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리포트-텍사스통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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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텍사스통신 1
남대문과 동네가게
  • 승인 199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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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미국으로 오면서 짐을 꾸릴 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고물 tv까지 싸 가지고 왔습니다. 그런데 tv를 싸면서 실내 안테나를 넣을까 말까 하다가 걸리적거리기도 하고 또 미국인데 공청시설이야 잘 되어 있겠지 싶어서 안테나는 그냥 놔두고 왔습니다. 그런데 결국은 이곳에서 피 같은 돈 11달러를 주고 실내 안테나를 샀습니다.여기는 미국 텍사스에 있는 조그마한 도시입니다. 인구는 한 7만쯤 된다고 하는데 수퍼마켓과 학교 말고는 길거리에서는 일곱 명도 만나기 힘듭니다. 그러니까 아주 조그만 촌 동네입니다. 그러니 공청시설 같은 것이 잘 돼 있을 리가 없구나 하는 생각을 나중에 했습니다. 이 곳에 올 때만 해도 저는 제가 가는 곳이 미국이라는 것만 생각했지 시골이고 뭐고 그런 생각이 잘 안났습니다. 미국이라는 무게가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한 모양입니다. 전 원래 뭐든지 한묶음으로 묶어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곳에 와서는 “‘미국’이라는 데는” 이라고 통째로 묶어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contsmark1|11달러 짜리 안테나를 달고 tv를 틀면 방송이 약 15개쯤 잡힙니다. 그 중에 그나마 볼 수 있을 만큼 나오는 것은 대여섯 개쯤 됩니다. 나머지는 거의 보기 힘든 정도입니다. 케이블은 설치하면 한 40개쯤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망설이고 있습니다. fm라디오를 틀면 세기 힘들 만큼 방송이 잡힙니다. 한 30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대중음악만 틀어대는 방송이 대부분이구요.tv는 한마디로 방송 시간의 약 1/4이 광고입니다. 광고가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토크쇼와 뉴스를 조각조각 잘라내는 건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군요. 그리고 그 광고 중 약 1/4이 프로그램 스파트입니다. 정말 엄청나게 프로그램 선전을 해댑니다. tv를 보면 한마디로 정신이 없습니다. 5분을 못 참고 튀어나오는 광고도 그렇고, 이른바 중앙방송과 지방방송이 완전히 뒤범벅이 되어 나옵니다. 게다가 각종 프로덕션 프로그램이 크레디트를 올려대면 도대체 무슨 방송을 보고 있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광고와 중앙방송, 지방방송, 프로덕션 프로그램이 완전히 비빔밥이 되어 쏟아집니다.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프로그램은 몇몇 채널을 빼고는 심지어 선교방송마저 소란스럽기가 남대문시장보다 더 합니다. 우리는 아직 그에 비하면 동네가게 만큼도 안됩니다. 그런 방송을 보면서 이 사람들 도대체 왜 이러나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채널 돌아가는 것을 막아보려는 그 정신없음과 소란스러움이 어쩌면 우리도 곧 맞이할 그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정말 그런 때가 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런 때가 진짜로 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하나 집에 tv를 없애는 것뿐이겠지요.
|contsmark2|배인수ebs pd / 미국 유학중 onair@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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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4|이번호부터 미국 텍사스에 유학중인 배인수 pd의 텍사스통신을 연재합니다. 텍사스통신은 한국의 방송프로듀서가 본 미국 방송의 흐름과 정보를 한 달에 한 번꼴로 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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