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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의 파수꾼 될 터

|contsmark0|지난 1987년 9월, 이 땅의 방송 pd들의 오랜 여망을 실현하기 위하여 우리 pd연합회는 출범하였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연년세세 연합회는 우리 pd들의 구심점이었습니다. 때로는 일상과 프로그램에 매몰되기 십상인 pd들을 깨우치며, 때로는 방송계 내외에서 호시탐탐 방송을 농단하며 사리를 취하는 부당한 세력들을 감시하고 고발하는 등 연합회는 어떤 때는 능력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으며 오늘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전임 장해랑 회장을 위시한 역대 집행부 선배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그러나 존경하는 프로듀서 선후배 여러분, 연합회 창립 11주년을 기리고 또다른 집행부의 출범을 자축하는 오늘, 마냥 박수와 듣기 좋은 덕담으로 이 자리를 파할 수 없다는 것을 자못 비장하게 저는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유례없는 환란의 고통 속에 오늘 우리들의 현실이 놓여져 있고, 방송은 그러한 상황을 방치하거나 때로는 앞서서 조장했다는 혐의를 부인하지 못한 채 전시대의 타성을 답습하고 있습니다.연합회 창립이래 방송 민주화를 열망했던 우리 pd들의 오랜 화두였던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요원하기만 합니다. 건국이래 최초로 달성된 정권교체로 개혁의 기대는 드높지만 권력이 방송을 도구적으로 삼아왔던 지난날의 폐해가 청산될 것인지 회의스러울 뿐이며, 그것도 방송인의 자각과 주체적인 노력으로 극복될 것인지는 더욱 유보적입니다.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들 프로듀서는 우리의 프로그램이 원하지 않게 오용되거나 매도당하는 현실을 묵묵히 지켜보아야만 합니다. 기형적으로 온존되어온 방송구조는 각 방송사간의 소모적인 시청률 경쟁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프로듀서들은 소총수로 동원되었다가 유탄을 맞고 쓰러지는가 하면 때로는 속죄양으로 용도폐기되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가 해왔던 바에 대한 겸허한 반성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에 앞서 무엇이 구조적으로 우리를 이같은 진흙탕으로 끊임없이 빠뜨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엄격한 통찰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오늘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12대 회장의 중책을 맡게 되는 저는 바로 이러한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고자 합니다. 방송을 농단하고 부당하게 이용하려는 기도가 중단되지 않고 있는 이 시점에서 연합회는 무엇보다 이를 바로잡고 감시하는 방송계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존경하는 프로듀서 회원 여러분. 연합회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많습니다. 전임 장해랑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일도 많습니다. 이같은 일을 오늘 일일이 예거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저의 모든 것을 던져 강고한 의지로 어려움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만큼은 이 자리에서 밝히고자 합니다.우리들 프로듀서의 유일한 꿈과 희망은 무엇이겠습니까. 말할 필요 없이 건강하고 좋은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느꺼운 사랑을 받는 일일 것입니다. 더욱이 엄청난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미래의 영상을 선도하고 21세기와 통일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저는 프로듀서의 창의성을 구현하고 표현의 영역을 확대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이루고야 말겠습니다.다행히 저는 일천하고 가진 것이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악역을 할 수도 있습니다. 세일즈도 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일선에서 뛰던 그 관성으로 매사에 임할 수 있는 것을 강점으로 삼겠습니다. 앞으로 더 큰 성원과 질정을 바라며 참여와 동반의 자세를 감히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ntsmark1|1998년 9월 4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제12대 회장 정길화 |contsmark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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