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의 세상보기 두번째 - 세계질서 재편과 신자유주의 2 : 신자유주의와의 투쟁 - 멕시코로부터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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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contsmark0|연재순서
|contsmark1|1. 신자유주의의 논리와 imf2. 신자유주의와의 투쟁 - 멕시코로부터 온 편지3. 피에르 부르뒤에의 ‘맞불’ - 세계 지식인이여 저항하라
|contsmark2|세계체제로서의 자유주의는 새로운 영토정복과도 같은 것이다. 제3차대전, 즉 냉전의 종식은 세계가 양극체제를 극복하고 승전자의 헤게모니 아래 안정을 되찾았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패자는 있지만 승자를 규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연합 혹은 일본이 승자인가 아니면 셋 모두 승자인가. 바야흐로 ‘악의제국’이 패망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또 이 시장의 정복은 새로운 전쟁, 이른바 4차대전을 유발하고 있다. 이와같은 또 하나의 세계대전에서 그 첫 번째 희생물은 개별국가의 내국시장이다. 신자유주의가 불러일으킨 이 전쟁은 마치 방탄장치가 되어 있는 방안에서 총을 쏘는 것과 같다. 결국 총구에서 튀어나온 총알이 방아쇠를 당긴 사람을 상처입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내국시장은 세계 금융경제의 포격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게 되고 새로운 국제 자본주의는 민족자본을 낙후시킴으로써 개별국가의 공권력을 굶주림에 지친 빈사상태로 만든다. 그 공격은 워낙 난폭하기에 각 민족국가들은 시민의 이해를 방어할 힘조차 가지지 못한다.냉전의 유산인 이 아름다운 진열장, 이름하여 새로운 세계질서는 신자유주의의 폭발로 인해 수천개의 파편이 되어 부서져 나간다. 기업은 물론이고 어떤 국가든 무너지는 데는 단 몇분이면 족한 것이다. 그것도 프롤레타리아 혁명때문이 아니라 금융폭풍 때문에 말이다. 이것은 자식(신자유주의)이 아비(자본주의)를 잡아먹는 꼴이며 그 과정에서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는 파괴된다. 새로운 세계질서는 민주주의도 자유도 평등도 박애도 없다. 세계무대는 카오스가 지배하는 새로운 전장터로 전락할 뿐이다.세계질서는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를 정복하던 지난날의 식민지 시대로 돌아가고 있다. 20세기의 황혼은 공상과학소설에 등장하는 이성적인 미래가 아니라 오히려 야만적인 전(前)세기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3차대전(냉전)에서 핵폭탄이 억제와 위협의 강제성을 가졌다면 4차대전의 가공할 금융폭탄은 전혀 다른 본질을 지니고 있다. 금융폭탄은 주권이라는 물질적 토대를 파괴하고 민족절멸이라는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면서 새로운 경제에 도태되는 자를 소외시킨다. 그와 동시에 금융중심지는 ‘경제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에 앞선다’는 새로운 논리에 따라 민족국가의 재조직이라는 대수술을 단행한다. 이 새로운 전쟁에서는 민족국가의 원동력으로서의 정치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는 단지 경제를 관리하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며 정치인은 기업의 경영인이나 다름없다. 이제 새로운 세계의 군주는 직접 통치할 필요조차 없다. 지역국가의 정부가 그들 군주의 계좌를 충직하게 관리해주기 때문이다. 신질서란 바로 ‘세계 단일시장으로의 통일’이고, 거대한 전지구적 차원의 시장에서 자유롭게 순환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사실은 상품인 것이다.자 우리 앞에 퍼즐이 하나 있다.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조각들이 모자라지만 우리는 적어도 일곱 개의 조각은 찾을 수 있다. 이 일곱 개의 조각을 다른 조각과 짜 맞추는 것은 우리가 세계의 골칫거리를 그려보고 다시 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contsmark3|첫번째 조각: 부의 축적과 빈곤의 분배제1막은 금전적인 징후를 나타내면서 진행된다오늘날 신자유주의는 시상식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이야기하는 부의 ‘공유’개념은 이중적인 불합리성, 몇몇을 위한 부의 축적과 나머지 수백만을 위한 생존의 요구를 내포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징후 두 가지는 부정의와 불평등이다. 여유로운 5억의 인구와 45억의 빈곤의 문제는 지구상의 단 385명의 재산만으로도 세계인구의 절반 즉 26억 인구의 연간소득을 능가한다는 점에서 분명해진다. 거대기업이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이른바 선진국에서의 빈곤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contsmark4|두번째 조각: 착취의 세계화 제2막은 삼각형을 그리며 진행된다신자유주의자들이 하는 거짓말 가운데 하나는 기업의 경제성장이 더 나은 부와 고용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단연코 틀린 말이다. 절대권자 국왕의 권력이 강화된다고 해서 신민(臣民)들의 권력이 증대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오히려 그 반대다), 금융자본의 절대주의는 부를 분배하지도, 일자리를 창출하지도 않는다. 빈곤, 실업, 임시노동 등이 신자유주의의 구조적인 결과물일 뿐이다. 하지만 악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노동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최대한의 불안정성, 지금보다 더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이것이 세계화의 결과이다. 세계질서에 무익한 과잉인구가 발생하고 금융시장은 일상적으로 국가와 국가그룹들에게 자신의 법칙을 강요하며 주민들을 재분배하게 된다.제2막은 이렇게 삼각형을 그리고 있는데 바로 세계 차원의 착취 피라미드를 보여준다.
