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꺼낸 '수신료 분리징수' 카드...'KBS 길들이기' 나선 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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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가동 앞서 전가의 보도로 써온 '수신료 분리징수' 필요성 강조
프랑스 '수신료 폐지안' 통과 지렛대 삼은 국민의힘 "수신료 분리징수 강력 추진"
"공적 재원 논의 없는 분리징수, 정치적 수사 불과"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국민의힘이 국회 정상 가동에 맞춰 수신료 분리징수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당은 편파방송 해결책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공영방송 길들이기 아니냐는 의구심이 짙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간사를 맡은 박성중 의원은 2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십년간 KBS 수신료를 걷기 위해 전기요금을 볼모로 강제징수하고 있다.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한 KBS의 편파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리징수 방안을 포함해 근본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언론노조가 장악한 편파방송 해결방안으로 분리징수안을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27일 후반기 국회 첫 과방위 회의를 앞두고 '수신료 분리징수' 법안 처리에 힘을 쏟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과방위에는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수신료 분리징수 도입을 내용으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계류되어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프랑스 하원에서 통과된 ‘수신료 폐지안’을 '수신료 분리징수' 주장의 지렛대로 삼았다. 

24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전날 프랑스 하원이 공영방송 수신료 폐지안을 통과시키자 “우리나라 KBS도 실제 시청자들에게만 수신료를 내게 하는 ‘수신료 자율 납부’를 포함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수신료 폐지안을 통과시키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할 계획도 마련하고 있어 재원 마련 방안 없이 ‘수신료 자율 납부’만 그대로 가져오는 건 우리나라 공영방송 현실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북유럽 등 수신료를 폐지한 국가는 많고, 영국도 그런 논의가 있다”면서도 "수신료를 폐지한다고 공영방송에 재원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럽에선 공영방송 재원을 공공 서비스나 기금을 통해 마련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수신료를 폐지하는 대신 발생한 손실은 다른 부문에서 발생한 부가가치세로 충당하기로 했다. 프랑스 정부는 각 공영방송사에 37억 유료(약 5조원)를 이듬해 예산으로 보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영섭 교수는 “우리나라 정부 예산의 1%를 미디어 기금으로 제공한다면 수신료 폐지해도 된다. (공적 재원 마련에 대한 논의 없는 상태에서) 국민의힘 주장은 정치적 수사이거나 무지의 소치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KBS
ⓒKBS

KBS는 공정방송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비중을 46%(2021년 기준)에서 58%까지 늘리는 게 필요하다며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국힘의 주장대로 납부 의사가 있는 시청자에게만 수신료를 받으면 수신료 수입 감소는 불가피해진다. 방송광고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수신료 분리 징수를 도입하면 KBS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금 수신료를 낼지 말지를 국민이 판단하라고 한다면 일정 징수율 이상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추가로 국고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자력갱생하라는 것인데, 공영방송이 위축되거나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재원의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신료 통합고지'가 합법하다는 법원의 일관된 판례도 '공영방송 경비조달이라는 공익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틈만 나면 '수신료 분리징수'를 전가의 보도로 써왔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도 과거 KBS의 편파성을 주장하며 ‘수신료 분리징수’ 카드를 내세웠다. 수신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이 '정치적 수사'로 읽히는 까닭이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프랑스가 이러한 사유로 수신료 폐지를 결정했으니, 우리나라도 고려해보지 않겠냐는 주장이라면 고민해볼 수 있다"면서 "수신료 폐지 법안의 맥락을 제거하고 제안을 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정쟁으로 삼으려는 목적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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