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천성산’ 없고 ‘단식’만 있는 지율스님 방송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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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천성산’ 없고 ‘단식’만 있는 지율스님 방송뉴스
언제까지 ‘달 가리키는 손’만 볼 건가
  • 한태욱
  • 승인 2005.02.0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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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나를 보지 말고 내 뒤에 있는 천성산을 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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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로 단식 98일째를 맞고 있는 지율스님이 지인들이나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당부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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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율스님 소식을 다룬 방송사들의 메인뉴스는 이런 스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스님의 단식이 한계 수위를 넘어서서야 잦아진 방송보도가 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어 스님과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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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에 대한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방송이 메인뉴스에서 관련기사를 내보낸 것은 지난 1월 22일. 청와대 인근에서 단식을 계속하던 스님이 종적을 감추었을 때였다. mbc <뉴스데스크>와 sbs <8시뉴스>는 22일 스님이 단식 87일째가 되던 날 돌연 잠적했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튿날 kbs <뉴스9>의 보도가 뒤따랐다. 이어 30일 스님이 정토회관에 머물면서 단식을 계속하고 있음을 kbs <뉴스9>가 다뤘고, 정치인 30여명이 ‘지율스님 살리기’에 나선 사실이 31일 mbc와 sbs 메인뉴스에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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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전부였다. 보도 건수의 인색함은 차치하더라도 보도들 어디에도 지율스님 단식의 의미를 진지하게 되짚어보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다. 단식일수, 스님의 잠적, 주변의 우려만을 부각시킬 뿐 스님이 단식을 시작하게 된 이유인 생명의 소중함이나 그간의 과정은 다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28일에는 2003년 국무총리실에 소속돼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터널 구간에 대한 노선 재검토를 맡았던 전문가 6인과 토목구조 전문가들이 천성산 관통터널 구간보다 공사비용과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대안 노선을 제시했지만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만 다루어 졌을 뿐 방송 3사의 메인뉴스는 이를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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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의 친구들 회원인 이동환 씨는 “거의 침묵하던 방송이 보도를 내보낸 것이 스님이 잠적했을 때”라며 “단식일수나 잠적 등 스님의 행적에만 초점을 맞출 뿐, 스님이 단식을 왜 하는지, 상황이 어떻게 여기까지 이르게 됐는지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천성산과 도롱뇽 살리기에 40만명이 넘게 서명하고, 도롱뇽 수놓기에 2000명이 참여하는 등 함께하는 사람들을 방송이 외면하고 있다”며 “이런 방송의 보도태도가 스님을 더욱 외롭게 하고 고립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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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달은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만 보는’ 주요 방송사들의 메인뉴스와 달리 일부 시사프로그램들은 그래도 천성산과 생명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kbs <시사투나잇>, sbs <세븐데이즈>, mbc <생방송 화제집중> 등이 그랬는데, 특히 <…화제집중>은 27일 방송분에서 “스님의 단식으로 시민과 정치권 등에 초록의 공명이 일고 있다”며 지율 살리기 촛불집회, 지율스님 단식 요구조건, 환경부 입장, 천성산 공사현장, 천성산 터널공사 관련 그간의 과정, 도롱뇽 소송 시민행동측 입장 등을 다각도로 다뤄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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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 단식 100일째.’ 며칠 뒤 메인뉴스에서 다시금 다뤄질 지율스님 관련 기사의 제목이 선하다. 마치 기념일 챙기듯 날짜 수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사가 아닌 스님의 진정한 바람과 천성산의 생명들의 소리에 귀를 귀 기울이는 방송뉴스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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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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