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영화상 수상, OTT가 불러온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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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13] 영화제 높은 벽 뛰어 넘은 '오징어 게임'
OTT 시리즈 대상으로 한 청룡시리즈어워즈 오는 19일 첫 개최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세계 최초로 신설된 '시리즈 영화상'을'오징어 게임'을 제작한 김지연 싸이런 픽쳐스 대표가 지난 7일 수상하고 있다. ©사무국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세계 최초로 신설된 '시리즈 영화상'을 '오징어 게임'을 제작한 김지연 싸이런 픽쳐스 대표가 수상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PD저널=유건식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 ‘시리즈 영화상’이라는 아주 낯선 상이 탄생했다.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세계 최초로 신설한 이 상은 콘텐츠의 영역이 점점 허물어지는 OTT 시대의 또 하나의 산물로 보인다. 오는 19일에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에 제공되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제1회 청룡시리즈어워즈도 곧 열린다. OTT 콘텐츠의 위상이 날로 증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9부작(476분 분량)으로 제작된 <오징어 게임>은 2021년 9월 17일 넷플릭스에서 전편이 공개됐다. 분명히 TV 드라마로 분류되는 작품이 BIFAN 영화제에서 이례적으로 상을 품에 안은 것이다. 신철 BIFAN 집행위원장은 “시공간의 제약이 사라진 시대에는 <오징어 게임>처럼 OTT에서 스트리밍되는 시리즈는 물론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형태의 영상들도 영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시리즈 영화상을 제정하고 시상한 이유를 밝혔다.

드라마를 영화라고 칭하는 것은 분명 파격이다.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오징어 게임>의 후광을 얻으려는 마케팅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상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첫 번째는 상식의 파괴다. 칸 영화제에서는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은 영화, 즉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마> 같은 작품은 출품 대상이 되지 못한다. 과연 이 규정을 언제까지 유지할까. 극장에서 개봉하면 영화이고, 온라인에서 개봉하면 영화가 아닌가. 이렇게 보수적인 영화계에서 상식을 파괴하는 발상이 나왔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는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새로움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관행이나 관념을 깨야한다는 의미다. BIFAN의 ‘시리즈 영화상’은 이 말을 정확히 관통한다. 

둘째, 영화와 TV 드라마의 크로스오버라는 의미도 갖는다. 신철 위원장은 “7,8편이 나온 ‘해리 포터’나 ‘스타워즈’는 영화인데 <오징어 게임>은 왜 영화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1년에 한 편씩 나오는 프랜차이즈 영상물은 영화이고, 한 번에 공개하는 TV 드라마는 왜 영화가 아니냐는 것이다.

영화를 먼저 수용한 것은 TV 드라마였다. 미국 TV 콘텐츠 최고의 상인 에미상(Emmy)에는 1992년부터 시상하는 ‘TV 영화(TV Movie)’ 부문이 있으니 30년 전에 벌써 TV 쪽에서는 영화를 받아들였다. OTT 시대가 된 2022년에서야 영화계에서도 화답을 보낸 셈이다.

전 세계적인 흥행 기록을 쓰고 있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전 세계적인 흥행 기록을 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셋째, '경계 허물기' 시도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한동안 영화와 TV 드라마는 사일로처럼 서로 벽을 치고, 받아들이는 데 옹색했다. 그러다가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을 제작하면서 TV 드라마에도 영화같이 공들인 장면을 요구하였고, 자연스럽게 영화쪽 인력을 많이 활용하면서 드라마와 영화 사이의 벽에도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영화 제작과 개봉이 주춤한 사이에 영화 인력이 TV 쪽으로 대폭 넘어왔다. <오징어 게임>도 영화 <남한산성>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극본을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을 전통적인 드라마 PD가 연출했다면 ‘시리즈 영화상’을 신설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넷째, 영화의 확장이다. 신철 위원장은 영화 수익의 극대화를 위해 2시간 남짓의 영상물로 규정한 영화의 개념을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영화계는 영화 같은 퀄리티로 제작하는 <킹덤>, <스위트홈> 등 10개 이내의 에피소드로 제작되고 있는 OTT 시리즈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기준으로 본다면, 매년 9월에 시상하는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리미티드/앤솔로지(Limited or Anthology Series)’ 부문에서 시상하는 TV 드라마가 해당된다. 이 분야는 2개 이상의 에피소드로 150분 이상의 분량이어야 하며, 다음 시즌으로 스토리라인이나 주요 캐릭터가 이어지지 않고 완결되어야 한다. 지난해 이 부문 수상작은 7개 에피소드에 걸쳐 총 395분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이었다. 

스포츠 조선이 오는 19일 처음으로 개최하는 청룡시리즈어워즈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 시즌, 왓챠, 애플TV+, 카카오TV 등 OTT 서비스에 공급된 드라마와 예능이 심사 대상이다. 이는 그만큼 OTT 오리지널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산업적 의미가 커졌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시리즈 영화상’이 부산국제영화제나 전주국제영화제로도 확장되고, 더 나아가 해외의 칸영화제나 아카데미상으로도 이어지기를 드라마에 몸담았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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