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토론 - 방송법의 편성규제 조항
상태바
쟁점토론 - 방송법의 편성규제 조항
규제 만능주의는 방송사 자율권 침해
편성은 신성불가침의 권리인가
  • 승인 1998.09.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contsmark0|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방송사들이 방송협회를 통해 방송법 개정과 관련한 공동 입장을 마련해 국민회의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방송사들은 지난 5월부터 방송협회 차원에서 대책팀을 꾸려 논의를 진행해왔다. 방송협회는 방송사 자율성 제고와 경영안정 추구를 중심으로 법안을 보완했다. 핵심적인 내용은 현재 정부여당의 방송법안이 사회전반의 탈규제화 추세와 달리 규제강화로 가고 있으며 특히 방송사의 편성 자율권을 저해하는 요소들이 많다는 것이다. 주시청시간대의 편성기준 규정, 시청자권한의 강화 등이 그렇고 외주 프로그램의 편성비율 규정, 극영화·만화영화 등의 국내 프로그램 편성 의무화 등이 각 방송사의 위상이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강제되고 있다고 문제제기하고 있다.방송협회의 안은 방송법과 관련한 방송사 최초의 입장표명이라는 점에서 방송법안 중 편성규제 조항과 관련한 견해를 찬반의견의 형식을 빌어 소개한다.<편집자>
|contsmark1|
|contsmark2|
|contsmark3|
|contsmark4|
|contsmark5|규제 만능주의는 방송사 자율권 침해 김정규
|contsmark6|그동안 통합방송법에 대한 논의는 ‘방송위원회의 독립’과 ‘위성방송에 대한 대기업·언론사·외국자본의 참여문제’라는 거대담론에 집중되어 왔고, 상대적으로 편성규제와 관련된 각종 조항들에 대한 논의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는 ‘방송의 역기능에 일정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방송위원회의 독립성이 보장되면 각종 편성규제사항들이 구 공보처나 현 문광부 체제보다는 훨씬 유연해질 것’이라는 다소 낙관적인 전망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방송의 구체적인 역기능과 적절한 치유책에 대한 논의의 생성과정이 결여되었고, 통합방송법안의 전반적인 기조가 bbc나 nhk를 본뜬 공영방송론이기 때문에 방송위원회가 정치적 독립성을 획득한다 하더라도 각종 편성규제사항이 완화될 가능성은 불투명해 보인다. 따라서 방송위원회 독립성 확보와 편성규제사항의 완화는 분리된 사안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이 글에서는 통합 방송법안이 제시하고 있는 각종 편성규제사항의 문제점을 크게 다음 세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첫째, 방송의 역기능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공영방송론자들은 방송의 주요한 역기능으로 선정성과 폭력성, 그리고 지나친 오락화를 제시한다. 그러나 지난 경험을 돌이켜 볼 때, 방송의 가장 중요한 역기능은 선정성·오락성이라기보다는 권력에 대한 종속과 이로 인한 불공정방송이나 현실은폐와 같은 정치적 담론임이 너무도 명확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방송법을 입안한 공영방송론자들은 이러한 가장 본질적인 방송의 역기능에는 눈을 감으면서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한 선정성과 폭력성, 오락화가 방송 역기능의 전부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의 역기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각종 편성규제조항을 도입해야한다는 공영론자의 논리는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무능한 의사의 치유책라고 밖에 할 수 없다.둘째, 편성규제사항이 지나치게 많다는 것이다. 4조에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명시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통합방송법안은 이후 조항들을 통해 이 방송법의 전제인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거침없이 유린하고 있다. 통합방송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방송편성에 대한 대표적 규제사항들은 48조의 독립외주 의무비율과 46조의 국산 창작만화/한국영화 의무편성, 44조의 고전적인 교양/보도/오락비율, 47조의 외국수입물 편성비율, 66조의 옴부즈맨 프로그램 의무편성, 65조의 시청자위원회의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개입조항, 50조의 협찬 고지방송에 대한 규제조항, 31조의 외화 수입추천의 지속으로 인한 실질적인 사전심의 유지 등이다.