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플랫폼에서 활약 중인 WP·가디언…"주객전도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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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 플랫폼에서 활약 중인 WP·가디언…"주객전도될라"
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 '틱톡','인스타그램' 수백만 팔로워 거느린 해외 언론사 조명
  • 엄재희 기자
  • 승인 2022.04.29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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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만 팔로워를 가진 워싱턴포스트 틱톡 계정
130만 팔로워를 가진 <워싱턴포스트>의 '틱톡' 계정

[PD저널=엄재희 기자] 트위터와 페이스북 뒤를 이어 소셜 동영상 플랫폼이 새로운 뉴스 유통 통로가 될 수 있을까. 전통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워싱턴포스트>는 짦은 영상으로 MZ세대를 공략한 ‘틱톡’에 130만 팔로워를 보유하며 맹활약 중이고, 영국 <가디언>은 ‘인스타그램’에서 51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뉴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 독자를 잡기 위해 숏폼 동영상에 뛰어든 것인데, '주객전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29일 발표한 <2022년 해외 미디어 동향> 1호 보고서에서 해외 유력 언론사들의 소셜 동영상 플랫폼 진출 현황과 한계를 짚었다.

2019년 5월 틱톡 공식계정을 오픈한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팔로워가 130만명에 이른다. 전통 저널리즘 강자인 <워싱턴포스트>는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기 위해 근엄한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틱톡 영상에는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이 직접 등장하고, '아재개그'를 하거나 '먹방'을 하는 영상을 올리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영상도 찾아볼 수 있다. 보고서는 “이런 전략을 통해 <워싱턴포스트>를 구독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젊은 독자들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틱톡 영상이 저널리즘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보고서는 “신문에 게재되는 카툰이나 크로스 워드 퍼즐과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워싱턴포스트>의 입장을 전하며 “궁극적인 목표는 틱톡 이용자들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저널리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아재 개그까지 동원하면서 젊은층들과 호흡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이런 궁극적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일 따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틱톡 계정 운영 초기부터 다양한 사회 현상을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경찰의 잔인한 폭력을 계기로 시작된 비폭력 시민저항운동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운동을 비롯해 조직적인 인종 차별주의, 흑인 기자들의 근무환경을 다룬 영상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가디언>은 2022년 현재 '인스타그램'의 팔로워수가 510만 명에 이르고, 총 7천여 건의 콘텐츠를 올리는 등 소셜 동영상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가디언>은 '인스타그램' 동영상을 단순히 흥미 위주 이야기를 만드는 용도로만 사용하지 않는다"며 "텍스트보다는 영상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겨냥해 3분 남짓한 분량의 영상이나 사진을 편집한 카드 뉴스 등을 활용해 중요한 현안을 깔끔하게 설명해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가디언>은 인스타그램에서 주로 특정 주제를 시리즈 형태로 계속 내보낸다. 2016년 ‘브렉시트 바이트(Brexit Bites)’란 제목의 스토리를 통해 영국의 유럽연합 (EU) 탈퇴 관련 뉴스를 계속 전해줬다"며 "이런 방식을 통해 젊은층들에게 사회의 중요한 쟁점을 알기 쉽게 설명해줌으로써 장기적으로 <가디언>의 독자로 편입시키려는 전략이었다"고 풀이했다. 

510만 구독자를 가진 영국 <가디언>의 인스타그램 계정

아랍권 뉴스 전문 매체인 <알자지라>가 운영하는 동영상 전문 매체인 <AJ+>는 페이스북에서 1,156만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AJ+>는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서 스쳐 지나가는 이용자의 눈길을 잡아채기 위해서 '5초 내에 승부' '90초를 넘지 않는다' '소리를 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영상 설명을 잘 달아준다'를 콘텐츠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보고서는 "<AJ+>는 영상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페이스북 알고리즘을 고려한다"며 "그래야만 영상이 자동 재생될 때 흥미를 느끼고 곧바로 들어오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해외 미디어 업계의 숏폼 동영상은 흥미 위주가 전부는 아니다. 영국 공영방송인 BBC가 2018년 1월부터 시작한 '아이디어스'는 새로운 지식을 전달하는 고품격 숏품 콘텐츠를 전달하고 있다.

보고서는 "아이디어스가 다른 언론사의 숏폼 동영상과 가장 다른 점은 젊은층에만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점"이라며 "(아이디어스는)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찾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목적을 갖고 출발했다"고 전했다. 아이디어스의 영상은 최대 15분 분량이며, 주로 90초~8분 내외 영상이 대부분이다.

보고서는 숏품 동영상이 온라인 뉴스의 미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신중하게 내다봤다. 보고서는 "숏폼 동영상의 가장 큰 한계는 역시 ‘관심 독자층’의 범위다"라며 "대부분의 매체들은 숏폼 동영상을 그동안 자신들의 뉴스 상품이 제대로 닿지 않았던 미래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수단으로 활용 하고 있었고,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전략이긴 하지만, 온라인 뉴스의 미래 주역이라고 꼽기에는 조금 허전한 편이다. 저널리즘 경쟁력 강화라는 핵심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는 여전히 아웃사이더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뚜렷한 수익 구조모델이 없는 점도 문제다. 보고서는 "(수익 모델은) 숏폼 동영상에 대한 관심을 좀 더 확대하기 위해선 외면하기 힘든 현실적 고민이 아닐 수 없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숏폼 동영상에서도 중요한 건 저널리즘의 추구에 있다고 마무리 지었다. 보고서는 "언론사가 숏폼 동영상을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들의 저널리즘 활동을 더 많은 이용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만 지나치게 열광할 경우엔 주객이 전도될 우려도 있다는 사실을 늘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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