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해진 예능판에 충격파 던진 '뿅뿅 지구오락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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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뿅뿅 지구오락실', 예능감 폭발한 MZ 여성 출연진들
늘 보던 예능 라인업에 유쾌한 균열

나영석 PD가 MZ세대 출연진과 색다른 조합을 보여주고 있는 tvN '뿅뽕 지구오락실'
나영석 PD가 MZ세대 출연진과 색다른 조합을 보여주고 있는 tvN '뿅뿅 지구오락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예능 프로그램의 주역은 단연 출연자다. 지상파 방송사 중심의 구도에서는 유재석·강호동 등 소위 ‘이름값 있는’ MC를 주축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 주목을 받아왔다.

메인MC와 고정 출연자들이 호흡을 맞추면서 생기는 케미스트리와 다양한 캐릭터는 시청자가 즐길 수 있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시청률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기 어려울 땐 톱스타 출연자 섭외로 반등을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서 유효하지 않다. 젊은 층은 예능 프로그램을 ‘본방 사수’보다 유튜브 클립으로 즐기고 있다. 비슷한 포맷의 예능 범람과 늘 보던 출연자 라인업은 TV에서 멀어진 젊은 층을 끌어오기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새로운 얼굴을 기용한 tvN<뿅뿅 지구오락실>의 색다른 시도는 주목할 만 하다. <뿅뿅 지구오락실>은 나영석 PD 사단이 만든 예능이다. 지난 6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뿅뿅 지구 오락실>의 시청률은 2%대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그간 나 PD가 선보였던 리얼 버라이어티와 여행 예능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이지만,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온라인상 젊은 층의 입소문을 확인할 수 있는 TV 화제성 부문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TV 화제성 분석 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뿅뿅 지구오락실>은 7월 4주 차에서 세 번째 1위에 올랐다. 티빙 내 유료가입 기여자 수와 시청 UV 모두 예능 1위를 기록하는 등 신규 예능치고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뿅뿅 지구오락실' 12일 방송 예고화면 갈무리.
'뿅뿅 지구오락실' 12일 방송 예고화면 갈무리.

<뿅뿅 지구오락실>은 단지 나영석 표 예능이라서 호응을 얻고 있는 걸까. 나 PD는 새로운 얼굴을 발굴했다. 특히 20~30대 여성 출연자로만 판을 벌였다. 맏언니 이은지, 래퍼 이영지, 오마이걸의 미미, 막내 안유진 등 MZ세대인 젊은 여성 셀럽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존 남성 중심의 <1박 2일>, <신서유기>, <출장 십오야> 등과 비교하면 출연자 구성에 대대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간판급 스타’나 ‘베테랑 출연자’ 대신 입담과 재치로 똘똘 뭉친 예능 유망주를 과감히 기용했다. 나영석 PD라는 ‘이름값’으로 신규 예능에 관한 대중적 관심을 모았다면, 예능의 화제성은 개성 강한 캐릭터로 불을 지피고 있다. 여자판 <신서유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좀처럼 찾기 어려운 여성 게임 예능의 등장인 셈이다. 

출연자의 호흡은 첫 조합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지치지 않는 체력, 높은 텐션, 끊이지 않는 리액션은 프로그램에 활력을 북돋는다. 이들의 예능감은 제작진과 출연자 간 대결 구도에서 확실하게 드러난다.

<1박 2일>부터 게임, 퀴즈, 미션 등의 예능적 장치들이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한다. 과거엔 제작진이 출연자를 사면초가 상황에 밀어 넣고 진땀을 빼는 모습으로 재미를 끌어냈다면 <뿅뿅 지구오락실>에서는 제작진의 예상이 번번이 빗나간다. 오히려 출연자가 제작진과의 우위 관계를 가볍게 흔들어버린다.

게임에서 이기면 맛있는 음식을 준다는 데도 출연자들은 “배부르다”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하고, 게임 진행이 어설프면 제작진을 향해 “땡”을 외친다. 야심 차게 준비한 미션을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출연자들이 지나치게 쉽게 풀어버리는 바람에 제작진이 당황하기도 한다. 

이처럼 <뿅뿅 지구오락실>은 ‘게임 예능’이라는 전형적인 포맷 속에서도 MZ세대 출연자와 제작진 간 유쾌한 엇박자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공동연출을 맡은 박현용 PD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TV 방송에 많이 안 나오더라. 요즘 친구들이 좋아하는 출연자들을 통해 새로운 세대를 소개하는 것에 의미를 뒀고,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다가가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라고 밝혔다.

MZ세대를 정의하고, 해석하려는 열풍과 익숙한 얼굴들이 오랜 시간 자리매김해온 예능 판도에서 <뿅뿅 지구오락실>은 그들만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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