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경청하겠다는 윤 대통령, 불편한 질문엔 답변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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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맞아 기자회견
낮은 자세 강조했지만,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질문엔 "다른 정치인 발언 챙길 기회 없어"
"지지율 하락에는 "민심 겸허하게 받들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취임 100일 대통령에게 듣는다'는 제목이 붙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작 국민적 관심이 쏠린 질문의 답은 들을 수 없었다. 윤 대통령은 "날선 비판을 받겠다"고 했지만, '지지율 하락' '이준석 전 대표' 등 민감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54분 동안 정부 정책의 성과를 자평하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소주성(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성과로 내세웠다. 

기자회견에서 “민심을 정확히 읽는 언론 가까이에서 제언, 쓴소리를 경청하겠다“, ”날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몸을 낮춘 윤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관련한 질문에는 원론적인 답변을 하거나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석달 만에 지지층 절반 가까이 떠난 이유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세 가지를 꼽아달라는 질문을 첫 번째로 받은 윤 대통령은 “세 가지로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지지율 자체보다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상각한다. 여러 가지 지적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따져보겠다”고 답했다. 

부정평가를 키운 인사문제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인적 쇄신을 정치적인 국면 전환이나 지지율 반등이라고 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시간이 필요하다”며 “벌써부터 시작했지만, 대통령실부터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총질’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된 이후 직격 발언을 내놓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와 관련한 질문에는 '모르쇠'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여당 내 집안싸움이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통령으로 민생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보니 다른 정치인이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도 없고, 작년 선거운동 과정부터 다른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떤 논평이나 입장을 표시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여러분께서 하지 말라고 하면 할 수 없지만,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직의 수행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고 국민들로부터 날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휴가 중에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하라고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긴 이유고, 국민들께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계속되는 과정에서 미흡한 점들은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이 질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취재진들이 질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노동개혁과 관련된 질문에는 '노동유연화'와 사회안전망을 동시에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산업 구조에서는 노동의 공급도 현실의 수요에 맞게 유연하게 공급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우리사회에서 지적되어온 정규직과 파견근로자 (문제), 노동시장의 양극화, 보상의 공정성 측면도 개선해야 할 문제임이 틀림없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배려도 노동개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사갈등 문제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강대강 대결로 흐를 수 있다’는 질문을 받고 "법대로" 입장을 되풀이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법 체계는 근본적인 노사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국민이 합의해 만들어놓은 체계”라며 “합의된 방식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철저하게 지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일단 대화와 타협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래도 안 된다고 할 때는 법에 따라서 처리할 수밖에 없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100일 간의 성과와 소회를 담은 모두발언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낯부끄러운 자화자찬에 그쳤고, 정작 내용은 없었다”고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혹평했다. 

민주당은 “기자와의 질의응답 시간도 단지 34분으로 제한되어 국민적 의혹과 논란에 대한 충분한 질문을 보장하지 않았다. 이러고서 소통을 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계기로 국민의 따가운 질책을 전해듣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자회견이 되었다면 그나마 성과라고 여길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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