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기 - SBS 추석특집극 <짬뽕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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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향 ‘서울’에서, 그들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뀌길
김영섭
SBS 드라마국

|contsmark0|방송을 끝내고!!!조선족 출신의 과부로 티켓다방 종업원인 보옥(김금용 분), 그리고 벌목공 출신의 귀순자로 중국집 배달원인 주덕(권용운 분). 고향을 버리고 온 남·녀 두 주인공의 서울이라는 새로운 고향 그려내기.<짬뽕아리랑>의 하단자막을 넘기면서 나는 이들에게 과연 어떤 고향을 그려주었는가를 반성해 본다. 사실은 그들의 아픔을 제대로 짚어내지도 못했고 그들의 아픔을 해결할 방법을 속 시원하게 제시하지도 못한 작품이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에.그러나 한편 그들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contsmark1|짬뽕 아리랑을 처음 만나서!!!처음 이 원고(유동윤 작)를 접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지금의 방송 풍토, 즉 지금의 시청률 경쟁의 풍토에서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이런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다큐멘터리로만 접했지 드라마로 그리기에는 시청자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우리도 imf를 맞아 힘들어 죽겠고 이 사람들보다 더욱 어려운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 뭐하자는 얘긴지 모르겠다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하여 남들 이야기로 치부하고 멀리하면 어떨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북한에서 있다온 귀순자로, 그리고 중국 연변에서 온 사람이긴 하지만 우리와 한민족이 아닌가? 체제는 다르다고 하지만 우리랑 똑같이 아리랑을 부르는 사람들 아닌가?
|contsmark2|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귀순자 문제와 중국교포 문제는 1995년과 1996년을 지나면서 각 방송사의 다큐멘터리로 많이 접근되어 왔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채 imf 경제위기를 맞아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 문제가 되었다. 그들의 고달픈 서울 생활을 우리가 정서적으로 이해하고 그래야만 뭔가 우리가 해결책이라는 것을 찾을 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를 하기는 하되 이런 작품일수록 정확한 현실 전달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취재와 조사가 필요했다. 만약 이들의 문제를 왜곡시키면 이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생각 또한 호도될 수 있기 때문에.
|contsmark3|우선 1996년 취재 노트를 뒤지다보니“남조선 사람들의 100의 90은 돈밖에 모르는 사기꾼이요 100의 90은 여자만 좋아하는 호색가요 그리고 남조선 사람들의 입은 중국 사람들의 화장실 변소간보다 더 지저분합니다.” (욕을 잘한다는 이야기)이 이야기는 중국 흑룡강성 신문의 주필인 한 조선족 지식인의 인터뷰 내용이다. 1996년 8월 공중파 3개 방송사 최초로 중국 동포 사기 사건 현지취재를 위해 하얼빈에 갔을 때 당시에 들은 이야기이다. 당시 <송지나의 취재 파일> 부제 ‘깨어져버린 코리안 드림’이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면서.어쩌다 이런 식으로 되어 버렸는가? 많이 한탄스럽고 개탄했다.그럼 지금은 많이 변했는가? 그러면 우리 정부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려 노력했는가? 그럼 그들 스스로는 잘못이 없는가?이런 끊임없는 질문 속에서 좀더 그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의 실제 삶을 보면서 우리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contsmark4|그래서 찾아간 곳은 성남의 어느 다방중국 목단강성 출신으로 위장결혼으로 들어와 주민등록증을 받은 다음 서울의 남편과 바로 이혼하고 지금은 다방에서 일하고 있는 여자 미스 리를 만나러 갔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그 곳을 떠난 상태.드라마 속의 여주인공인 보옥이 조선족 과부 출신으로 귀순자인 주덕과 위장결혼 생활을 하는 상황이라 위장결혼하고 와서 곧바로 이혼하고 티켓 다방에서 일하는 아픔을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와 가까웠던 다른 조선족을 찾아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대신 들어 보았던 것이다. 지금 상황은 imf 이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예전처럼 많은 중국 교포들이 한국행보다는 일본·미국행을 원하고 있고 국내에 들어온 사람들도 많은 수가 귀국하고 다른 나라로 떠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귀순자와 중국 교포들이 고달픈 서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더 많은 교포들이 임금을 받지 못하고 떼이고 있고 인간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환경들은 변했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동포라기보다는 그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하는 사람들로 보이고 있다. 단지 그들의 아픔이 그들의 불법적인 입국과 불법취업으로만 비롯된 것으로 치기에는 그들은 다른 외국인 불법 입국자와는 다른 것이 아닌가?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그들에게 사기꾼이요, 호색가요, 입이 험한 사람들로 남아있는 것이었다.
|contsmark5|지금은 러시아와의 무역을 하는 벌목공 출신의 귀순자를 찾아가보니그럼 귀순자들은 어떤가?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북한에서 넘어온 귀순자들이 좋은 집에서 편안히 잘 사는 걸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하다. 특히 90년대에 들어 귀순한 사람들 대부분은 (특히 북한 고위층 출신의 귀순자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집도 없고 일정한 직업 없이 잘 적응하지도 못하고 우리 국민들의 역차별(대충 북한에서 범죄행위를 하고 도망친, 그리고 부모 등 가족을 저버린 패륜아처럼 보는 시각)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그들이 가장 힘든 것이, 가족들과 헤어져 외로이 사는데 마치 가족들을 버리고 이기적인 생각에 북한에 있는 가족이야 죽든 말든 자기 혼자 남한에서 편하게 지내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물질적인 어려움보다 더 큰 고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철가방 주덕과는 달리 더러는 성공적(?)으로 적응하며 살고 있는 경우도 있다.예를 들어 드라마 등장인물중 수철이란 인물이 있는데 그는 귀순자로 이벤트 회사를 차려놓고 조선족인 보옥을 티켓다방에 소개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설마 그런 사람이 있을까를 따져 볼 필요가 있었다. 대부분의 귀순자들이 어렵게 삶을 영위해 가지만 설마 그러기까지 할까. 잘못하면 귀순자들이 정말 그런 나쁜 짓만을 하는 사람으로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수 있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그에게 일단 그런 귀순자가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보니 러시아 출신의 여자들을 소개해주는 귀순자들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물론 자세한 내막을 이야기하진 않지만.
|contsmark6|방송이 나간후!!!방송이 끝나고 난후 회사로 어떤 여자분의 전화가 왔다. 자신을 조선족 출신으로 현재는 여기서 한국 사람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산다는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이 이야기의 배경이 어디예요?”“아니 왜 그러시죠?”“어떻게 저의 이야기와 똑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할 수 있어요? 내가 겪었던 상황과 너무 똑같아요…”“아니 이 이야기는 우리가 만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소 픽션화해서 만든 작품이예요”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그녀는 이야기의 배경을 알고 싶다고 한다. 찍은 장소는 인천 어디어디고 다방도 인천 어디 어디고… 그녀는 드라마를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한다.이 전화를 받고 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통과 아픔을 느꼈기에 이런 전화까지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똑같은 우리 형제가 그런 고통을 겪는 것에 대해 따져보면, 바로 우리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제는 우리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고.그들 모두가 서울이라는 새로운 고향에서 어깨를 함께하며 아리랑을 부르고 그들의 눈물이 웃음으로 바뀔 날을 위해.|contsmark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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