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다이어트 예능...반전 강박 여전한 '메이크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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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다이어트 지향하는 KBS '빼고파'..."이름 앞에 ‘24kg 감량’ 회의감 느껴"
‘렛미인’ PD가 기획한 MBN ‘엄마는 예뻤다’ 지난 1일 첫방송
"엄마의 전성기로 메이크오버" 강조했지만 "중년으로 타깃만 바꿔”

KBS 새 예능프로그램 '빼고파' 방송화면 갈무리.
KBS 새 예능프로그램 '빼고파' 방송화면 갈무리.

[PD저널=장세인 기자] 마른 몸매,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했던 예능 프로그램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난달 30일 방송을 시작한 KBS <빼고파>는 다이어트 후 13년째 유지하고 있는 개그맨 김신영이 건강하게 몸을 지킬 수 있는 비법을 알려주며 하루에 한 가지 운동과 한 가지 음식을 출연자들과 함께 적용해보는 합숙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다. 몸무게를 재며 비포 앤 애프터를 보여주거나 고통스러운 체중 감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눈바디’로만 다이어트 결과를 측정한다. 

첫 회에서는 배우 하재숙, 고은아와 가수 박문치, 안무가 배윤정, 브레이브걸스의 유정, 유튜버 김주연 등 여성 출연자가 인사를 나눴다. 배우 고은아는 뼈가 보일 정도로 앙상한 팔이 유행이었던 시절 부분 지방 흡입도 해봤다며 “술만 먹는 다이어트도 해봤고 약도 먹는 등 나를 몰아쳐 건강이 안 좋아졌다”고 털어놨다.

출연 제안을 여러 번 거절했다는 배우 하재숙은 “몸무게 숫자만으로 얘기하면 20대 때보다 훨씬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지금이 더 불행해야 하는데, 그때보다 행복하다. 작품을 위해 24kg를 감량했던 시절, 모든 기사에서 이름 앞에 ‘24kg 감량’을 붙여 회의감을 느꼈다”고 했다.

최지나 <빼고파> PD는 “다이어트 강박을 가지고 있는 사회였다 보니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치거나 (감량 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금방 때려치운다.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시청자분들도 ‘나만 저런 고민이 있는 게 아니구나’하고 공감하면서 따라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같은 몸무게여도 더 건강한 사람이 있듯이 단순히 남이 보는 몸매와 몸무게가 아닌 내가 입고 싶은 옷을 편하게 입었으면 하고, 몸이 건강해지면서 마음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밝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체중 감량의 강박에서 벗어나 본래의 다이어트 의미를 살려 건강한 다이어트를 지향하겠다는 설명이다.   

마른 몸매에 대한 선망은 여전하지만, 점차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긍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맛있는 녀석들>의 멤버 김민경은 스핀오프 <오늘부터 운동뚱>에서 다양한 운동을 섭렵하면서 ‘근수저’의 면모를 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패션업계에서는 66 사이즈 이상의 모델을 발탁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미디어에 너무 마른 사람들만 나왔었는데 다양한 사람의 몸이 존재하고, 또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것만이 아닌 건강 등 다양한 욕구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며 “김신영씨가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로 강박이 생겨 점점 살이 쪘다고 말한 것처럼 살이 왜 쪘는가에 대해 심리적인 부분도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LG헬로비전·MBN 새 예능프로그램 '엄마는 예뻤다' 방송화면 갈무리.
LG헬로비전·MBN 새 예능프로그램 '엄마는 예뻤다' 방송화면 갈무리.

성형조장을 한다는 비판에 퇴출된 <렛미인> PD가 제작에 참여한 MBN <엄마는 예뻤다>는 제작발표회에서 <렛미인>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CJ ENM에서  LG헬로비전으로 옮겨 <엄마는 예뻤다>를 기획한 박현우 CP는 제작발표회에서 <렛미인>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엄마는 예뻤다>는 <렛미인>만큼의 대반전은 없지만 얼굴이 예뻐진다기보다 전체적인 느낌이 좋아지는 것이 대반전이다. 고개를 푹 숙이셨던 엄마들의 표정에 웃음을 찾아드린다는 것과 그걸 보는 자식들의 표정도 같이 밝아지는 걸 볼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2011~2015년에 시즌5까지 방영한 <렛미인>은 외모에 대한 특정 기준을 강요하고 성형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여러 단체들이 방송중단을 요청했다. 2015년 CJ ENM은 시즌5를 끝으로 <렛미인>을 폐지하면서 “미용 성형을 소재로 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엄마는 예뻤다>는 ‘인생의 아름다웠던 시절에 가족을 위해 희생한 엄마들을 위해 뷰티, 패션, 건강 등 맞춤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지난 1일 방송된 첫 회에는 전남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천안 엄마’ 출연자가 주인공으로 나왔다. 눈성형, 안면거상술, 치아 치료 등을 마친 뒤 '메이크오버'한 모습이 담겼다. 

<렛미인>과 거리를 뒀지만, 담당 주치의의 도움을 받아 '메이크오버' 후의 모습에 초점을 두는 등 프로그램의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황진미 평론가는 “엄마들의 멋을 되찾아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좋으나 ‘결국 그래서 예뻐야 하나? 관리가 되지 않은 몸은 참혹한가?'라는 질문들을 남길 수 있다”면서 “중년으로 타깃만 바꾼 채 성형이나 뷰티업계를 홍보하고 점점 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변화를 찾아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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