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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방송프로그램을 통해 누군가를 시청자 대중에게 소개하는 일은 즐거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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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과정에서 출연자를 과장되게 미화할 생각도 없고 곡해할 생각도 없지만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따라 뭔가를 보여주고 들려줘야 하는 방송의 특성상 pd와 출연자라는 어쩔 수 없는 입장 차이 때문에 난감해질 때가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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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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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늦가을 피아니스트 백건우 선생과 함께 파리와 바르샤바에서 촬영을 한 적 있다. 쇼팽의 흔적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와 함께 음악 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을 나누며 촬영하는 일은 즐겁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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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순조롭기만 하던 촬영에 예기치 못한 장애가 하나 발생했다.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방문했을 때 무대에 놓여있던 피아노를 연주해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한사코 안 하겠다고 마다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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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여러 차례 상황을 봐 가며 부탁을 했지만 결국 쇼팽의 피아노협주곡을 백건우 선생이 연습하는 장면을 촬영하지 못했다. 자료화면을 활용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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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연주를 한사코 마다한 이유 중 하나는 음향이 완벽하지 못한 상태에서 eng 카메라로 피아노 연주음을 담아내기는 무리라는 것이었다. 쇼팽이 살던 집에 있는 조율 안된 낡은 피아노 앞에서 연주를 흉내 내는 모습을 촬영하는 걸로 만족해야만 했다. 물론 오디오는 백 선생의 쇼팽 피아노협주곡 음반에서 인서트를 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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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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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들을 만나서 방송사 스튜디오에서 연극의 일부분을 보여 달라고 요청할 때가 있다. 흔쾌히 동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식 무대가 아닌 곳에서 극의 감정을 살려서 연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어느 연극배우는 이런 말을 했다. 방송에 이용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어느 배우는 방송 카메라가 취재를 올 때 마다 방해받는 기분이 드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연습하고 준비한 작품을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하면서 후다닥 촬영하고 갈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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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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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유력정치인이 된 김근태 의원을 몇년 전에 인터뷰할 때이다. 그가 5공 시절에 받은 전기고문에 관한 인터뷰였다. 인터뷰에는 기꺼이 응했지만 김 의원은 매우 힘들어했다. 그래서인지 구체적인 상황묘사를 안하고 그저 괴로웠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싶어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도록 계속 질문을 해야만 했다. 김 의원을 처음 만난 날이었지만 나는 그에게 계속해서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말살되었던 경험의 기억을 부추겨야만 했다. 물론 나도 맘이 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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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과정에서 종종 출연자들과 원치 않는 긴장감이 형성되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필요하기에 해야 한다는 프로듀서와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출연자.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시간이 좀더 있다면 충분히 협의하는 가운데 인간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얼마든지 윈-윈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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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럴 시간이 부족하다. 사람은 없고 방송일은 다가오고 촬영현장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프로듀서와 출연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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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연극하는 사람들을 보면 오랜 시간 같이 논의하면서 다져진 신뢰관계 속에서 공동의 작업을 한다는 사실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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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그 만큼의 시간을 갖고 방송을 제작한다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뺑뺑이 도는 기분으로 출연자들을 만나거나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기를 오늘도 소망 아니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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