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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향해 쏴라> 끝없는 ‘방송국’타령, 무지인가 타성인가
  • 승인 1998.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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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smark0|kbs, mbc, sbs…는 ‘방송국’이 아니다. ‘방송사’다. 지극히 당연한 이 얘기가 새삼스럽게 왜 논의되는가. 일반인은 그렇다치고 방송인들마저도 무의식적으로 ‘방송국’타령이기 일쑤인데 마침내 방송프로그램에까지 무시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mbc-tv의 미니시리즈 <내일을 향해 쏴라>. 신인연기자를 파격적으로 기용해 연예 매니저 세계의 애환을 리얼하게 그려내 급부상중인 이 드라마에는 소재가 소재이니만치 말로 그림으로 ‘방송사’가 매번 등장하는데 문제는 오디오가 한결같이 ‘방송국’으로 나오는 것.우리 공중파 방송사가 ‘방송국’이 아니고 ‘방송사’라야 맞다는 애기는 pd연합회가 오래전부터 제기해왔다. 연합회는 지난 92년 방송의 날을 즈음해 9월1일자 지령 제44호 ‘프로듀서’지(‘프로듀서연합회보’의 전신)를 통해 “‘방송국’이 아니다. ‘방송사’가 맞다”는 주장을 역사적 논리적 근거와 함께 명쾌하게 제시한 바 있다.이때의 주장을 잠깐 정리하면 ‘방송국’의 ‘국’은 ‘局’으로서 ‘관청·회사의 사무를 분담하여 처리하는 곳’(이희승 국어사전)으로 영어로는 ‘bureau’나 ‘department’에 해당한다. 정부기관으로 따지면 ○○부, ○○처의 하부 조직인 것. 반면 ‘방송사’의 ‘사’는 ‘社’ 로서 ‘라디오 tv를 통해 보도 음악 강연 연예 등을 송출하는 회사’. 영어로는 ‘corporation’이며 ‘company’에 해당될 수 있는 것. 결국 단일체제의 공사인 kbs, 상법상의 회사체제인 mbc와 sbs, 숙원인 공사화 출범을 앞둔 ebs 등등에 이르기까지 그 어디를 둘러 보아도 ‘방송국’은 없다는 얘기.‘프로듀서’지는 이같은 현상이 역사적으로는 1948년 10월2일 당시 공보처가 정부조직법에 따라 사단법인 대한방송협회에 소속돼 있던 ‘방송국’(hl 호출부호를 받았던 서울 및 10개의 지방방송국에 대한 통칭)을 인수하여 부처내의 한 기구로 만들었던 것(즉 공보처 내 하부조직으로서 ‘방송국’)에서 시작되었다고 고찰했다. 따라서 이 ‘방송국’에는 이후 25년여 지속된 관료주의적 국영방송시대의 역사가 반영되어 있는 셈.그런데 국영방송시대가 마감되고 공사체제가 출범한 이후에도 나아가 민영방송사체제까지 등장한 이후에도 ‘방송국’이란 표현이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흔히 미디어를 말할 때 “신문사, 방송국…”과 같은 순서와 방식으로 얘기하는 언중(言衆)들의 오랜 타성에서 왔다는 측면도 있으나 이러한 표현이 사실상 신문매체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는 혐의가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프로듀서’지는 신문의 방송관련 기사에서 거의 ‘방송국’이라고 표기할 뿐 아니라 일간지의 방송프로그램 안내 박스기사 우측 상단에 “이 프로그램은 ‘방송국’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등과 같은 식으로 표기를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제시했던 것.당시 연합회는 이 분석을 근거로 각 신문사에 공문을 보내 ‘방송국’ 표기를 철회 할 것을 요청했고(‘프로듀서’ 제45호), 실제로 그 뒤 대부분의 신문에서 적어도 방송프로그램 안내 박스기사 우측 상단에서만큼은 ‘방송국’ 표기가 ‘방송사’로 바뀌게 되었던 것. 이렇게 지난(至難)한 과정을 겪어 가면서 ‘방송국’을 ‘방송사’로 시정해 왔건만 프로그램에서 ‘방송국’을 계속 사용하는 것은 뜻있는 방송인들을 허탈하게 하는 노릇. 설마 고의로 그러는 것은 아닐 테지만 작가든 pd든 이제는 타성과 불감증에서 벗어나 방송인의 자존심을 지켜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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