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만 살아남는 OTT 시장? 빨간불 켜진 지속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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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24]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넷플릭스의 업무 공간을 언론에 공개하는 '넷플릭스 서울 사랑방' 행사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넷플릭스의 업무 공간을 언론에 공개하는 '넷플릭스 서울 사랑방' 행사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한때 넷플릭스의 급성장을 보면서 OTT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었다. 그래서 디즈니나 NBC유니버설 등 막대한 콘텐츠를 소유한 미디어 기업들이 OTT 서비스로 눈을 돌렸다. 2019년부터 디즈니+, 애플TV+, 피콕, HBO 맥스가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OTT 전쟁이 시작됐다. 이제 어느 정도 그 전쟁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경영 실적을 보면 넷플릭스를 제외한 나머지 OTT 서비스들은 안정적인 비즈니스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라이트쉐드(LIGHTSHED)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기준 1년간 영업이익이 넷플릭스만 65.5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고, 그 외에는 전부 적자다. 적자 규모는 디즈니(디즈니+, 훌루, ESPN+) 40.9억 달러, 피콕 25.2억 달러(올해는 30억 달러 적자로 전망), HBO 맥스 20.6억 달러, 파라마운트+ 18.2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 이외의 OTT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1217억 원과 1191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급격히 적자 규모가 증가했다. 매물로 나온 왓챠는 매각에 실패하고 현대와 협력하여 현대의 신차에 탑재되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과연 넷플릭스 외의 OTT는 지속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렇게 된 이유는 수익을 낼만큼의 구독자 확보 실패와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요되는 콘텐츠 수급 비용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적자를 피하려면 구독자는 얼마나 증가해야 할까. 웨이브가 2022년과 동일한 비용을 집행한다고 했을 때, 2023년에 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100만 명 이상의 프리미엄 가입자가 증가해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용자가 납부하는 금액이 전부 웨이브의 수입은 아니므로 월 1만 3900원의 70%를 실제 수익으로 계산한 경우이다. 티빙도 큰 차이는 없는데, OTT 경쟁이 심한 상태에서 급격한 가입자 증가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콘텐츠 수급 비용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오리지널은 신규 구독자를 확보하고, 많은 라이브러리는 구독자를 유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신규 구독자 확보를 위해서는 티빙의 <술꾼 도시 여자들>이나 <만찢남>, 웨이브의 <약한영웅>이나 <국가수사본부> 같은 오리지널을 만들어야 한다.

또는 파급력있는 콘텐츠를 독점해야 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도 한계비용을 초과할 구독자를 확보할 수 없다면 오리지널 제작과 독점 콘텐츠 확보 전략에도 한계가 있어 콘텐츠 수급 비용을 무한히 늘릴 수가 없다.

국내보다 적자 규모가 20배 이상 큰 헐리우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드림웍스 창업자 제프리 카젠버그와 이베이 CEO를 역임한 멕 휘트먼이 17.5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아 2020년 4월 출시한 퀴비(Quibi)도 창립 7개월 만에 사업을 정리했다. 2022년 4분기에 처음으로 240만 명의 가입자가 감소하고, 적자 규모도 커진 디즈니는 올해 7천 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도 150명을 해고했으며,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 NBC유니버설도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구독자 확보를 통한 OTT 지속에 한계를 느낀 글로벌 OTT 서비스들은 대부분 광고 모델을 도입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대표 OTT 플랫폼 운영 4개사와 국내 OTT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체결했다.©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대표 OTT 플랫폼 운영 4개사와 국내 OTT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CKL기업지원센터에서 체결했다.©한국콘텐츠진흥원

토종 OTT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매출은 늘리고 비용은 줄여야 한다. 모회사(웨이브는 KBS·MBC·SBS, 티빙은 CJ ENM·JTBC)에서 파괴력있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공급해야 한다. 웨이브나 티빙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모회사는 일정 정도 콘텐츠 공급 대가도 감안해 줘야 한다.

동시에 해외 구독자를 늘려야 한다. 동남아의 경제력을 감안하면 광고모델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번역이나 더빙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콘텐츠를 1억 달러 수출하면 1.8억 달러의 소비재 수출을 견인하므로 충분히 명분이 있다. 

OTT 적자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제작비의 급증에서 초래됐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으나, 국내 방송사나 제작사는 그렇지 못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당분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이후 OTT 이용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OTT 기업들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결국에는 콘텐츠 소비가 OTT로 이어질 것이라 보기 때문에 개별 기업과 정부에서 적확한 전략을 세워서 OTT 생태계가 성장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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