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버리겠다는 서울시의회...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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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버리겠다는 서울시의회...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겁니까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 'TBS 출연기관 배제' 조례안 발의
TBS 성장 못한 이유는 집권 여당에 좌지우지되는 불합리한 재원 구조 때문
전방위 압박 받는 '김어준 뉴스공장' 저널리즘 완벽하진 않지만...알권리 보장 역할도
  • 익명의 TBS PD
  • 승인 2022.07.08 12:25
  •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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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다수를 차지한 서울시의회가 개원과 동시에 발의한 TBS 출연금 중단 조례안으로 서울지역 공영방송의 존립이 위태로워졌습니다. 익명을 원한 한 TBS PD가 현재 TBS가 처한 상황에 대한 기고글을 보내와 게재합니다.[편집자주]
TBS 사옥 ⓒ김성헌
TBS 사옥 

[PD저널=익명의 TBS PD] 저는 TBS PD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순간 공중분해될 수 있는 회사의 막내급 PD입니다. 제가 실명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선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때로 회귀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 때문일 것입니다.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TBS PD들은 불안에 떨었습니다. 새로운 서울시 행정부와 서울시의회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고 그 노선에 맞춰야 내년도 예산을 좀 더 받을 수 있어서겠지요. 자연히 방송사의 공적 기능과 경쟁력은 정치적 힘의 논리와 협상카드에 밀리게 됩니다. 1990년에 개국한 TBS가 다른 지상파 방송사만큼 성장하지 못했던 이유는 ‘교통방송’ 수요가 감소해서가 아닙니다. 서울시 집권 여당의 변화에 따라 좌우되는 불합리한 TBS 재원구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TBS PD들이 30년간 일해왔던 소명은 ‘수도권 유일 공영방송’이라는 자부심이었습니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지역축제 활성화를 위해 매주 중계차로 공개방송을 엽니다. 약령시장, 코스모스축제 등 온갖 축제의 현장에서 주말마다 펼쳐지는 공개방송에 영문도 모르고 끌려다녔습니다.

솔직히 좀 창피했습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은 연예인들과 함께 이름만 대면 아는 프로그램들을 만들던 시간에, 저는 할머님들이 무대 앞에 난입하지 못하도록 온몸으로 막는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제작진행비 만 오천원을 주고 다큐를 한 달에 한편씩 만들어야 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을 돌아다닙니다. 고속버스를 타면, 돌아오는 차표는 자비로 해결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전국을 떠돌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러 다닙니다. 지금도 TBS의 많은 PD, 기자, 리포터 선후배님들이 이렇게 서울 시민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은 목소리가 다른 언론에 투영되길 바라면서요.

한 선배는 부산과 광주를 바삐 오갑니다. 다른 영어방송사들과 함께 K팝 커버곡 경연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귀화인,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해 상대적 정보격차를 해소해주고 그들의 시청을 보장해주기 위함일 것입니다.

시민협력팀의 리포터들도 죽어납니다. 관악, 동작, 성북 등 온갖 마을 공동체라디오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TBS라는 전파를 통해 흘러나갈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다듬고, 협의하며 조율하고 편집해 나갑니다. 그리고 날 것의 시민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흘러나갑니다. 수도권 지역 기반의 정책과 이슈를 풀어내는 <동네땀사>, <우리동네 라이브>, <시민영상 특이점>까지 TBS PD와 기자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여의도 정가 소식만은 아닙니다. 

김현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4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제11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 인사말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전원은 이날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배제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뉴시스
김현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4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제309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제11대 서울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 인사말 하고 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전원은 이날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배제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뉴시스

영국, 일본, 독일,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공영방송에 재원을 대는 이유는 투자나 정치적 셈법이 아닙니다. 정부나 의회기관이 닿지 못하는 소외된 시민들에게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겠지요. 이는 내비게이션이 발달하거나, 인터넷이 활성화되는 일과 무관하게 성숙한 민주국가가 수행해야 할 역할입니다. TBS는 역시 공영방송사로서의 역할들을 수행해오고 있고, 그 역할을 위해 서울시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습니다.

TBS는 수도권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는 공영방송입니다. 우리 PD들은 TBS가 수도권 공영방송사로 존속하길 원합니다. PD들은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우리 사회에서 수도권 공영방송이 맡아야 할 가치를 위해 발로 뛰고 밤을 샜으며 앞으로도 그러고 싶습니다. TBS 구성원이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로 TBS는 시영방송에서 공영방송으로 비로소 첫발을 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의문입니다. 미디어재단 TBS를 분유조차 먹이지 않은 채로 도로에 버리는 것이 과연 민주국가에서 정의로운 일인가? 2600만 인구가 사는 수도권에서, 지역 기반의 공영방송은 과연 필요 없는 걸까요? 혹은 없애고 싶은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요.

물론 전방위적인 압박이 <김어준의 뉴스공장> 때문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뉴스공장>이 구현하는 저널리즘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인적·물적 구성이 다른 매체에 비해 적고, 기본적으로 MC 개성이 강합니다. 또 타사처럼 전국적인 지사를 갖추고 기자들이 포진해있는 것도 아닙니다. 

허나 <뉴스공장>의 저널리즘이 위대했던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타사보다 먼저 특종을 전하고, 기울어진 언론지형에서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시청자의 알권리를 보장했습니다. 수백만명이 광장으로 쏟아져나왔을 때 주황색 중계차와 TBS 카메라는 현장에 있었습니다. TBS의 시민 저널리즘이라는 관점에서 <뉴스공장>은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단 한 개의 프로그램에 불완전한 저널리즘이 존재한다고 해서, 방송사를 없애려고 하는 시도가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리고 그 의문을 가지기에 앞서서, 저 역시 월급쟁이로 두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요. 모든 것이 어렵고 복잡한, 그래서 하 수상한 시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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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하다딱해 2022-07-09 09:40:18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불완전한 방송이 아니라 편파방송해서 당하는거야!

홍길동 2022-07-08 14:58:55
공영방송의 공정을 무시하고 정권편향 방송해온 자업자득이 아닌가?

헐헐헐 2022-07-08 15:20:01
지방선거가 다가올때마다 불안에 떨었다? 재단으로 전환되기 전에는 서울시의 한 기관이었던걸로 아는데. 왜 재정지원을 걱정했지요? 그리고 수도권 공영방송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30년간 일해오셨다구요? 그 노력과 명예를 실추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나요? 뉴스공장의 저널리즘이 완벽하진 않아도 과거의 영예 하나만으로 TBS PD들의 명예와 노력을 땅에 떨어트려도 된다는 것입니까? 상황을 이렇게 만든건 당신들입니다. 김어준이 아니라요.

딱히 2022-07-08 22:42:58
왜 TBS에서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프로그램들만 만들었네요. 지역축제 활성화나 전국을 돌며 목소리를 취재해서 다큐를 만드는거나...정부나 의회 기관이 닿지 못하는 곳에 뭔가를 제공해요? TBS가??? 그냥 방송사 설립 목적이나 운영에는 관심없고 각자 취미생활하며 돈도 번거 같아 보이네요... 30년 근무한 사람의 생각이 이렇다면, 없어져도 되는 곳 같아요.

정신차려 2022-07-10 13:38:16
서울시 세금 지원받아가지고 특정당 지지방송 신나게 하던 주제에 이제와서 피해자 코스프레 오지구여 ㅋㅋㅋㅋㅋ 정신차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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