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MBC×대구MBC ‘빅벙커’…‘지방권력’ 민낯 벗겨낸 예산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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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벙커', 6·1 지방선거 앞두고 '지방의회 예산 추적'·'시장 공약 이행 점검' 특집 방송
'현미경 감시'에 "안 하면 안되겠냐" 불편함 내색하는 공무원들
"2017년 MBC 파업 이후 지역 견제 필요성 느껴...더 촘촘히 감시할 것"

부산MBC·대구MBC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 ©부산MBC 홈페이지.
부산MBC·대구MBC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 ©부산MBC 홈페이지.

[PD저널=장세인 기자] 부산MBC와 대구MBC가 공동제작하는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이하 <빅벙커>)는 부산·대구지역의 '지방권력'이 가장 불편해할만한 프로그램이다.   

2018년 부산MBC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빅벙커>는 2021년부터 대구MBC와 협업체제를 구축해 지역 예산이 잘 쓰이고 있는지 '현미경 감시'를 벌이고 있다. '예산 전문가'가 다 된 제작진의 예산 추적으로 그동안 감시받지 않았던 지방권력의 민낯이 속속 드러났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마련한 '지방의회 예산 추적 5부작'은 지방의회 의원들의 국외연구 보고서 표절, 겸직 실태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난 21일 방송된 ‘우리 동네 의원님들은 투잡 중’ 편에서는 사업체 대표로 있거나 임원으로 겸직 중인 전·현직 부산대구 시군구의원 5명이 지자체와 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밝혀냈다. 

<빅벙커>를 기획하고 연출을 맡고 있는 원혜영 부산MBC PD는 “이번 편을 준비하면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만 하면 큰 절차 없이 누구나 뻔히 지방의원 계약현황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의원들 업체는 지자체와 영리 목적의 계약을 맺을 수 없다는 지방계약법, 지방자치법을 수년 동안 지키지 않고 있었다”고 말했다. 

<빅벙커>는 MBC 노조 파업이 끝난 이듬해에 첫선을 보였는데, '파업 선물'의 성격이 짙다.  

원혜영 PD는 “MBC가 오랫동안 파업 상태를 겪은 후 지역 시민을 위한 지역 권력 견제 시사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빅벙커>를 기획하게 됐다"며 "당시 파업이 아이템에 대한 외압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볼 수 있는 경험이 됐고 <빅벙커>를 하면서도 자기검열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빅벙커> 주제 선정은 부산MBC와 대구MBC 제작팀이 함께 논의한 뒤 결정하고, 제작은 4개팀이 돌아가면서 맡는다. 취재 지역의 칸막이를 따로 두지 않고 대구와 부산을 오가며 취재를 하는데, 자연스럽게 공동취재가 이뤄지기도 한다.   

박귀영 대구MBC PD는 “작년에 100회 특집으로 방송된 ‘지역대학이 사라진다’ 편은 협업의 절정이었는데, 평소에는 서로 도와주는 정도였다면 해당 편은 부산의 A팀과 대구의 D팀이 촬영과 취재 모든 내용을 공유하면서 진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력과 토호세력이 얽히고설킨 지역에서 '예산 추적'이 말처럼 쉽진 않다. 

지난 13일 열린 한국PD대상 시상식에서 지역정규 부문 작품상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전성호 <빅벙커> PD(부산MBC)는 “지역 권력과 자본의 유착이 생각보다 촘촘하고, 언론과도 끊임없이 유착을 시도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빅벙커> 제작부장을 맡고 있는 김장원 부산MBC PD는 “광고부장으로 일할 때 지역 공무원에게 협찬을 위해 전화하면 ‘<빅벙커> 때문에 애를 많이 먹고 있다. 안 하면 안되겠냐’는 이야기를 한다"며 "기업체나 공공기관에서 (<빅벙커>와 관련해) 지인이나 (부산MBC) 사장, 국장에게 연락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박귀영 대구MBC PD는 “전파진흥협회에 제작지원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빅벙커>를 우스갯소리로 지자체와 공무원이 가장 싫어하는 프로그램 1위라고 소개했다. 취재를 위해 매주 어마어마한 자료와 전화 인터뷰 등을 요구하며 담당자들을 돌아가면서 괴롭히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자체와는) 불편한 공존을 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나 손해배상 소송도 몇 차례 들어왔지만, 가처분 신청 인용 결정이나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건 한 번도 없다. <빅벙커> 제작진이 부당한 압박이라고 느낄만한 방송사 윗선의 개입도 아직까지 없다고 한다. 

부산MBC·대구MBC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 방송화면 갈무리.
부산MBC·대구MBC '예산추적프로젝트 빅벙커' 방송화면 갈무리.

묵묵하게 지역사회에서 감시 역할을 하고 있는 <빅벙커>는 지역사회 안팎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한국PD대상 작품상뿐만 아니라 YWCA가 뽑은 좋은 TV프로그램상, 부산민주언론상 등을 수상하며 지역 시사프로그램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방송에서 지적한 문제점이 개선되는 변화도 나타난다. 지난해 말 방송된 ‘무연고자의 죽음 그 후의 이야기’ 편 이후 대구시에는 무연고 사망자들에게 공영장례를 지원하는 조례가 생겼다. 

<빅벙커>는 지방권력이 교체되는 시기에 권력 감시와 함께 주민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8일과 5월 5일 ‘부산·대구시장 공약이행 점검’ 2부작을 편성한 데 이어 민생 현안에 눈을 돌렸다.  

5월 12일에는 대구 달성군 현풍테크노폴리스 주변 병원 부지가 7년째 나대지로 있는 이유를, 5월 19일에는 부산 화물차 주차장이 부족한 문제를 짚고 부산시장 후보자들이 내놓은 대책도 담을 예정이다. 

부산 화물차 주차장 편은 지난 1월 방송됐던 ‘2020 코로나 펜데믹에도 곳간에 쌓인 돈 2조’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에서 출발했다. “화물자동차의 주차난 때문에 고민이 있는 화물노동자"라고 밝힌 한 시청자는 "부산시 공무원이랑 이야기하면 늘 예산타령이 따라온다”고 댓글을 달았다.

박귀영 PD는 “이번 지방선거 특집 5부작에선 시군구의원 행태나 공약이행률 등 큰 그림을 짚었다면, 민생 현안을 지역 후보자들에게 물어보는 밑에서 위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방송사의 제작진은 공동제작의 시너지를 발휘해 앞으로도 '예산 추적'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귀영 PD는 "대구MBC는 인력과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해서 시사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했다. 부산MBC와 힘을 합치니 여전히 부족하지만 서울과 비슷한 수준의 제작여건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며 “보통 시사프로그램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정도의 결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는데, 돈이 곧 제도인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현실을 짚고 대안을 제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혜영 PD는 "공동제작으로 다룰 수 있는 주제와 시청자의 범위가 넓어져 이야깃거리도 더욱 풍성해졌다"며 “상황이 바뀌면 더한 압력이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더 촘촘히 감시하고 더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 궁금해하시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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