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전쟁 보도에는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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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일상이 붕괴된 여성 17명의 생생한 인터뷰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있는 리조트 건물들이 최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돼 있다.©오데사=AP/뉴시스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에 있는 리조트 건물들이 최근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파괴돼 있다.©오데사=AP/뉴시스

[PD저널=장세인 기자] 폭격을 당해 폐허가 된 마을과 전황을 뒤바꿀 수 있는 권력자들의 입.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현실을 전하는 보도에서 자주 접하는 장면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ㅁ미음)는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은 전쟁의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런던에 거주하고 있는 윤영호·윤지영 부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을 체감하고 있는 여성 17명을 인터뷰해 엮은 책이다. 러시아어를 15년 동안 사용했다는 재테크전문가 윤영호씨와 미술을 공부하고 있는 윤지영씨는 런던의 한 축제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그녀의 집에 머무는 난민, 지인의 소개로 만난 친구, 전시회에서 알게 된 예술가들에게 전쟁에 대해 물었다. 

우크라이나의 성인 남성은 국경 밖으로 나가는 데 제약이 있어 난민은 주로 여성과 아이였다. 저자들은 “전쟁이 남성을 전쟁터로 가게 만들고 여성을 아이와 함께 피난하도록 만들었다"면서 "아이의 손을 잡고 피난을 가는 마음, 아이의 손에 들린 인형, 그 모습을 보고 도와야 한다는 본능, 그런 것이 가장 눈에 들어왔다”고 인터뷰이 선정 기준을 설명했다.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책표지.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책표지.

책에서는 난민이 된 전 리듬체조 국가대표, 작은 가방 하나만을 들고 급히 탈출한 직장인, 생판 모르는 난민에게 집을 제공한 싱어송라이터, 전장에서 저격수로 활동하는 전직 기자, 러시아 문학을 경계하는 유명 작가이자 전 정치인, 우크라이나의 장애인 선수들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라트비아 올림픽위원회 임원, 조국 러시아에 맞서 반전 시위를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등 전쟁의 비극 앞에 선 여성들의 고통과 용기, 연대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인터뷰 대상자의 목소리를 인터뷰가 행해진 순간의 공기와 함께 최대한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좋은 기록이며, 시간과 함께 해석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쉽게 소멸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가져본다”고 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준 이유는 침묵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이야기가 각자에게 있기 때문”이라며 "인터뷰에서 질문 뒤에 답변이 이어지는 것처럼, 이 책 자체가 새로운 질문이 되고 독자 각자의 해답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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