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살우=살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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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유감

|contsmark0|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mbc 의 ‘남북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 코너에는 전직 북한 초등학교 교사 등 탈북자와 북한 전문가가 출연해 문제풀이 중간 중간 설명을 곁들이며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탈북자들의 증언이나 경험은 북한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증언들은 오히려 북한을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될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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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게 지난 5일 방송분. 이날 방송에서 소와 관련해 설명하던 전직 북한 초등학교 교사가 “북한에서는 소고기가 너무 귀해서 만약 소를 죽이면 사람을 죽이는 것과 똑같이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때맞춰 tv화면엔 ‘살우=살인’이라는 자막이 올랐다. 발언 내용대로라면 북한은 사람과 소의 생명의 가치가 똑같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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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까? 북한형법 141조는 중대한 살인의 경우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과실치사의 경우엔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144조). 그럼 소는 어떨까? 통일부 한 관계자는 “소의 경우 북한에서 중요한 생산수단으로 이를 죽이면 사회협동재산 손괘(북한형법 62조)에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 사회협동재산 손괘죄의 경우 3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할 수 있다. 협동재산 손괘죄가 중한 범죄이긴 하지만 최고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살인죄와 같이 취급되지는 않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과실치사범이 절도 범죄자와 같은 형량을 받는다 해도 ‘살인=절도’라는 등식이 성립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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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증언의 신빙성은 논외로 쳐도 방송이 여기에 더해 ‘살우=살인’라는 자막을 내보내 북한에선 진짜 사람의 생명이 소의 생명과 똑같이 취급받는 것처럼 기정사실화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 북한에 대한 ‘이해’보다 ‘오해’를 더 심어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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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관련 프로그램에서 세심한 부분까지도 신경 써야 할 이유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생각해 본다. ‘남북 어린이 알아맞히기 경연’을 즐겨보는 시청자로서의 바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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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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