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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979년 10월26일 궁정동 안가에서 벌어진 박정희 대통령 저격 살해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제기된 영화상영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법원은 최근 일부장면 삭제를 조건으로 한 상영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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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으로부터 삭제결정을 받은 장면들은 영화의 도입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활용된 다큐멘터리 자료화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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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영화제작사 측은 예정된 개봉일에 맞춰 삭제된 영화를 상영하되 문제가 된 3분50초 동안의 장면은 블랙 화면으로 상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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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접하면서 생각나는 한국영화가 하나 있다. 흥행대박을 터뜨렸던 영화 <투캅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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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성기가 역할한 비리경찰의 모습에 당시 경찰이 발끈했고 결국 영화는 상영 전에 다음과 같은 자막을 넣어야했다. 대강 기억나는 내용은 이렇다. “이 영화 속 경찰의 모습은 실제 경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밝혀둡니다.” 그렇지 않아도 웃기는 영화였는데 본영화가 상영되기 이전부터 관객들은 그 자막을 보며 낄낄대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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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막이 들어가면 관객들이 ‘아 그래 정말 실제와는 관계없는 얘기야’라고 생각할 거라고 정말 믿었는지, 발끈했던 그때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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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그 자막에 즐거워했던 것은 영화제작사 관계자들이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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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영화는 본영화 시작 이전부터 사람들을 웃겨주겠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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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때 그 사람들>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논란을 지켜보면서 완성된 영화에 어떤 형태라도 흠집을 내고야말겠다는 게 상영금지 신청을 낸 측의 애초 의도라면 그 의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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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만큼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영화 홍보효과는 더 커진 것 같다. 신문마다 1면에서 그 소식을 다루고 추가면을 할애해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으니 말이다. 방송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중 있는 소식으로 다뤄질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보러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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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그 영화가 더 보고 싶어졌다. 블랙화면이 나올 때 무슨 기분이 들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삭제가 된 자료화면들은 예전에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자주 봤던 화면들인데….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잔재미는 생겼지만 결코 즐거운 소식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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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외교협정 당시의 문서가 공개되고 광화문 현판글씨의 교체작업이 예정되면서 여기저기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도 그때 그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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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만이 살 길이다”라고 교육을 받았고 그 교육 덕택에 그분 없으면 우리나라는 당장에라도 망할 거라고 믿으며 자랐던 필자가 보기에도 철 지난 유행가로 보이는 그 주장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큰 목소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이젠 지겹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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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권력 잡고 돈 챙기면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됐지 역사의 바른 줄기마저 훼방 놓는 일을 앞으로는 좀 안 봤으면 한다. 이런 말도 덜하면 좋겠다. 뻔한 소리 쓰고 나니 재미없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숨바꼭질중인가 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 나치부역자들을 엄정하게 처리했던 프랑스가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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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사측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생뚱맞게 부러운 게 있다. 삭제된 부분을 블랙화면으로 그냥 상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그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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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방송에서는 블랙화면 나가면 아주 끔찍한 방송사고인데 영화는 블랙화면을 그냥 낼 수 있다니…. 그것도 3분50초 동안이나. 그래도 관객들은 돈 내면서까지 보러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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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pd가 이렇게 대응하면? 뻔하다. 그래서 요즘 좀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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