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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듀란이 재결성됐다.
허 참, 듀란듀란이라니. 멤버 중 한 명은 런던 무슨무슨 애비뉴에서 스테이크 집을 인수하다 사기를 당했고 또 다른 한 명은 중고타이어 체인 사업에 성공했다는 식의 뉴스가 훨씬 잘 어울릴 법한 그 듀란듀란이 다시 모였다고 한다. 19년만이다. “재결합을 결정하는 데 24시간도 안 걸렸어요. 모두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고 재결합하는 게 제일 쉬었죠.”라는 존 테일러의 닭살 돋는 홍보성 인터뷰도 여전하다.

그래도 포토라인 앞에서 폼을 잡은 다섯 명의 사진을 보니 반갑다. 보컬인 사이몬의 얼굴에 살집이 붙어 아저씨 티가 나는 걸 제외하면 ‘이 인간들 놀랍도록 안 늙었구나’하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왜 다시 모였을까 추측해보니, 역시 먹고 살기 힘들어서 그랬지 않나하는 의심이 든다.
물론 몇 천만 장이나 되는 앨범을 팔았으니 끼니 걱정이야 할까마는 아무래도 지난날의 스포트라이트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 법이다.

지난날의 스포트라이트, 그게 또 짐이 된다. 옛 광영에 기대어 유통기한이 지난 레퍼토리만 풀어낸다면 역시 안쓰러워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럴 바에야 지금 이대로가 듀란듀란에게나 팬들에게나 더 좋지 않을까? 하지만 역시 쓸 데 없는 기우였는지 뉴 듀란듀란은 올드보이의 자존심을 담뿍 담은 <우주비행사 astronaut>라는 앨범으로 새로운 갈채를 받으며 세계를 투어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에도 지난해부터 7080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정규 음악프로그램이 특집성으로 기획한 콘서트에서 태어났지만 반향은 말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넥타이 부대의 환호에 힘입은 7080은 결국 브라운관 밖으로까지 진출했다.

경기가 불황이면 공연부터 바닥을 친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 콘서트는 대형공연장에서 연이은 히트를 기록했다.

마침표를 찍기에는 당연히 아쉬움이 남아 방송사로 복귀한 이 기획은 정규 음악프로그램으로는 오랜만에 30, 40대를 tv 앞에 앉혔다.

그런데 기분 좋은 잔치에 아무래도 명패가 불안하다. 7080이라는 제목 때문이다.
오랜만에 이 무대에 서는 뮤지션이든, 꾸준히 음악 작업을 해왔던 뮤지션이든 7080이라는 지붕 아래 들어서면 무조건 20년 전 음악만을 해야 한다.
7080이라는 타임머신을 타는 순간 그들은 20년 전의 모습으로 박제된다. tv를 통해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이고,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이기에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굶주리기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음악을 듣는 사람이나 모두 마찬가지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하지만 손쉬운 폭식 끝에 새로운 음악으로 관객들을 깨우기 위해서는 갑절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음악 전문가들은 늘 방송이 음악계를 흐려놓았다고 성토한다. 하지만 7080은 오랜만에 방송이 음악인들과 시청자를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참신한 기획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현재진행형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방송은 모두에게 또 다른 죄를 짓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 머리 아픈 소리는 집어치우더라도 듀란듀란이나 7080에 출연하는 뮤지션들 앞에 ‘왕년에…’라는 소개 코멘트는 빨리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슬프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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