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통령 배우자 존칭 논란…“언론의 차별” “언어습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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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대통령 배우자 존칭 논란…“언론의 차별” “언어습관 반영”
MBC 방송언어연구회 '인권과 방송말' 주제로 첫 번째 세미나 개최
  • 장세인 기자
  • 승인 2022.06.27 2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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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3박5일 일정으로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뉴시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3박5일 일정으로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7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장세인 기자] 김건희 씨가 아니라 왜 김건희 여사인가. 27일 열린 MBC 방송언어연구소 첫 번째 세미나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호칭을 놓고 도발적인 질문이 던져졌다.

언어학자인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공론화한 '대통령 배우자 호칭' 문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김정숙 여사, 김건희 씨’라고 지칭해 논란이 일기 훨씬 전부터 있었지만, 여전히 논쟁적인 화두다.

김어준씨는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 호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김건희씨’라고 칭했지만, 언론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이 된 이후 예외 없이 ‘김건희 여사’로 통칭하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에게 '씨' 존칭을 사용했던 <한겨레>는 2017년 ‘김정숙씨’ 표기에 독자들의 반발이 쇄도하자 ‘여사’로 변경하면서 ”독자 여러분의 요구와 질책, 시대의 흐름에 따른 대중의 언어 습관 변화 등을 심각하게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인권과 방송말>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인권 감수성과 방송말' 발제를 맡은 신지영 교수는 ‘씨’가 아니라 ‘여사’ 존칭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언론이 직업과 연령, 성별에 따라 호명을 달리함으로써 차별을 하고 있다. 교수와 달리 대학원생은 씨로 호명하고,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이름으로만 호명하는 식”이라며 “힘을 가진 인물들의 힘을 호칭으로 과시해 주느라 ‘씨’의 존칭 기능을 잃게 한 것이 아닌가. 평등의 실현을 위해 언론이 평등한 호칭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지영 교수는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이 연대하여 ‘직업(직함)+이름+씨’로 통일하거나 ‘씨’ 마저도 붙이지 않는 방법 등 평등한 호명법을 고민해 ‘대통령 윤석열씨는’이라고 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27일 MBC 방송언어연구소에서 제1회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PD저널
27일 MBC 방송언어연구소가 프레스센터에서 제1회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PD저널

사회적으로 넓게 퍼진 언중(같은 언어를 사용하면서 공동생활을 하는 언어 사회 안의 대중)의 언어습관을 언론이 무시할 수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정승혜 MBC 뉴스룸 뉴스전략파트장은 ““MBC 보도를 기준으로 보면 여야 후보 모두 부인에게는 당선 발표 다음날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로 나갔다. (전직 대통령의 배우자) 김옥숙, 이희호, 김윤옥, 김정숙 네 분 모두 ‘영부인’이라는 말이 너무 권위적이라 여사로 불러달라고 했다"며 "현대어에서 ‘여사’는 존칭으로 통하고 ‘씨’는 존칭은 맞지만 윗사람에게 쓰기 어렵고 동료나 아랫사람에게 쓴다”고 말했다.

정승혜 파트장은 "<한겨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언중의 언어습관이 변한 것이다. 언론이 어젠다 세팅해서 대중에게 반드시 이게 옳다고 하던 시기는 지나갔다”라고 했다. 

<한겨레> 편집국장을 지낸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한겨레>가 ‘씨’ 존칭을 포기한 결정 과정을 보고 안타까웠다”며 “언론이나 방송은 언중의 언어 사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데, 방송언어가 언중에 따라가기만 하면 이런 토론회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사회적 소수성과 방송말'을 주제로,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는 '혐오와 방송말'을 주제로 발표했다. 방송 언어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2021년 구성된 MBC 방송언어연구소는 이날 세미나를 시작으로 연 2회 정기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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