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0일.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꼭 2년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이라크전은 시청자들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느낌이다. 여전히 자이툰부대 장병 3000여명이 현지에 머물고 있지만,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방송을 포함한 국내언론의 이라크 관련보도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대부분이 외신이고 여전히 미국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요 방송사들의 메인뉴스는 이라크 관련 상황에 대해선 거의 침묵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이라크 총선결과를 보도한 이후엔 메인뉴스에서 이라크 관련 소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올 1월부터 kbs
mbc <뉴스데스크>의 이라크 보도는 더 빈곤하다. 총선 전 이라크 관련보도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고, 총선 이후엔 2건에 불과했다. sbs <8시뉴스>에는 올 1월부터 모두 20여건의 이라크 보도가 나갔고, 총선 이후 이라크관련 보도는 7건이었다.
이라크총선 이후 보도 ‘뚝’
지난달 25일 이라크를 다녀온 김영미 프리랜서 pd는 “총선 이후 현지는 종교갈등이 심화되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내방송의 단편적인 보도들을 통해서는 이라크의 전반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게 사실. 현지에서 발생하는 자살테러 등의 사건은 단신처리되는 게 상당수고 미국이 발표하는 통계나 입장만이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이라크전 발발 후 세계인들에게 미국중심 시각에서 벗어난 뉴스를 제공했던 ‘알자지라’ 등 아랍계 언론 발 뉴스들은 더 이상 국내방송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방송의 보도태도에 대해 정대연 이라크 파병반대 비상국민행동(국민행동) 기획단장은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미국의 홍보논리가 우선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단장은 “우리 장병 3000여명이 파견돼 있는 상태인데, 현지 상황을 알 방법이 없다”며 “일부 보도되는 뉴스도 자이툰 부대의 현지 활동을 미화하는 내용 등 정부가 기획한 듯한 보도들이 많다”고 비판했다.
국내 방송에서 제대로 된 이라크관련 보도를 접하기 어려웠던 데는 우선 국내 언론의 현지 취재를 불허한 정부 책임이 크지만 이런 한계 속에서 사실상 무관심했던 국내 언론사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지난 7일 정부가 제한적으로 이라크 현지 취재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이 역시 지속적으로 취재 허용을 요구한 기자들이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김영미 pd는 “취재를 허용한다고는 하지만 취재 지역이 아르빌에 한정되고 취재 허용 권한을 현지 부대장에게 부여하는 등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각국 기자들이 이라크에서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정부만큼 취재 통제가 심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pd는 “국내언론도 이라크 문제에 무관심하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새 뉴스·이슈에 밀려”
이라크 관련 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mbc 이진숙 국제부장은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독도문제 등 새로운 이슈, 새로운 뉴스에 이라크 관련보도가 상대적으로 밀린다. 이라크전이 터졌을 때 당연히 국제적으로 가장 큰 뉴스였지만, 현재는 큰 전쟁은 끝나고 소모전으로 접어들어 시청자의 관심도 많이 약화됐다. 꼭 나가야 되는 기사가 아니라면 각 언론사의 판단에 따라 택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라크 침공 2주년과 관련된 특집 프로그램은 준비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kbs 김영신 편성기획팀장은 “정규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것을 제외하고 이라크전쟁 발발 2주년 특별 기획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총선 이후 이라크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특별히 기획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mbc 유창영 편성국장 역시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에서 관련 기획을 준비하는지는 파
악하고 있지 않지만 별도로 특집프로그램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kbs와 mbc의 경우 정부의 현지취재 허용방침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기자나 pd를 파견할 구체적 계획은 없는 상태다.
국민행동 언론모니터 담당 정영섭 씨는 “이라크 침공 2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이라크전의 앞날을 전망하거나 현 상황을 진단하는 보도나 프로그램이 있을 법한데, 언론이 직무유기를 하는 것 아니냐”며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언론은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어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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