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장세인 기자] 어린이날100주년인 올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어른의 시선이 아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요가 탄생했고, 유아 프로그램에선 다양성을 반영한 캐릭터가 등장했다.
오는 14일 막을 내리는 KBS <아기싱어>(10부작)는 요즘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동요를 선물하기 위해 추진한 ‘국민동요 프로젝트’다. MC 김숙과 문세윤이 원장으로 있는 '동요 유치원'에서 정재형, 장윤주, 이석훈, 기리보이, 이무진 등 5명이 음악 선생님으로 나섰다. 2세부터 7세까지 평균연령 6.21세인 14명의 어린이들은 ‘아기싱어’로 분했다.
지난 7일 100번째 어린이날 특집으로 마련한 신곡 창작동요 발표회에선 음악선생님이 만들고 '아기싱어들'이 완성한 창작동요가 공개됐다.
이무진은 자신의 히트곡 <신호등>과 '찰떡궁합'인 <횡단보도>를 내놨는데, "선생님이 연주해 주시던 피아노 닮아있는 차도 위의 인도라지요"라는 가사에는 아이들의 시선이 담겼다.
장윤주가 프로듀싱한 <씨앗의 여행> 제목은 “작은 씨앗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보이지 않아요”라는 가사를 듣고 아기싱어 중 한 명인 소이가 지어줬다. 정재형은 아기싱어 다니엘라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받아 아빠와 ‘더벅머리로 팬티입고 과자를 먹는’ 주말 아침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었다. <아기싱어>에서 만든 다섯 곡의 동요는 누리과정 교육 계획안에 등재되어 전국의 수많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배우게 될 예정이다.
박지은 <아기싱어> PD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조연출로 아이들을 지켜보며 새로운 동요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박지은 PD는 “유치원 선생님들과 부모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이들은 7살만 돼도 동요가 아기들 노래라며 대중가요를 찾는다고 한다"며 “유튜브 등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아이들이) 대중문화를 빨리 접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고 건전한 내용의 가사가 담긴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공훈 대중문화평론가는 “그동안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어른의 춤과 노래를 흉내 내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아기싱어>는 이런 대중문화 환경을 정화시키고 어린이 정서발달 과정에 맞는 동요를 보급하는 데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최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에서는 지난 2일부터 '새로운 친구들'이 등장했다.
남미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소녀 ‘마리’, 장애로 휠체어를 타는 소년 ‘하늘’은 세상의 다양성을 반영해 새롭게 결합한 친구들이다. 운동도 먹기도 놀기도 1등인 체육 소녀 ‘하리’와 책 읽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문학소년 ‘조아’는 고정된 성역할에서 벗어난 캐릭터다. 버림받은 아픔이 있는 유기견도 '댕구'도 출연한다.
이지현 <딩동댕 유치원> PD는 “요즘 아이들의 정신연령이 높아져서 4~5세 아이를 대상으로 했던 프로그램들은 유치하다며 많이 보지 않는다. 아예 6~7세 대상으로 시청타깃을 바꾸고 변화된 정서적 흐름에 맞춰 경제, 다양성 등 다루는 이야기들의 범위의 폭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더 입체적이고 주체적인 다양한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을 담았다"며 "하반기에는 프리퀄처럼 내면의 이야기들을 캐릭터별 드라마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시청자게시판에 한 어머님이 ‘아이가 갑자기 잘 걷지 못하며 장애판정을 받아 유치원에 못 가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하늘이를 보고 쟤도 걷지는 못해도 유치원 생활을 잘 한다는 말을 하더라’ 라는 글을 남겨주셨다. 여러 사람이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틀어줄 수 있는, 교육공영방송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하고 현실적인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려는 제작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 국적, 구성원의 역할 등 시대는 변했는데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나 완구를 보면 아직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여전히 가부장적이거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디어가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 피부색, 성격 표현 등에 있어 더 깊이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당 콘텐츠들을 아이들이 정말 소비하는지에 주목해 긍정적인 변화가 아이들에게 도달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