|contsmark5|세번째 조각: 이민, 종잡을 수 없는 악몽제3막은 원을 그리며 전개된다‘지역차원의 전쟁’과 ‘내분’ 그리고 자본의 ‘비정형적인 축적’이라는 목표추구는 그 결과 전지구적 차원에서 수백만의 이민자를 발생시키고 있다. 냉전 승리자들이 언명한 약속대로라면 ‘국경없는 세계의 외국인’이겠지만 정작 이민자들은 감옥에 갇히거나 살해되고 외국인 혐오주의자의 박해에 시달리게 된다. 유엔사무국(unhcr)에 따르면 1975년에 200만명이던 난민의 숫자가 1995년에는 2,700만 명으로 늘어나 문자 그대로 폭발이었다. 신자유주의의 이민정책은 세계(노동)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데 목적이 있으며 악몽을 짊어진 채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을 위협한다. 이것은 곧 고용주의 존재를 잊게 만드는, 본질적으로는 허깨비인 것이다.
|contsmark6|네번째 조각: 금융 세계화와 범죄의 일반화 제4막은 직사각형을 그리면서 진행된다만약 당신이 범죄의 세계는 암흑이나 무덤 저너머와 동의어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범죄조직은 현대적인 기업 못지않은 기동력을 보이며 모든 민족국가의 정치 경제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제4차 세계대전과 함께 이 조직화된 범죄는 자신의 고유한 활동을 세계화시키고 있다. 이들은 서로 연계하여 신규시장 정복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들이 선호하는 사업은 호화판 부동산 산업, 향락산업, 미디어 산업 그리고 은행업이다. 이미 상업은행들은 자신들의 합법적인 활동을 위해 더러운 자금을 이용하고 있다. un의 한 보고서는 ‘imf가 강요하는 구조조정 프로그램 때문에 채무국에서 범죄조직의 발전이 훨씬 용이해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자 이것이 합법과 불법이 서로 자신의 반사된 모습을 교환하는 사각형 거울이다. 범죄자는 이 거울의 어느쪽에 있으며 그를 쫓는자는 또 어느쪽에 있는가.
