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만 남은 일가족 비극 보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인 투자 실패’ ‘리스 차량 가격’ 등 파편적인 보도로 휘발된 일가족 사망 사건
“재발 방지 위해 사회안전망 부재 등 구조적 문제 관심 가져야”

포털사이트 네이버 '완도 일가족 실종·사망', '차량 인양'을 검색한 결과.
포털사이트 네이버 '완도 일가족 실종·사망', '차량 인양'을 검색한 결과.

[PD저널=장세인 기자] 완도에서 실종된 조유나양 가족은 뉴스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언론은 경찰이 실종경보를 낸 지난달 24일부터 대대적으로 보도를 쏟아냈지만, 생활고 등 가족의 사생활을 캐는 데 집중할 뿐 사회안전망 부재 등 구조적인 문제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6월 24일부터 7월 5일까지 이 사건을 다룬 보도는 총 789건으로 집계됐다. 실종된 일가족의 사망이 확인된 지난달 29일까지 언론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특히 가족의 차량이 완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28일부터 29일까지 인양 과정이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실종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춘 언론은 <‘완도 실종’ 유나양 아파트에 ‘노란 딱지’ ‘바람 빠진 자전거’...생활고 정황 포착>(세계일보, 6월 27일) 등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시점부터 '투자 실패' '생활고'를 부각했다.  <조유나 양 父 '익사 고통' 검색…아우디는 월 90만원 리스였다>(한국경제, 6월 30일) 등 언론은 가족 차량의 리스 가격까지 경쟁적으로 알렸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언론이 ‘아우디 리스’, ‘루나 투자’, 부모의 재산 등 사망 이유를 추측케하는 보도를 내놓으면서 조회수 장사에 치중했다. 이는 본질적인 사회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보도 방식”이라며 “차량을 건져 올리는 장면을 언론사에서 그대로 보도하는 것은 그 안에 가족이 있었던 상황에서 굉장히 자극적인 보도”라고 지적했다.

김언경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소장은 지난 2일 YTN <열린 라디오 YTN>에 출연해 “애초 실종이다 보니 범죄 피해를 입은 것일까, 단순 사고일까, 극단적 선택일까 등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따라서 이 경우의 수를 추측하는 보도들이 정말 다양하게 나왔다”고 보도량이 많은 이유를 추측하면서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흥미 위주의 지적, 수색 및 수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개인적인 사안을 많이 노출한 것 아닐까 싶다”고 지적했다.

이는 언론이 스스로 만든 보도 준칙에도 부합하지 않은 보도다. 2018년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을 것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 사용에 유의할 것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빅카인즈에 '완도 가족 실종 사건' 관련 29일 보도 검색 결과.
빅카인즈에 '완도 가족 실종 사건' 관련 29일 보도 검색 결과.

일가족 비극을 다룬 보도는 가족의 사망이 확인된 이후 급격히 줄었다. 7월 1일에는 49건이었고, 7월 2일부터 5일까지 사흘 동안은 25건의 보도가 나갔다.  

 < '자녀 살해 후 자살' 막기 위한 사회적 논의 시급하다>(매일경제, 7월 4일), <‘고립 가족’ 비극 다시 없게 사회안전망 강화를>(광주일보, 7월 5일) 등 일부 매체만 사건이 남긴 문제를 짚었다. 

부모에게 살해당하는 아동의 보호,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들에 대한 구제책 등 사회안전망 필요성에 대한 보도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김채윤 서울대 인권센터 인권교육부 전문위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무엇이 남았는지 돌아보면, 아동의 이름과 언론이 속보성으로 전한 보도로 생긴 자극적인 이미지밖에 없다”고 자극적으로 사건을 소비한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2015년 부기장의 자살비행이 원인으로 지목된 독일 여객기 추락사고에서 독일 언론은 현장사진 보도를 자제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 시스템 부재 등의 문제가 지적되면서 제도가 개선됐는데,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보도가 필요한지는 명확하다”며 언론이 사건 이후에 사회 구조적인 문제와 재발 방지 대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