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한 여당 집안싸움…중계 바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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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여당 집안싸움…중계 바쁜 언론
극단 치닫는 정치드라마 방불케 하는 국민의힘 당권 싸움 보도
  •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 승인 2022.07.0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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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왼쪽부터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 권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왼쪽부터 국민의힘 배현진 최고위원, 권 원내대표, 이준석 대표.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PD저널=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정부·여당을 향한 언론의 논조가 최근 심상치 않다. 지난해 9월 ‘대장동 의혹’ 보도의 포문을 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조선일보>도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들었던 회초리는 언제든지 국민의힘을 향하게 된다”고 경고했는데, 그 이유는 ‘친윤’ 중심의 당권 다툼이다. <조선일보>는 “최근 들리는 당 관련 뉴스는 듣기 민망한 당내 당권 싸움이 대부분”이라 꼬집기도 했다. 적절한 지적이지만 찝찝한 대목이 있다. ‘민망한 당권 싸움 뉴스’는 누가 만드는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 징계 심의를 내달 7일로 미룬 6월 22일을 기점으로 이 대표와 ‘친윤’ 간 다툼이 악화일로에 치닫자 <조선일보>와 비슷한 사설은 줄을 이었다. <서울신문> 사설 <與 언제까지 민생은 뒷전, ‘집안싸움’만 할 건가>(6월 27일자)와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설은 독자들을 피해간다. 사설은 일단 많지가 않고 이용자 대부분이 SNS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환경에서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문제는 사설이 아닌 기사로 눈을 돌리면 <조선일보>가 말한 ‘민망한 당권 싸움 뉴스’의 발생지가 국민의힘인지 언론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권 싸움’을 전하는 최근의 보도들은 갈등이 절정에 이른 정치 드라마에 가깝다.

6월 23일부터 28일까지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의원의 ‘악수 파동’을 언급한 보도만 178건(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준)이고 이 대표가 24일 SNS에 ‘간장’이라는 표현을 쓰자 5일만에 관련 언급 보도가 195건에 이르렀다. 이 대표 SNS는 늘 언론의 주요 출입처(?)이긴 하나 최근엔 더욱 성수기다. 이러한 ‘중계 보도’ 속 언론의 ‘경기 총평’은 이 대표가 불리하다는 쪽이다.

장제원·안철수 의원 등 반대편 사람들도 숱하게 인용하면서 결론은 <"간장 한 사발" 이준석, 안철수 이어 '윤핵관'과 전면전...'사면초가'>(아주경제, 6월 27일자 보도), <'고립' 이준석, 친윤-안철수 포위망 뚫을 방안 모색 고심>(세계일보, 6월 28일자)와 같은 식이다. 당권 싸움이 ‘민망’하다면 어디든 한 쪽을 본질적 수준에서 비판해야 하지만 그런 기사는 찾기 어렵다. 이런 ‘스포츠 중계’ 보도는 사설 속 ‘민망하다’는 비판과 거리가 멀다. 

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와 관련된 연관어.
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징계와 관련된 연관어.

‘당권 싸움’의 시작이 된 이준석 대표 징계 관련 보도 역시 본질을 한참 벗어나 ‘싸움 중계’로 전락한다. 6월 23일부터 28일까지 ‘이준석 징계’를 언급한 보도는 총 603건이나 되는데 징계 안건인 ‘성상납’ 언급은 179건, ‘증거 인멸 교사’는 209건으로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 오히려 징계 자체와는 거리가 먼 장제원 의원이 174건, 안철수 의원이 168건이나 언급됐으며 여기서도 깨알같이 이 대표의 ‘간장’ 표현이 109건 등장했다. ‘당 대표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보다 그걸 둘러싼 ‘당권 다툼’이 언론의 최대 관심사다. ‘당권 다툼’을 드라마틱하게 펼쳐놓더니 ‘민망하니 그만하라’고 젠체하는 격이다. 

느닷없이 ‘윤석열-이준석 회동’이 99건이나 언급됐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민망한 당권 싸움’에서 언론의 책임도 크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안이다. 6월 28일, <국민일보>는 ‘여권 핵심 관계자’발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면담 신청을 했지만 윤 대통령이 거부, 앞으로 만남 요청할 경우 정확한 의제나 사유를 사전에 밝혀줄 것을 통보”라 보도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에 “대통령실과 당 간의 불화 일으키기 위해 익명 인터뷰”라며 격분했는데 ‘익명발 보도’ 외에 문제가 또 있다. 이 대표는 25일 나온 ‘비공개 회동’ 보도에는 은근히 회동 사실을 암시하며 소위 ‘언론플레이’를 했다.

거기에 언론이 장단을 맞춘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조회수가 잘 나오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언론은 ‘익명 보도’보다 더 한 것도 불사하며 ‘언론 플레이’를 해준다. 실제로 언론은 회동 여부를 두고 불명확한 보도를 양산했고 대부분은 <이준석은 ‘尹心은 내편’이라는데…대통령실은 회동설 부인>(조선일보, 6월 27일자 보도)처럼 ‘윤심은 어디에?’라는 질문에 매몰됐다.

회동과 관련해 “언제까지 메시지 혼선 가져올지 의문”이라는 이준석 대표 SNS도 다수 인용했는데 이쯤 되면 ‘메시지 혼선’은 ‘여권 핵심 관계자’가 아니라 그걸 써주는 언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안 써도 되는 걸 써서 싸움을 부추긴 사례는 너무 많다. 29일엔 안철수 의원이 당권 도전 발언을 했다는 ‘지라시’까지 줄줄이 인용 보도하더니 ‘지라시’를 둘러싼 양측의 입씨름을 또 인용 보도했다. 

다시 사설로 돌아가 보자. 사설 중에서도 <이준석 징계 논란, 사실 규명 아닌 세 대결로 결론 낼 건가>(동아일보, 6월 24일자 보도)와 같은 사례는 드물다. 현재 여당 난맥상의 해답은 어려운 진리가 아닐 것이다. 이 대표 징계에서 ‘세 대결’이 극단화됐다면 빠르게 사실규명부터 해야 하고 언론 역시 ‘민망한 당권 싸움’이 싫다면 <동아일보> 사설처럼 거기에 천착하면 된다. ‘사실규명’에서 벗어난 ‘말잔치’는 ‘중계’할 게 아니라 배척하든 비판해야 한다. 언론이 해야 할 ‘언론플레이’가 있다면 ‘말의 선별과 비판’이 아닐까? 문제적 발언을 인용하면서 그게 왜 문제인지도 써준다면 조회수도 더 잘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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