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월북 판단’...보수신문 일제히 ‘문재인 청와대’ 책임론
상태바
뒤집힌 ‘월북 판단’...보수신문 일제히 ‘문재인 청와대’ 책임론
해경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증거 발견 못해" 번복...국방부 "월북 시도 혼선" 사과
조선 "軍 청와대 지침받고 말 바꿨다"...경향 "'노무현 NLL 포기' 공세 연상"
  • 박수선 기자
  • 승인 2022.06.17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연수구 옥련동 인천해양경찰서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는 2020년 9월21일 북측 소연평도 해상 인근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중 실종됐고, 다음날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시신이 불태워졌다. ⓒ뉴시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연수구 옥련동 인천해양경찰서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는 2020년 9월21일 북측 소연평도 해상 인근에서 어업지도 활동을 하던 중 실종됐고, 다음날 북한군에 의해 피격돼 시신이 불태워졌다. ⓒ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해양경찰청과 국방부가 2020년 서해에서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공무원에 대한 ‘자진 월북’ 판단을 뒤집었다. 보수신문은 일제히 ‘문재인 청와대’의 책임을 추궁하고 나섰고, <경향신문> <한겨레> 등은 정쟁 비화를 경계했다.  

16일 국가안보실이 이모씨의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한다고 밝힌 데 이어 인천해양경찰서는 브리핑을 열어 “국방부 발표 등에 근거해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당시 “이씨가 도박 채무 등을 이기지 못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한 중간수사 결과를 번복한 것이다. 국방부도 “월북을 시도했을 것이라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청와대가 유족이 낸 소송에 항소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무엇을 숨기고 싶은 것이냐”며 은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월북 판단’ 번복에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는 윤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당시 월북 정황의 근거가 된 SI(특별취급정보) 공개가 어려워 진상규명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자료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15년간 봉인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경 발표는 월북 의도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해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 6월 17일자 6면 기사.
조선일보 6월 17일자 6면 기사.

보수신문은 일제히 문재인 정부 청와대로 화살을 겨눴다. 

<동아일보>는 1면 <‘월북’ 발표, 文청와대 개입 정황...서훈 당시 안보실장 책임론 부상>에서 문재인 정부 국가안보실 최고책임자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동아일보>는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정부는 당시 국방부와 해경이 군이 수집한 감청 등 특수정보들 가운데 일부만 발췌한 뒤 이를 이 씨의 월북에 대한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며 “월북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는 일부 SI만 의도적으로 취사선택했을 수 있다”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의 주장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1면 <“北 시신 소각 만행”→“소각 추정” 軍 청와대 지침받고 말 바꿨다>에서 국방부가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받아 ’시신 소각이 추정되며, 정확한 사실을 위해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함으로써 최초 발표에서 변경된 입장을 언론에 설명했다”고 밝힌 것으로 두고 “군이 ‘사흘 만에 소각이 추정된다’고 입장을 바꾼 것은 당시 청와대 지침 때문이었다는 점을 실토한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북이 조난당한 우리 국민을 사살하고 불태웠다면 반북 여론이 커졌을 것이다. 그래서 참극 당한 국민을 월북자로 몰아간 것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생명이 꺼져가는 국민을 구하기 위해 무슨 보고와 지시가 오갔고 군 통수권자는 왜 잠을 잤는지 전부 밝혀져야 한다. ‘월북 판단’을 서두른 이유도 규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이후 1년 8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가 보인 행보는 사건의 은폐, 왜곡 의심을 받을 만했다”며 “진실과 책임자 규명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진상규명은 필요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 정쟁의 소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일보>는 5면 <‘안보적폐’ 뒤집기 신호탄 쏜 윤 정부…여야 정쟁 ‘불씨’>에서 “대통령실은 대통령기록물 봉인 해제 당시 사건 보고‧지시 라인에 있던 인사에 대한 사법처리 계획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칼을 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며 “만약 ‘안보 적폐를 바로잡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 드라이브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냥한다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진상 규명은 여야 정쟁의 최대 불씨가 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애초 이 사건의 본질은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한 북한군의 비인도주의적 행위였는데, 국내에선 월북이냐 실종 표류냐가 과도하게 쟁점이 됐다. 그동안 유족들이 받아온 큰 고통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국가안보적 고려와 법의 규정에 맞게 가능한 자료를 공개하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 정부의 정책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2012년 대선 직전 새누리당이 제기한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 공세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통령실의 소 취하에 맞춰 정부 기관들이 일제히 사과와 유감을 표명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사정이 시작되는 시점에 정부가 이씨 피살 경위에 대해 말뒤집기에 나선 것이 찜찜하다. 만약 여권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신구 정권 간 갈등을 의도했다면 그 후과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