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여성미술제 참가한 홍수정 전 PD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메라를 통해 ‘여성’에 눈 떴죠”
간암 요양 중 직장여성들 삶과 고충 깨달아

|contsmark0|지난 2000년 sbs <진실게임>을 제작하다 돌연 간암 판정을 받고 퇴사, 주변인들을 안타깝게 했던 홍수정 pd. 그가 카메라를 들고 다시 세상 앞에 섰다.
|contsmark1|
|contsmark2|
오는 16일부터 ‘판타스틱 아시아- 숨겨진 경계, 새로운 관계’란 주제로 열리는 제3회 여성미술제에 ‘퀸콩’이란 별명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7인 중 1명으로 참가하게 된 것.
|contsmark3|
|contsmark4|
이번 전시회에서 그의 대표적 작품은 ‘간이 배 밖에 나온 여자’다. 지난 몇년간의 작품들이 ‘여성’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 사진들에선 간암 판정을 받은 뒤 변화한 그 자신의 고민들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사진의 의미는 이러하다. “옛날 옛적에 거북이 두 마리가 건방진 토끼를 찾아 간을 가져오라는 명을 받는다. 건방진 토끼란 감히 조선 땅에서 애를 키우면서 직장을 다니는 여자다. 자기가 천사인 줄 알고 뭐든 다 해내려 한다는 거다. 그래서 거북이는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 간다. 이제 간이 배 밖에 나와 버린 여자의 선택은? 그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예술을 한단다.”
|contsmark5|
|contsmark6|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홍 전 pd의 삶을 아는 게 먼저다.
|contsmark7|
그는 “결혼 후 95년 sbs에 입사할 때만 해도 수퍼우먼을 꿈꾸었고, 차별받는 적이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여자였다”고 고백한다.
|contsmark8|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유부녀 pd’에게 날아드는 말들은 “출장 갈 수 있냐?”, “제사 있다고 빠지지 마라” 등이었다. 아이까지 낳고 보니 이제부터는 ‘오기’였다. 하루 종일 아이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 현실이 힘들었고 반복되는 밤샘 작업이 그를 지치게 했지만 참았다. ‘수퍼우먼’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contsmark9|
|contsmark10|
그러다가 간암 판정을 받으면서 그는 ‘여자’로 살아온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런 돌아봄은 치료를 위해 강원도에 있는 한 요양원에 들어갔다가 불붙는다.
|contsmark11|
|contsmark12|
“요양원에 있는 다른 여성 환자들과 얘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어요. 대부분이 직장과 육아를 병행했던 여성들이더라고요. 그제야 깨달았지요. 회사를 위해서도, 집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는데…. 몸에 암세포가 번지고 있다니요. 너무 억울하고 분했어요. 그런 분노를 이번 작품에서 표현했죠.”
|contsmark13|
|contsmark14|
그는 현재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퇴사한 뒤 병 치료를 받던 중 친구의 권유로 구입한 카메라가 자신을 바꿔 놓은 것이다. ‘카메라’를 드니 ‘여성’의 정체성이 보였다. pd로 계속 근무했다면 상상할 수 없었던 일. 그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contsmark15|
그는 아직 투병중이다. 올해 초엔 간암이 재발해 항암제와 다시 고통스런 싸움을 해야 했다.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더 이상 아플 수 없다. 다음 작품은 직장여성들의 ‘유쾌한 반항’을 담을 예정이란다.
|contsmark16|
|contsmark17|
황지희 기자
|contsmark18|
|contsmark19|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