이러한 규제조항은 편성에 있어 방송사의 자율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아웃소싱으로 인해 방송사 직원들의 고용불안을 촉발할 개연성이 높다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제 44조 조항은 폐지되어야 할 전근대적인 기존의 교양·보도·오락이라는 3분법을 오히려 확대 강화해 전체 방송시간의 3분법 준수는 말할 것도 없고, “주시청시간대에 특정 프로그램이 편중되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추가해 방송사의 편성권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프로그램 3분법은 방송법이 제정될 당시 도입된 조항으로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수정된 바 없이 30년 이상 유지된 낡은 조항으로 장르의 크로스 오버가 일반화되어 3분법에 범주화시킬 수 없는 프로그램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형식만으로는 프로그램의 내적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는 문제점 때문에 그 유효성을 상실한 지 오래다.셋째, 이러한 편성규제사항이 공·민영 방송사에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성장과정이나 재원의 구조가 다른 방송사들에게 모든 규제를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은 한국의 모든 방송사를 공영방송화하겠다는 불순한 의도(?)거나, 아니면 단지 규제의 편의를 위한 비합리적인 발상이라고 밖에할 수 없다. 일례로 교양성 프로그램이 부족해 국민들의 영양불균형 상태가 우려된다면 kbs1, kbs2의 공영성을 강화하면 되는 것이지, 모든 방송사에 동일한 교양비율 확충을 강제하겠다는 발상은 한국 방송사를 저속한 상업주의의 포로나 시청자들을 프로그램 선별 능력이 결여된 유아적 존재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오만한 공영방송론자들의 계몽의 독재에 다름아니다.편성규제사항과 관련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방송사와 pd의 자율권에 대한 구속조항들이 실질적인 힘을 갖도록 대폭 강화된 벌칙 조항들이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사가 각종 편성규제사항을 위반할 시 매회 3천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심의규정을 위반할 경우 대시청자 사과, 프로그램 정정·중지·중단명령, 편성책임자,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통합방송법이 진정으로 한국 방송발전에 기여하는 방송법이 되기 위해서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각종 편성규제조항들을 규제보다는 권고사항으로 명시하고, 규제 위주의 네거티브 방송정책에서 포지티브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린이, 청소년 프로그램이나 독립외주, 옴부즈맨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면 국내 방송사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광고 수탁 수수료 면제나 세제혜택, 공익자금 지원 등과 같은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이 비현실적인 규제조치를 남발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정책이 아닐까?
|contsmark7|
|contsmark8|
|contsmark9|
|contsmark10|
|contsmark11|편성은 신성불가침의 권리인가김승수<전북대 신방과 교수>
|contsmark12|방송협회는 ‘통합 방송법 제정을 위한 한국방송협회 건의서’를 통해 편성의 자유가 훼손된다고 우려하면서 다음과 같은 의견을 제시하였다.·주시청시간대의 편성기준을 따로 정하는 것은 편성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법 정신에도 어긋나며, 미국도 주시청 시간대의 편성규제를 폐지하였다.·외주 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은 방송사의 여건을 감안하여 결정해야 한다.·극영화, 만화영화에 관하여 국내 프로그램 편성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연간 방송’이라는 단서 조항을 붙여 편성을 저해하는 것은 문제이다.·외국 방송 프로그램의 수입 추천제는 방송협회 자율적인 규제로도 충분하다.이러한 것들은 방송편성과 관련하여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방송협회로서는 규제가 없는 상태를 원할 것이다. 법적으로든지 외부 간섭이든지 방송사가 모든 외적 규제를 거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 없다.그러면 방송협회가 주장하듯이 편성은 방송사만이 가지는 신성불가침한 권리인가. 편성을 경영진의 신성불가침한 권리라고 오해하는데서 위와 같은 제안이 나온 것은 아닐까.방송협회가 제안한 것들 가운데 우선 주시청시간대 편성기준의 설정은 편성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인가를 검토해보자. 이러한 규제가 좋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규제가 필요한가. 