발언으로 <뉴스공장>을 징계한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 유튜브는 사적 영역의 방송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불법 유해 정보에 대해 시정 요구를 할 뿐, 더 이상의 심의는 하지 않는다. 이러한 유튜브 방송에서 개인 의견을 피력했다는 이유로 <뉴스공장>을 처벌한 것은 부적절한 것으로, ‘밉다고 처벌하는’ 중세의 마녀사냥을 연상시킨다. 이게 선례가 된다면 선거 때마다 선거방송심의위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방송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은 “이재명은 혼자서 여기까지 온 사람이다, 이제 당신들이 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방송심의위는 이 발언이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21조 3항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방송은 특정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표한 자 및 정당의 당원을 선거기간 중 시사정보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출연시켜서는 아니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TBS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기 위한 의도가 아니라 독자적으로 정치권력을 쟁취하는 사람에 대한 인물평”이라며 재심을 청구했다. “이재명이 우리 사회의 플랫폼이 될 자격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재명에 대한 ‘지지 공표’로 확대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방송심의위는 재심 청구마저 기각했다. 중징계 자체가 논란의 소지가 있는 마당에, 이에 대한 재심마저 기각한 것은 TBS의 정당한 권리를 부정한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선거방송심의위의 조치가 불합리한 이유는 또 있다. 문제가 된 김어준의 발언은 대선 137일 전에 나왔다. ‘공직선거법’은 대선 90일 이내의 발언을 규제할 뿐, 그 이전의 발언을 문제 삼지 않는다. 게다가 '경고'는 방송사 재허가 심사에서 벌점 2점에 해당되는 중징계로, 너무 가혹하다. 김어준은 <뉴스공장>에서는 이와 유사한 발언을 자제했다. 나름 객관성을 지키려고 노력한 정황을 참작해 줄 여지가 있는데도 중징계를 내린 것은 지나친 처사로 보인다.  

 선거방송심의위는 2020년 총선 때 <다스뵈이다>의 비슷한 사례에 대해 ‘문제 없음’ 판정을 내렸고, 이번 대선에서도 특정 후보 지지 내용이 담긴 자기의 저서를 유튜브에서 광고한 타 방송사의 진행자 이OO 씨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다. 따라서, 선거방송심의위가 <뉴스공장>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판정이자 자기모순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일관성이 부족한 선거방송심의위의 행태는 심의 의결의 신뢰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대선이 끝나자마자 새 권력 눈치보기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할 수 있다. 

 누구나 SNS와 유튜브에 자기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다매체 시대다. 개인의 발언에 대한 처벌 기준은 ‘명확성의 원칙’을 요하는 바, 무엇이 금지되고 무엇이 허용되는지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명료하게 규정해야 자의적 판단을 예방할 수 있고,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금까지 나온 구체적인 사례들을 종합하여 ‘지지 공표’에 대한 섬세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서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방송은 신문과 달리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특정 정당에 지지를 표명한 사람에게 진행을 맡기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기계적 중립을 금과옥조로 여긴 나머지 주체적인 검증과 가치판단을 외면할 위험 또한 경계해야 한다. 어느 경우든 자의적인 판단으로 방송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것이다. 곧 다가올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이러한 비생산적인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2022년 4월 22일
한국PD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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