|contsmark7|다섯번째 조각: 불법적인 권력의 합법적인 폭력제5막은 오각형을 그리며 전개된다세계화라는 캬바레에서 국가는 한 스트립쇼를 열연하게 되는데 이 쇼가 끝나면 국가에는 최소한의 필요 불가결한 것, 즉 억압권력만이 남게 된다. 국가의 물적토대는 파괴되고 주권과 독립성은 말살된다. 정치계급은 와해되고 민족국가는 거대기업에 복무하는 단순한 안전보장기구로 전락하게 된다. 국가는 공공투자를 사회보장 지출로 유도하기보다는 차라리 사회를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억압적인)장치의 개선을 선택한다. 폭력이 시장법칙에서 유래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합법적인 폭력은 어디 있으며 비합법적인 폭력은 또 어디에 있는가? (멕시코에서) 조직화된 범죄와 정부와 은행이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폭력을 독점하고 있고 거기에 대한 항의가 시장법칙이 아닌 ‘기층의 이익’에 호소한다면 세계권력은 여기에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이때문에 신자유주의를 반대하고 인류애를 주장하는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과 무장토착민들의 저항은 (세계권력이) 무엇보다 강력하게 지탄하는 것 가운데 하나이다.미국 군사권력의 상징은 펜타곤(오각형)이다. 새로 등장한 세계경찰이 원하는 바는 개별 민족 군대와 경찰이 신자유주의적인 메갈로 폴리스 내의 질서와 진보를 보장하는 단순한 경호군단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contsmark8|여섯 번째조각: 거대정치와 난쟁이들제6막은 휘갈겨 쓰며 전개된다우리는 민족국가가 금융시장의 공격을 받고 메갈로 폴리스 속으로 용해될 것을 강요받고 있음을 앞서 언급했다. 신자유주의는 국경을 제거하고 모든 민족을 통합하면서 동시에 국경을 늘리고 모든 민족을 분무기로 내뿜듯이 뿌려버리고 있다. 혹자는 아직도 세계화가 과연 세계전쟁일까 의심할 수 있다. 민족국가의 경제적 토대가 무너진 위기의 희생물 즉, 소련, 체코, 유고 등의 국가분열로 귀결된 분쟁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역설적으로 세계화는 파편화된 세계를 만들고 겨우 경제육교 정도로만 연결되는 밀페된 칸들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거대정치’는 일국정치를 포괄하며 이 일국정치를 시장논리에 입각해서 세계의 이해에 봉사하는 중심에다 연결시킨다. 간단히 말해 민족 전체의 생존이 바로 이 거대정치의 이름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초국적인) 금융자본은 국가지도자들의 정치적 색채를 결정하고 이제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경제 프로그램을 존중하는 것이된다. 이러한 금융척도는 모두에게 강요된다. 세계의 지배자는 좌파정부의 존재도 용인하지만 단 그 정부가 시장의 이익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만 묵인된다. 지배모델과의 단절은 절대로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거대정치의 눈으로 보면 국내정치는 금융거인의 강제조약에 굴종해야만 하는 난쟁이에 의해 운영된다. 난쟁이가 폭동을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항상 이런 식일 것이다.
|contsmark9|일곱번째 조각: 저항의 주머니 제7막은 주머니를 그리며 이루어진다겉으로 오류가 없어 보이는 세계화는 현실의 완강한 불복종에 직면하게 된다. 신자유주의가 자신의 전쟁을 추구하는 동안 전세계적으로는 저항그룹이나 반역집단들이 형성된다. 주머니가 가득한 금융인들의 제국은 저항이라는 주머니의 반역에 부딪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 바로 주머니들이다. 다양한 크기의 다양한 색깔의 다양한 모양의 주머니말이다. 그 주머니들의 유일한 공통점은 ‘신세계 질서’와 4차대전의 상징인 반 인륜적인 범죄에 맞서는 저항의지이다. 신자유주의는 수백만의 인간을 복종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과잉’인구를 해소시키려고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이 버림받은 ‘일회용’ 인간들이 들고 일어나서는 것이다. 여성, 어린이, 노인, 청년, 원주민, 환경주의자, 호모, 레스비언, 에이즈 환자, 노동자들, 그리고 신질서를 교란하는 모든 이들이 조직하고 투쟁한다. ‘현대성’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이 저항을 꾸미고 있는 것이다. 비단 멕시코 남동쪽의 산악지대에만 신자유주의에 저항이 있는 것은 아니다.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지역, 미국과 캐나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의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서도 저항의 주머니는 팽창하고 있다. 각각 고유의 역사와 특수성과 유사성 그리고 투쟁과 나름대로의 승리가 있다. 만약 인간성이 존속되고 더욱 개선되기를 원한다면 유일한 희망은 소외된 자들, 계산에 의해 밀려난 자들, ‘일회용’으로 버려진 자들로 이루어진 이 주머니들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하나의 예에 불과할 뿐 그 저항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따라서 당신의 취향에 맞게 그림을 그려보라. 다양성이야말로 자산인 것이다.
|contsmark10|이렇게 일곱 개의 조각을 그리고 채색하고 쪼개었지만 당신은 이것들을 재조립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서로 끼워 맞춰지지 않는 조각들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는 것이 바로 ‘세계화’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제는 새로운 세계의 건설이 절실하다. 많은 세계를, 그리고 모든 세계를 포괄할 수 있는 그런 세계말이다.|contsmar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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