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을 장식하라'...페미니즘 관심 높인 프랑스 여성기자들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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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면을 장식하라'...페미니즘 관심 높인 프랑스 여성기자들의 외침
한국언론학회, '디지털 페미니즘' 연구자 조지안 쥬엣 명예교수와 대담
"페미니즘은 글로벌 투쟁, 여성들의 연대 더 강해져"
  • 엄재희 기자
  • 승인 2022.06.14 2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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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학회 주최 ‘디지털 페미니즘의 실천과 가능성'에서 대담 중인 조지안 쥬엣 프랑스 파리2대학 명예교수 ⓒPD저널
한국언론학회 주최 ‘디지털 페미니즘의 실천과 가능성'에서 대담 중인 조지안 쥬엣 프랑스 파리2대학 명예교수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여성기자들이 ‘1면을 장식하라’는 단체를 만들고 언론사에서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고, 여성의 시각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페미니스트의 움직임이 있자 전통 언론에서 차츰 기사로 다루기 시작했다.” '디지털 페미니즘' 연구자인 조지안 쥬엣 파리2대학 명예교수는 프랑스 언론이 페미니즘에 관심을 돌린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미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프랑스 페미니즘 촉발과 확산의 과정, 이후 이어지는 여성혐오 현상은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언론학회가 14일 조지안 쥬엣 명예교수를 초청해 ‘디지털 페미니즘의 실천과 가능성’을 주제로 대담을 개최한 이유다. 

프랑스와 한국 양국에서 벌어진 페미니즘 운동 양상은 유사했다. 2018년 1월 서지현 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제기하면서 촉발된 ‘미투’운동처럼, 프랑스도 2018년 10월 영화 배우 앨리사 밀라노가 성폭력 피해를 밝히며 트위터에 ‘#MeToo'를 올리면서 페미니즘 물결이 일었다.

조지안 쥬엣 교수는 “앨리사 밀라노 트윗 이후 프랑스 페미니스트들이 프랑스도 젠더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미투라는 해시태그가 등장했고, 프랑스 여성기자인 산드라 뮬러가 ‘당신의 가해자를 고발하라’(#Balance TonPorc)라는 해시태그를 만들어 수 천 개의 증언이 SNS에 등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유명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참여해, 상사가 성희롱했다거나 18살 때 강간을 당했다는 증언들이 등장하면서 미투가 사회적으로 부각이 되고, 미디어도 중요하게 다루게 되었다”며 “이 미투 운동을 통해 여성들이 말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한국판 미투 운동이 ‘혜화역 시위’ 등으로 이어졌듯, 프랑스에도 대규모 여성 운동 시위가 벌어졌다. 페미니즘 단체 ‘우리모두’(NousToutes)는 창립 직후 크게 성장한 뒤, 2018년 11월에 여성폭력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열었다. 쥬엣 교수는 "수많은 여성들이 집결을 했고, 여성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매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기반 여성혐오와 사법당국의 소극적인 대응도 비슷한 모양새다.

쥬엣 교수는 “프랑스에서 온라인 혐오는 심각하다. 여성운동가, 여성정치인, 여성기자에 대한 온라인 혐오가 많다”며 “특히, 한 프랑스 여성기자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두 명의 페미니스트와 대담을 나눴는데, 방송 후 수천 개의 혐오 메시지가 여기자한테 발송이 되면서, 결국 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여성혐오 공격에 사법당국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쥬엣 교수는 "여성 페미니스트들이 받은 수천 개의 여성혐오 메시지를 가지고 경찰에 가면 짧은 기간 보호를 받긴 하지만 결국 페미니스트들이 계정을 삭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6개월 전에 처음으로 프랑스 검찰이 사이버 폭력전담반을 구성했고 첫 재판이 열렸다"며 "3만명으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은 여성이 있었고, 가해자 중 8명만 법정에 세웠는데, 가해자들이 불법인지 몰랐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3개월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경고 조치에서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전통 언론은 최근 들어 페미니즘을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쥬엣 교수는 "여성기자들이 ‘1면을 장식하라’는 단체를 만들고 언론사에서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고,여성의 시각을 중시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며 “2020년에는 페미니스트들이 페미사이드에 대한 캠페인을 전개를 했고, 온라인에서 움직임이 있자 전통 언론에서 차츰 기사로 다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쥬엣 교수는 "그전에는 여성이 살해되면 사회면에서 다뤘지만, 이제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며 "이후 미투 영화, 미투 음악, 미투연극 등이 만들어지면서 전통 미디어가 보도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언론사 내에 여성 기자들 이러한 현상을 계속 취재하면서 보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2년 새해 첫날부터 '페미사이드'가 벌어졌다고 마크롱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프랑스 여성단체 '우리모두' SNS 게시글  ⓒPD저널 
2022년 새해 첫날부터 '페미사이드'가 벌어졌다며 마크롱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프랑스 여성단체 '우리모두' SNS 게시글  ⓒPD저널 

한국의 사회현상에 관심이 있는 쥬엣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된 김건희 여사 관련 보도에도 반응을 보였다. 한 참석자가 김건희 여사의 '옷' 관련 보도를 언급하며 프랑스는 영부인의 개인 사생활에 대해 어떤식으로 보도하는지 묻자, 쥬엣 교수는 “여성 영부인이나 여성정치인의 옷에 대한 언급은 미투 이후 일절 하지 않는다”며 “영어권 국가와 다르게 정치인의 사생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쥬엣 교수는 마무리 발언으로 "페미니즘은 글로벌 투쟁"이라며 "여성들이 교육을 더 많이 받았고, 여성들의 연대가 강해졌다는 것이 미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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