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정부 언론관, 침묵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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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행하는 정부 언론관, 침묵하는 언론
출처 불문명한 '김건희 샌드위치 내조' 단독 보도...'김건희 팬클럽' 특종 쓰는 기자들
  •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 승인 2022.06.03 13:5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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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잔디밭에 앉아있는 모습이 페이스북 '건희사랑'을 통해 공개됐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 잔디밭에 앉아있는 모습이 지난달 29일 페이스북 '건희사랑'을 통해 공개됐다.

[PD저널=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4년 전과 판이한 지방선거 결과로 떠들썩한 가운데, ‘건강한 민주사회’의 토대를 갉아먹는 균열상이 묻힐까 우려스럽다. 바로 당선인 시기부터 꾸준한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 문제다.

언론 대응에 있어 현 정부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수준을 넘어 역행하고 있다. 두 보수정부의 언론 탄압 및 장악은 국정원의 비밀스러운 TF나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기관을 통한 교묘한 제도적 차별 등 최소한 들키지 않으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는 마치 흑백TV 속 대한뉴스를 보는 듯한 복고적 인상을 준다. 

일단 당당하다. 정부가 대면하는 기자들에게 직접 부당한 조치를 취하는 식이다. 인수위는 <미디어오늘> 등 당선인에 비판적 기사를 냈던 언론사들의 출입을 인수위 해산 때까지 거부했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에게는 국정원 요원들에게나 요구하는 신원진술서 작성은 물론, 개인의 휴대폰 정보 대부분을 빼가는 모바일보안앱 설치를 의무화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부랴부랴 철회했다.

의문스러울 정도로 당당하게 대통령실이 앞세운 이 철저한 보안의식은 대통령실이나 김건희 여사로 추정되는 출처 불명의 대통령 동정 미화 보도들에서 극적으로 뒤집어진다.

지난 5월 12일 <이데일리>는 “아침 일찍 회의를 시작하는 대통령실 직원들을 위해 손수 아침을 준비해 대접”한 김건희 여사의 ‘본격적 국정 내조’를 보도하면서 외부 방문객인 회의 참석자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샌드위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의 출처는 명시되지 않았고 대통령실 공식 배포사진도 아니었다.

이데일리가 지난 5월 12일 단독을 붙여 보도한 '샌드위치 대접' 기사.
이데일리가 지난 5월 12일 단독을 붙여 보도한 '샌드위치 대접' 기사.

5월 18일에는 늘 그렇듯 보안 사항으로서 보도 유예 공지가 나간 대통령 5·18민주화운동 기념사 자필 메모가 사전 유출되어 “직접 7번 고쳐 썼다”는 미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이 “심각한 사안”이라 밝히며 담당자 징계 얘기도 나왔으나 <이데일리> 기사에 등장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심혈을 기울여 탈고에 탈고를 거쳐 혼신의 힘을 다해 쓴 과정을 국민에게 솔직하게 공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일”, “반응은 아주 뜨거웠고 멋진 뉴스였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라는 파격적 해명을 내놨다. “이를 정보유출이라 과대망상 해석하는 코미디”라고도 했다. 홍보성 정보는 보안 절차를 어기고 비공식적이고 비밀스러운 경로로 유출되어도 된다는 뜻이다.

5월 29일에는 주말에 반려견을 데리고 대통령 집무실을 방문해 휴일을 즐긴 대통령 부부 사진이 무려 ‘김건희 팬클럽’을 통해 최초 공개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통령실은 직원이 찍은 게 아니라고 했다가 부속실 직원이 찍었다고 말을 바꾸면서 “외부에 제공한 주체는 여사님”이라 순순히 인정했다.

짧은 기간 반복된 이 사건들은 언론에 일종의 시그널로 작동한다. 공식 공보 절차를 음성적으로 우회하여 ‘대통령실에서 낸 멋진 뉴스’라면 절차를 무시하는 관계자나 김건희 여사 팬클럽과 가까워져야 주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신호다. 보안 및 공보 상의 관행과 규정, 언론과 정부 간 신뢰에 기반한 약속들은 새 대통령 취임 20일만에 사실상 파국을 맞이했다. 

까다로운 보안·출입 절차에 따라 어렵게 대통령실 출입기자가 되어 취재하기도 읽기도 어려운 이른바 ‘딥스테이트’ 기사를 쓰는 것은 저널리즘 정신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현 정부에서는 가능하지도 않고 대단히 비효율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그것보다는 ‘건희사랑’ 관계자에 접근하여 ‘반려견과 집무실 나들이 나온 대통령 부부’와 같은 특종을 쓰는 게 훨씬 더 쉽고 조회수도 잘 나온다. 비꼬는 게 아니라 현실이다. 언론도 딱히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는다.

29일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집무실 반려견 나들이 사진’은 29일부터 31일까지 3일 간 93건의 보도가 나왔는데 ‘보안’ 언급은 33건에 불과하며 이 사태를 ‘논란’으로 언급한 기사도 33건에 그쳤다. ‘팬카페’ 또는 ‘팬클럽’으로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기사는 24건이나 된다(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준). 대부분의 보도는 <반려견과 용산 청산 찾은 김건희 여사, 잔디밭 나들이도>(5.29 서울신문)와 같이 대통령 부부 동정을 목가적으로 그려냈다. 5·18 기념사 메모 유출에도, ‘비공개 회의 샌드위치 내조 사진’ 보도 출처 논란에도 비판적 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기자들이 대통령실 언론관에 문제의식을 못 느끼거나, 느끼더라도 공식적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그런 현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있음을 암시한다. 6년 전 청와대에서 벌어진 국정농단을 밝혀냈던 언론의 역할과 기상을 이제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언론도 SNS도 떠들썩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논란이나 지방선거 판세의 이면에서는 소리없이 민주사회의 토대가 침식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언론관만큼은 바로잡아야 한다. 이 사안에서는 정파와 무관하게 모든 언론이 피해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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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없는 언론 2022-06-04 00:42:50
저런 언론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필요 없습니다

필요없는 영역이 된 언론과 기자들
아니 필요없는 것이 아니라
언론과 기자들 유해한 영역이다

그런 느낌이 든지 오래다

도찐개찐 2022-06-05 08:00:29
윤-석-렬에게 무얼 바라겠는가?
그가 무능하며 무대뽀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도 국민이 찍어 준 것을...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대통령을 가진다.
윤석렬이 지금 우리 국문의 수준이다.
쪽팔리지만 이게 현실이다.

언론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지 오래되었다.
그저 먹고살기위해 혐오를 조장하든 말든, 누가 죽든 말든
조횟수 늘려서 광고 들어오기를 바라거나, 적극적으로 삥 뜯으러 다닌다.
대한 민국의 언론은 이미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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