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산업을 살려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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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산업을 살려내자
  • 최상일 MBC 라디오본부 특임CP
  • 승인 2005.02.24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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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음반업계가 줄초상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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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 한때 2만여개에 달하던 전국의 음반 매장이 요즘은 500개 이하로 줄었다고 한다. 무려 97.5%가 사라진 셈이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동안 겨우 버티던 국내 1, 2위의 음반 유통업체도 매장을 철수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음반사 내부에서도 구조조정이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암흑의 터널은 그 끝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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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시장의 궤멸은 알다시피 디지털 음악파일의 불법유통 때문이다. 공짜로 음악을 들려주는 인터넷 업체들이 앞 다퉈 생겨나는 만큼 음반 시장은 줄어든다. 통계상으로도 이미 디지털 음악의 매출액이 음반 매출액을 넘은지 오래다. 디지털음악 매출액의 상당부분은 저작권료로 지불돼야 하는 돈일 것이다.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불할 의사가 없는 인터넷업체들은 소송 따위는 아랑곳없이 갖은 방법으로 돈벌이에 몰두한다. 이들은 공짜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영웅이라도 되는 듯 행세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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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는 동안 우리 음악 산업 전체가 죽어간다는 것이다. 음반이 팔리지 않는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여 정성껏 음악을 만들어낼 사람은 없다. 외국 가수들이나 연주자들도 더 이상 한국에서 음반을 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음악 공연도 따라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계속 이렇게 가면 인터넷 업체들도 더 이상 들려줄 음악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는 꼴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의 mp3 플레이어 생산국이면서도 세계의 음악 생산과 유통 시장에서는 전혀 명함을 내놓을 수 없는 아주 이상한 나라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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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 온 정부와 법제도 개선에 게으른 정치인들에게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it산업을 키우는 데만 급급해 음악 산업이 초토화되는 것을 오랫동안 방치해왔다. 자동차나 가전제품이 잘 팔리지 않으면 온갖 감세정책을 동원하면서도, 다 망해가는 음반 산업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전체 매출액이 적기 때문인가? 그보다는 문화산업에 대한 무지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잘 나가는 영화나 드라마 몇 편으로 문화산업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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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공짜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음악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진정으로 음악을 좋아한다면 음악을 만든 사람들에게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음악인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며 음악에 대한 예의이다. 자신의 친구나 형제나 자식들이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라. 그래도 음반을 사지 않고 공짜 파일만 찾아다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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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 파일을 찾아다니는 시간도 돈이고 컴퓨터 켜는 전기나 통신료도 돈이다. 게다가 인터넷을 전전하는 동안 광고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결국 자기도 모르게 지갑의 돈은 새어나간다. 단골 음반 매장에 들러 새로 나온 음반을 골라 사들고 들어와 cd플레이어에 넣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따끈따끈한 음악을 감상하는 그 흐뭇한 경험을 공짜 파일로는 맛볼 수 없다. 오래 된 음반을 뒤적여 그 때의 감동을 다시 맛보는 즐거움도 공짜 파일에는 없다. 좋은 책 사는 돈만큼이나, 좋은 음반을 사는 돈은 아까워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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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우리나라가 it강국일 뿐 아니라 음악 산업의 강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세상 사람들이 전화기나 mp3플레이어를 잘 만드는 한국을 부러워할지 몰라도, 그 때문에 한국인을 좋아하거나 존경하지는 않을 것이다. 기계를 만들어 파는 일은 중국처럼 급성장하는 후발국에게 언젠가 따라잡히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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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음악은 그렇지 않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그 음악을 만든 사람이 존경스러울 뿐 아니라 그가 살고 있는 나라까지도 가보고 싶어진다. 좋은 음악은 결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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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사상태의 음반 산업을 되살리는 일에 서둘러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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