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눈] 라디오에 음악이 많아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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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15년 넘게 써온 우리집 싸구려 오디오시스템에 최근 변화가 생겼다. 소리가 잘 안나던 스피커를 바꾸면서 연달아 앰프와 cdp도 바꾸게 되었다. 고장 증세를 보이던 라디오(튜너)도 치우고 고전적 명기라고 하는 중고 아날로그 튜너를 구했다. 요즘은 인터넷 중고시장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시간만 좀 투자하면 큰돈 안들이고 어느 정도 마음에 드는 오디오 기기를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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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을 돌려 채널을 맞추는 아날로그식 튜너는 소리도 좋지만 모양도 멋있고 불빛도 예뻐서 밤에 켜놓으면 아주 운치가 있다. 그 바람에 평소에 안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게 되는데, 문제는 음악채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fm채널은 꽤나 많지만, 마냥 틀어놓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만한 채널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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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동호인들이 주로 듣는 fm채널은 서양 고전음악을 주로 방송하는 93.1mhz이다. 난청지역에서 fm을 잘 듣기 위해 안테나를 만들 때에도 이 주파수를 기준으로 한다. 이 채널이 표준이 되는 이유는 오디오적 관점에서 볼 때 거의 유일한 음악채널이기 때문이다. 서양 고전음악에는 완성도 높은 음반이 많다. 국악방송도 음악채널이지만 열성적인 국악애호가가 아니면 늘 틀어놓고 듣기 어렵다. 음악이 많이 나오는 cbs-fm 역시 일정한 시간을 종교음악에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결국 특정한 장르의 음악애호가가 아니면 고정해놓고 들을 만한 채널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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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두 채널만으로 자신의 기호를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fm이 음악채널이던 시절에도 청취자들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찾아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려야 했다. 하지만 요즘의 fm방송은 15년쯤 전에 비해 음악프로그램이 훨씬 적기 때문에, 음악을 듣고자 하는 청취자들의 채널 선택의 자유가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방송이란 결국 대중의 기호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라디오에서 음악을 듣기 어려워진 오늘의 현상이, 굳이 따지자면 방송인들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잘못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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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음악이 많이 나와야 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라디오가 대중의 음악감상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국민소득이 2만불이 되면 어떨지 몰라도, 아직까지 일상적으로 cd를 사서 음악을 듣는 사람의 비중은 높지 않다. cd를 사려고 해도 매장에 다양한 음반이 구비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휴대용 기기나 인터넷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은 컴퓨터를 끼고 사는 젊은이들뿐이다. 다수의 음악채널을 운용하고 있다는 위성tv나 케이블방송은 비용이나 이동성 면에서 대중적이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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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장 많은 수신기가 보급돼 있는 라디오가 ‘공공 문화서비스’ 차원에서 다양한 음악을 대중에게 충분히 공급해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잡담 수준의 토크채널로 굳어져버린 원래의 fm채널들을 음악채널로 되돌리는 일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물론 청취율 0.1%에 일희일비하는, 그래서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방송환경에서, 이런 얘기가 공염불로 들리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더욱, 새로 생겨난 디지털오디오 방송인 dab가 졸지에 영상 위주의 dmb가 되어버리는 우리의 방송현실이 내내 마땅찮다. 채널 수만 늘여놓고 채워 넣을 것이 없어 쩔쩔매는 영상채널이 아니라, dab는 애초의 발상대로 좋은 음질로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채널이 되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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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채널을 늘리는 일은 우리 민족의 음악적 감수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우리 민족은 뛰어난 음악적 감수성을 타고난 민족이지만(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이웃나라 사람들과 비교해 보라!), 오늘날처럼 다양성과 용량이 부족한 음악문화가 지속된다면 그 좋은 감수성이 퇴화할 지도 모른다. 요즘의 음반시장을 보나 가수들의 가창력을 보나, 또는 세계 음악시장에서 한국음악의 위상을 보나, 이미 퇴화의 조짐이 나타나는 것 같기도 하다. 혹시 이런 현상이, 우리 방송이 방향을 잘못 잡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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