방송사들이 주요시청시간대에 드라마 등 오락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편성함으로써 편성이 중복되어 시청자의 선택권을 빼앗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은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다양성은 방송이 지켜야 할 기본 가치임을 고려하면 한시적으로라도 주요시청시간대에 편성 기준을 정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 아니다. 비근한 예로 방송사들은 33개의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다. 엄청난 물량이거니와 대부분의 드라마가 주요 시청시간대에 밀집되어 있다. 아무리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좋아하고, 텔레비전의 오락 기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지나친 것이다. 보고 배울 것이 별로 많지 않은 드라마를 이토록 많이 편성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데도 가을 개편에서는 드라마가 더 늘어난다고 한다. 방송사들이 아무런 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특정한 장르에 자원을 집중 투자하는 것을 두고 편성의 자유라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미국에서는 주시청시간대 편성비율 규정을 폐지하였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 시장을 독과점하던 시절에 이 규정이 오락 프로그램의 편성 집중을 매우 효과적으로 억제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abc 등 지상파 방송의 시장 점유율이 50% 수준으로 떨어져 주요시청시간대의 편성비율을 굳이 규정할 원인이 반감되었다. 이와 비교하여 우리는 3개 방송사가 시장을 독과점하는 상태에서 주요 시청 시간대는 드라마를 비롯한 오락 프로그램으로 도배질 되고 있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원하는 시청자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주요 시청 시간대의 편성비율규정은 합리적이다.극영화나 만화영화의 국산 비율을 정하는 것도 국내 영상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이에 대하여 외국 제작자들의 불만을 살 수 있으나 oecd 규정에 따르면 문화 상품은 국제 무역에서 예외 조항으로 인정된다. 그러므로 외국의 불만은 변수가 못된다. 수입추천제 역시 방송의 공공성을 감안한다면 필요한 조항이다.외주 프로그램 편성비율에 관해서는 방송협회의 제안이 타당하다. 현재 순수 외주 프로그램이 8%인데 비해 이를 한꺼번에 15%까지 올린다면 방송사는 엄청난 인력을 일시에 해고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며, 독립 제작사들이 과연 엄청난 프로그램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따라서 양적, 질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외주비율만 높인다고 능사는 아니다. 다만 순수 외주 프로그램을 12% 정도로 늘이고 1999년 초에 15%, 그리고 2천년에 20%로 올리는 단계적인 외주 확대 방식이 현실적이다.방송협회가 이런 문제를 제기한 배경이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방송 편성권은 사주나 경영진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뿌리 깊은 정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국민 복지를 위한 조치에 대해서도 방송사들이 편성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를 방패로 거부한 사례는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편성에 대한 보수적인 견해에 따르면 이른바 ‘편성권’은 경영진에 귀속된다. 이것은 매체를 오로지 사유 재산으로만 보는 입장이다. 즉 방송 채널 임대권의 소유자는 경영도 독식하고 그에 따라 편성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편성은 방송의 기본 이념이나 제작 방향 등을 규정할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이를 특정한 사람이 독점하면 방송은 독재 수단이 된다. 또한 편성권은 일반 시민들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를 일시적으로 방송사가 위임받아 행사하는 것이어서 근본적으로 공적 재산이다. 방송은 사유 재산이기 전에 공공성이 강조되는 영역으로써 편성 역시 공공성이 우선되는 영역임에 틀림없다. 편성은 결코 신성불가침한 권리일 수 없다. 그것은 오로지 사회적 이익, 국민의 이익에 종속되는 장치일 따름이다. 따라서 편성은 방송의 공적 기능을 실현하는 수단이지 특정인이 지배하는 배타적인 권한이 될 수 없도록 경영진에 집중된 편성권의 독점 현상을 타파하고 분산시킴으로써 진정한 방송의 자유를 향해 나가야 한다.
|contsmark13||contsmark1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